‘영어’를 책으로만 배워서인지 많은 한국인들은 외국인만 만나면 머리가 하얘진다고들 한다. 일종의 ‘영어 울렁증’인 셈이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영어 대화만 들려도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우리나라처럼 세대를 불문하고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나라도 드문데 말이다. 미취학 아이들이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학생들은 각종 입시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직장인은 비즈니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과목’으로서의 영어가 아닌 ‘언어’로서의 영어
한국인들은 이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영어를 배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영어 단어 암기 수준이나 듣기 능력은 수준급이다. 그럼에도 외국인과의 대화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영어를 잘하고 싶다’ 혹은 ‘영어 시험 점수를 잘 받고 싶다’는 목적 달성을 위한 공부에 매몰되어 나오는 결과일지 모른다. 물론 성적을 위한 영어 공부 역시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편이 낫다.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당근나라(이하 당근나라)의 송가연 대표는 이러한 지점에서 틀에 박힌 영어 교육 대신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영어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창업가다. 20여 년 가까운 시간동안 영어 교육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그가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시작하며 바꾸고자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창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4살 때 가족들과 함께 볼리비아로 이민을 간 뒤, 칠레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하던 중 기회가 생겨 영어 학원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렇게 강사이자 원장으로 2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항상 어떻게 하면 영어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했고, 또 국내 영어 교육의 문제점들을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과정들도 거쳤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어린 아이가 외국인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같은 방송을 본 많은 학부모들이 ‘왜 우리아이는 저렇게 영어를 잘하지 못할까’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영어 공부에 있어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고 창업을 통해 이를 해결해보고자 당근나라를 설립하게 되었다”
어떤 문제의식을 느꼈던 건지?
“영어는 결국 ‘과목’이 아닌 ‘언어’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학부모들은 조급해지기 마련이고 아이들은 성장해서 영어로 대화하는 점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즐겁게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사실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보내는 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인 제약도 많고 어린 시절 성장과정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중간에 서서 ‘동네’에서 마치 유학을 간 것처럼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파트너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떤 긍정적인 효과들을 창출하고 싶은지
“앞서 언급했듯이 영어를 못해 답답해하는 부분들이 해소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는 자연스레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은 물론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모들에게도 큰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당근나라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에 물들게 되어 외국인과 한국인을 다르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은 하나의 사람으로서 대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물론 점수를 받기 위한 영어공부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은 현재의 사교육 시장에서 충분히 제공되고 있으니 우리는 다른 지점에 위치해 ‘당근’을 제공하며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한다”
교육자이자 창업가로서의 철학이 있다면?
“교육자는 아이들의 삶을 디자인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그래서 항상 더 잘 가르칠 수 있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려고 한다. 이처럼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시야를 넓히는 과정 속에 당근나라가 탄생할 수 있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부모님들 역시 마찬가지로 항상 배움에 목말라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 아이의 내면을 보다 깊숙이 바라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많은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자녀에게 효율적인 교육을 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당근나라의 비전을 제시해 달라
“현재의 영어 콘텐츠를 잘 성장시키고 향후에는 스페인어부터 중국어, 독일어까지 다양한 언어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언어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유학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기보다는 당근나라를 찾을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게 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해 항상 노력해주는 기업 구성원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믿어주시는 학부모님들께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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