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니어’라는 단어를 듣더라도 은퇴 후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냥 떠오르지 않는다. 인생 이모작과 즐거운 인생을 위해 투자를 이끼지 않는 5060세대가 늘어나면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관련 비즈니스 규모도 지난 2015년 약 67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124조원까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들 ‘액티브 시니어’ 세대는 경제의 활력소가 될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는 ‘나도 이렇게 나이 먹고 싶다’는 동경을 느끼게 한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패션 플랫폼, 시니블리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들을 패션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시니어 브랜드라 하더라도 반드시 젊은 모델을 기용해야 한다는 패션계가 가진 일종의 불문율도 있었지만, 이제는 늦깎이 패션모델이나 중후한 매력의 배우들이 광고 매체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간 MZ세대에 치우친 마케팅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실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중년이 되면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체형의 변화가 생기고, 같은 사이즈의 옷이라도 소위 말하는 ‘핏’이 젊은 시절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브랜드들이 수요를 채워주지 못해서다. 그렇다보니 활동적인 장년들은 늘어났고 취향도 다양해졌지만 여러 편견 때문에 이들 세대의 옷차림은 정형화되어 과거에 머물러 있다. 어울리는 옷을 착장하는 것이 외모에 자신감을 갖게 하고 사회적 관계에도 도움을 주는 만큼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서비스의 존재가 절실한 시점인 셈이다. 그래서 (주)베럴핏의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패션 플랫폼 ‘시니블리’의 등장이 더욱 반갑다. 기업을 이끌고 있는 김희연 대표를 만나 기업이 지향하고 있는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떤 목적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부산 지역의 의류 도매시장에서 5년간 중장년 여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세월이 흐르며 변해가는 체형 때문에 스타일링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목도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후 서울에서 패션 창업 브랜드 교육도 듣고, 백화점 매장이나 의류 회사 등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아 차근차근 사업을 준비해 지금의 시니블리에 이르게 되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
“앞서 언급했듯 옷은 그대로인데 자신의 몸이 변화하다보니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이 분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기 위한 수요가 강하다. 하지만 국내 패션 산업이 2030세대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시니어들이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전히 한국 아줌마나 아저씨하면 꽃무늬 패턴이나 ‘뽀글머리’처럼 틀에 박힌 이미지가 변하고 있지 않다. 이를 탈피하고자 패션과 뷰티, 라이프 케어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중장년들의 스타일을 상향평준화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시니블리’를 구상하게 되었다”
‘시니블리’ 서비스에 대해 소개해준다면
“현재 나이에 따른 체형변화를 데이터로 분석해 20년 경력의 패턴 디자이너와 협업해 자체 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산 지역을 시작으로 중장년 ‘메이크오버’ 이벤트를 진행해 보다 심층적인 니즈를 수집하고 자체 데이터를 쌓고자 한다. 또한 ‘시니어 매거진’을 통해 스타일링을 추천하거나 ‘시니블리 TV’라는 이름으로 시니어 뷰티 유튜버와 제휴해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활동을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기반 신체부위별 상품추천 시스템을 특허출원한 상태이며, 기술을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 플랫폼을 가까운 시일 내에 출시해 의류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등 시니어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막연히 상품을 판매하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가들에게 도움을 주며 함께 상생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어떤 긍정적 효과들을 창출하고 싶은지?
“우리 서비스의 슬로건이 ‘멋지게 나이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인데, 이러한 질문에 해답이 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 비단 중장년에 국한되지 않고 청년들과도 함께하고자 한다. 2030세대는 시니블리에서 멋지고 유쾌한 시니어를 보며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우고, 5060세대에게는 멋진 인생의 2막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 자리하고 싶다. 실제 창업 초기 고객 니즈를 파악하던 과정에서 ‘아이는 무엇으로 크는가’의 저자인 60대 곽민정 작가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저희 사업에 큰 관심을 가져주시고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향후 진행할 메이크오버 시니어 모델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주신 바 있다. 이처럼 청년과 장년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접점을 찾아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향후 기업의 비전을 전해준다면
“내부적으로는 2030세대와 5060세대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일을 함께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중장년의 풍부한 노하우와 인생 경험이 시니블리를 성장시키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K-팝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듯 한국의 시니어 스타일 또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성장시키고 싶은 비전이 있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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