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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O] 진시영 (유)시온미디어 대표

이슈 인터뷰

by issuemaker 2024. 7. 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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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일상화’ 꿈꾸는 미디어 아티스트

다양한 시도 통해 미디어 아트 대중화에 앞장서
K-콘텐츠 매력 선사할 수 있는 도전도 이어나갈 터

지난 6월 8일 광주실감콘텐츠큐브(GCC)에서 ‘빛의 파노라마(The Panorama of Light)’가 공개됐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GICON) 주최로 진행된 이번 작품은 미디어아트 영상과 무용수의 공연이 결합된 융·복합 공연·전시 형태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 뻗어나가는 광주의 미래지향적 모습을 첨단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 완성했다.

사진=손보승 기자


‘빛의 파노라마’ 뜨거운 반응 속 성료
이번 쇼케이스는 높은 완성도와 기술력으로 관람객들의 공연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후문이다. 실제 40개의 객석이 마련된 공간에 두 차례에 걸쳐 1회차 430명, 2회차 570명 등 전시 관람객 포함 총 1,200명 이상이 방문하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어둠 속 형형색색 레이저와 연기의 초현실적이며 역동적인 연출로 시·청각을 모두 만족시킨 해당 공연은 진시영 작가의 새 작품이다. 진 작가는 오랜 시간 미디어 아트와 무용, 음악, 연극, 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어우러지는 공연을 선보여 왔던 미디어 아티스트다. 또한 5·18 민주광장 ‘빛의 분수대’ 작품 제작과 운영, 광주 비엔날레 상설 미디어 파사드 제작, 광주 유네스코 미디어 아트 창의벨트 조성 사업 1권역 예술 감독 등으로 ‘빛고을’ 광주를 알리고 ‘5월 정신’을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끝없는 도전과 의지로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빛의 파노라마’를 통해 미디어 아트와 첨단 기술의 융합이 지닌 가능성을 선사한 진시영 작가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지난 6월 광주실감콘텐츠큐브에서 진행된 ‘빛의 파노라마’는 초현실적이며 역동적인 연출로 관람객의 폭발적 반응을 불러왔다. ⓒ(유)시온미디어


미디어 아트에 입문하게 된 과정을 전해준다면
  “서양화가이자 미술대학 교수이셨던 아버지 진양욱의 슬하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물감 냄새를 맡고 캔버스와 붓을 만지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다만 부친께서는 그림 그리는 걸 그리 좋아하진 않으셨다. 예술을 통해 꿈을 펼쳐 성공하는 길이 고단하다는 걸 잘 알고 계셔서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예술이 좋아 조선대학교 미대에 입학하며 미술을 포기하지 않았고, 1995년 제1회 광주 비엔날레에 설치 도우미로 참가할 기회를 얻어 미디어 아트를 처음 접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미디어 아트’라는 개념이 생소하지 않았나?
  “그렇다. 그 당시 세계적인 작가들의 현대미술은 제게 있어 신세계였다. 저 역시 그림을 넘어 공간을 다루는 예술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생겨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백남준 선생님이 명예 교수로 계시던 미국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뉴폼스를 전공했다. 미디어 아트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시도하는 학문이었는데, 그곳에서 작품을 만들며 저만의 장르를 개척해 나갔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스에 입주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2005년, 광주 비엔날레 본전시 작가로 참여하게 된 걸 계기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열풍변주곡으로 제6회 광주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했던 진시영 작가는 당시를 기점으로 고향인 광주에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유)시온미디어


시온미디어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본격적으로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면서 저는 단순히 관객들이 작품을 바라보고 ‘멋있다’고 탄성만 내뱉고 끝나는 게 아닌,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고 소통하며 일상생활에서도 접할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 이러한 고민이 이어지고 연구를 하다 시나브로 공연 예술에 관심이 생겨 무용수 등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전개하게 됐고, 점차 작품 활동의 규모가 커지면서 작품들을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깝고 친근하게 선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던 과정에서 시온미디어라는 기업을 설립하게 되었다”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을 듯한데
  “융·복합 공연을 전개하면서 저 혼자 할 수 있는 예술의 영역을 벗어나게 됨에 따라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영상을 만들면 그 배경에는 음악이 필요하였고, 작품에 필요한 촬영을 해야 할 때는 무용수가 존재해야 했다. 이처럼 다 함께 협업하는 예술이 되다 보니 예술가들이 모여 작품 회의나 연습을 할 공간이 절실해졌다. 그래서 지난 2018년 광주 동구에 미디어 아트 분야의 창작자 및 제작자를 육성하며 융·복합 예술 창작에 특화된 공간인 오픈 스튜디오 ‘뉴폼스’를 개관하게 됐다. 공간만 제공되는 것이 아닌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뉴폼스가 작품 창작이나 프로젝트를 위한 분명한 목표 의식을 공유하고 각자가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레지던스가 되길 희망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오며 팀워크를 다져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보고도 자신의 역할을 알아서 해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되었다”

