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히든 챔피언] 박성휘 (주)시그네이처 아시아 대표

이슈 인터뷰

by issuemaker 2021. 6. 3. 14:43

본문

반응형

"차(茶)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갑니다"
 

지금 우리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 한복판에 서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고, 이것이 식량위기로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이는 우리가 즐겨 마시는 ‘차(茶)’도 마찬가지라 업계의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면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근본인 ‘종자(種子)’이다. 현재 세계시장 규모는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78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645억 달러)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박성휘 대표는 해외의 저명한 차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계 차 업계의 변화를 이끌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주)시그네이처 아시아


‘글로벌 티 챔피언’이 꿈꾸는 한국 차 산업의 새로운 미래 
세계 각국은 ‘블루오션’을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국내 종자 산업 규모는 성장이 더딘 편이다. 종자 수출로 인한 로열티 수입보다 지급이 훨씬 많은 적자구조이고, 차 산업 역시 자체 품종 개발의 역사가 짧아 아직은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주)시그네이처 아시아(이하 시그네이처 아시아)를 이끌고 있는 박성휘 대표는 이러한 지점에서 자체 품종 개발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적인 차 시장의 위기 극복은 물론 종자 산업의 헤게모니를 뒤엎기 위한 담대한 도전에 나서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다. 국내 유일의 6대 다류(茶類) 제다기술 보유자인 박 대표는 2019년 ‘세계 차 챔피언십(Global Tea Championship)’ 수상과 지난해 벨기에 국제식음료품평원이 주최한 ‘2020 iTQi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문제해결의 적임자임을 스스로 입증해내고 있다. 강원도 영월의 ‘든해 티 하우스’에서 그를 만나 기업이 그리고 있는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주)시그네이처 아시아는 신품종 차나무 개발을 시작으로 종자 산업의 헤게모니를 뒤엎기 위한 본격적인 도약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주)시그네이처 아시아


‘차’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예술고등학교를 다녔던지라 집에 손 벌리기가 힘들었다. 그런 모습이 보였던 건지 선생님들이 학교 탕비실에 있는 간식들을 이것저것 내어주곤 하셨는데 거기에 항상 녹차와 둥글레차가 있었다. 어린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배는 고프니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차를 섞고, 볶아 보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였는데 이렇게 만든 차를 친구들이 맛있게 마시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곤 했다. 일종의 ‘제다(製茶)’와 ‘블렌딩(blending)’을 했던 셈인데 아무런 틀도 없는 무지의 상태였기에 더욱 창의적인 시도를 했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독창적인 방식의 기본기가 쌓여가고 있었다. 물론 전업으로 차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건 영국의 전설적인 티 마스터인 존 메릭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부터다. 스승님께 과학적 방식으로 차에 접근하는 방법들을 사사받았고 이것이 나의 독창성과 결합해 큰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세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역량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찾아뵙진 못하고 있지만 아흔이 넘은 연세인 지금도 여전히 여러 숙제도 내주시고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영월로 오게 된 이유는?
  “한 가지 분야에 깊이 몰두하는 성향이다 보니 차를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업계가 가진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차 시장은 오랜 역사와는 괴리되게 녹차만을 99% 생산하는 비정상적인 생산구조를 갖고 있어 그 외의 차는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보호관세까지 더해지니 경쟁은 사라지고 가격은 높아져 차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차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하기 힘든 악순환이 발생했다. 그래서 젊은 창업가로서 모든 차종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의 변화를 도모해보고 싶었다. 차의 불모지인 영월을 택한 이유는 우리나라 차 밭의 대부분이 분포되어 있는 남부지역인 제주도, 전남 보성, 경남 하동 등은 온난화로 대표되는 이상기후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차의 품질이 점차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 피해를 최소한으로 받는 강원도 내륙지역에 다원(茶園)을 구축하고 싶어서였다. 차는 난온대성 식물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애초에 차가 자랄 수 없는 한계가 분명했지만, 역설적으로 이 지역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차나무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면 거시적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박성휘 대표는 기업을 글로벌 차 전문그룹으로 성장시키고 강원도 영월을 차의 도시로 만들어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주)시그네이처 아시아


그 성과를 소개해 준다면
  “품종의 이름은 ‘SH-1’과 ‘SH-2 Clonal’이다. SH-1은 영하 20도의 환경에서도 견딜 정도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차나무 중 가장 훌륭한 내한성을 갖고 있어 냉해피해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장점이다. SH-2 Clonal은 찻잎이 분화되는 생장점이 2배에 달해 차 생산량 극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개발된 품종을 바탕으로 종자 시장으로 진입한다면 고부가가치 산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차 제조전문 기업으로서의 성장도 이어나가고 있는데, 우리 기업만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130여 종의 차 라인업을 구축한 상태다. 또한 ‘뉴 노멀’이 된 비대면의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 스토어와 서울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계한 O2O 서비스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만족도 높은 차를 즐기실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향후에는 전국 8개 권역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의 비전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최근 시그네이처 아시아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진행하는 IR FESTA에서 AI·IT·의료·헬스·바이오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 스타트업들과 경쟁해 최종 3위의 성적을 낸 바 있다. 식음료 분야 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자리라 생각하기에 뜻깊게 생각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글로벌 차 전문그룹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영월을 차의 도시로 만들어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고 싶은 꿈이 있다.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해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는 강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영월군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기관을 비롯해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멘토분들, 그리고 스승 존 메릭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