‘광명동굴’ 개관 당시 제작한 미디어 파사드 영상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며 어느덧 광명동굴은 광명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유)시온미디어


그동안 수행했던 굵직한 작업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오래된 폐광을 개발한 ‘광명동굴’이 개방된 뒤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 곳 공간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일이 있다. 기대 이상으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어느덧 광명동굴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광명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 진행한 ‘빛의 파노라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광주실감콘텐츠큐브는 최근 영화나 드라마 제작 명소로 부상하여 국내 최고 수준의 최첨단 가상제작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곳에서 홀로(HOLO) 실린더 스크린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실감형 콘텐츠 융·복합 공연을 진행하게 됐다. 연구 작품이라 사실 많은 관객들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는데 상상 이상의 엄청난 수의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오셨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분들이 안타깝게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 하시고 그냥 가실 정도로 반응은 놀라웠다. 완전한 미디어 시대가 펼쳐지면서 가족들이 함께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연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 것이라 생각한다”

‘빛의 분수대’도 소개해 준다면
  “광주(光州)의 한자를 풀면 ‘빛고을’이다. 이렇듯 광주는 빛과 관련이 깊은 도시로 이에 발맞춰 광주시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원을 하게 되면서 관련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예술가로서 저의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고 광주가 빛의 도시임을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광주 미디어아트페스티벌의 초대 감독을 역임했다. 이후 2014년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광주가 선정되었고 이 지역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한 5·18 민주광장에 ‘빛의 분수’를 제작해 운영하게 되었다. 현장에 나갈 때마다 많은 시민들께서 사진을 찍으며 관람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 모습에서 예술가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도 ‘빛의 분수대’가 광주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다 보니 사명감도 들 것 같다
  “‘빛의 분수대’가 홀로코스트 추모관, 9·11 추모관처럼 누구나 역사적 장소에 쉽게 다가가 추모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와 동시에 미디어 아트도 접해 예술을 통해 삶의 행복과 기쁨을 느끼기를 바랬다. 분수대에 밤마다 놀러 오는 한 어린 아이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아이에게 왜 춤을 추냐고 질문을 했더니 이 분수대만 보면 즐겁다고 답을 하더라. 옆에 있던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아이가 이 작품을 본 뒤로 미디어 아티스트가 장래 희망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결국 제가 예술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한다.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예술의 일상화가 이루어지고 미래의 꿈나무들인 학생들이 아티스트의 꿈을 가지게 되는 그런 선순환을 꿈꾼다. 이런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진시영 작가는 ‘빛고을’ 광주를 알리고 ‘5월 정신’을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끝없는 도전과 의지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진은 5·18 민주광장 ‘빛의 분수대’ 모습. ⓒ(유)시온미디어


팀의 리더로서 구성원들에게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지
  “앞서 말한 ‘빛의 분수대’의 사례처럼 예술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만큼, 우리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책임감을 갖고 신념에 따라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성원들에게도 트렌드를 잃지 않되 늘 작가 정신을 바탕으로 작품을 바라볼 관객들이 무엇을 얻고 돌아갈지를 생각하라고 주문하는 편이다. 이번 6월 18일 전시 오픈한 2024 기형도 문학관 기획 전시 <오후 4시의 희망>도 문학과 미디어 아트의 융합으로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시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감사한 분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창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늘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와 동시에 공공의 장소에서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빛의 분수대’처럼 꾸준히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해서 한국만의 전통과 IT 기술이 결합된 K-콘텐츠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노력할 것이다. 작품 활동을 할 때마다 연출가이자 감독으로서 적게는 수십 명부터 많게는 백 명 이상의 인원과 협력해야 한다. 이 자리를 통해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꼭 전하고 싶다. 그리고 뉴폼스에서의 인연으로 이제는 예술적 동반자로서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허동혁 작곡가, 조가영 안무가, 마지막으로 제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며 말을 맺고자 한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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