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우울증은 감기처럼 저절로 낫는 병은 절대 아니다. 방치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병이 우울증이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모두 우울증 환자는 아니지만, 자살과 우울증은 관련이 크다.
함께 치유하고 치유 받는 집단상담 프로그램 ‘함치(hamchi)’
우울증이 증폭되고 만연하게 되면 개인의 삶을 굴곡지게 만들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회 활력과 국가의 경쟁력 저하까지 불러온다. 우리나라는 우울증과 자살 발생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특히 1인 혹은 2인 가구가 증가한 현재의 사회인구학적인 상황 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가 겹치며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든 사람들의 우울감과 고립감도 커졌다. 이제 불명예스러운 지표라는 점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어떤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에 (주)포켓힐링(이하 포켓힐링)의 김훈 대표는 채팅 기반의 심리상담 프로그램 ‘함치(hamchi)’를 통해 창업가로서 사회에 이바지할 역할 수행을 도모하고 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집단’이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함께 치유하고 치유 받는 방법을 통해 궁극적 목적인 관계 회복에 대한 힘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김 대표를 만나 기업 운영 철학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창업 이전 대기업에 재직하며 상품기획을 담당했다. 좋아하는 업무이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인생 2막에 대한 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사회 발전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것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울증과 관련된 여러 기사와 정보들을 보며 의학의 발달과 국가적 지원, 소통의 창구 다양화에도 불구하고 왜 그 인구는 줄어들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심리상담 기법을 배우는 등 준비 과정을 거쳐 포켓힐링을 설립하고 창업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문제의식 속에 ‘함치(hamchi)’를 구상하게 되었나
“우울증 인구의 급속한 증가 속에 대중적이고 적은 치료 소스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심리치료를 중심으로 접근을 했는데, 비용의 부담감이나 낙인과 편견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관계 회복 프로그램의 부족이었다. 우울의 결과는 결국 심리적 고립으로 이어지므로 다시 집단으로 환원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관련 센터에서 운영하는 집단 프로그램은 개인상담에 비해 대면 노출에 따른 심리적 저항감으로 인해 주제의 범위가 넓지 못하고, 거리 문제 등으로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제한이 있다. 결국 접근성과 이용 가격, 익명성과 비밀보장 등을 고려해 모바일 채팅 기반의 전문적인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를 느껴 ‘함치’를 기획했다”
프로그램을 소개해준다면
“동일 고민의 이웃들이 전문가와 함께 치유하고 치유 받는 우울 전문 집단상담 서비스이다. 1:1 개인 심층 상담이 집단상담 속에서 가능하게끔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해 때로는 세대 간의 조언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대인관계를 자연스럽게 넓혀가며, 관계 회복이라는 심리적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힐링의 수단들을 꺼내어서 편하게 치유를 받을 수 있다’는 포켓힐링이라는 사명에 담긴 뜻처럼, 국내에 있든 해외에 거주하든 모바일 환경만 갖춰져 있다면 누구나 참여해 사회적 지지 기반과 공감을 만나 심리적 위안에 도움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이를 통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심고 싶은지
“심리적인 문제는 혼자서 해결하지 말고 반드시 함께 치유해야 한다. 전문가든, 이웃이든 함께 해야 치유할 수 있다. 이는 간단하면서도 매우 강력한 방법이다. 그래서 함치의 공감 소통이 치유의 창구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1인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데, 함치가 이런 분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 같은 지지 기반을 제공해 주고 싶다”
창업가로서 어떤 기업문화를 만들고자 하는지도 전해달라
“포켓힐링이 준비하는 프로그램이 모바일 기반으로 진행되는 만큼, 업무 방식 역시 비대면을 지향하며 자율적인 근무 시스템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또한 집단 프로그램의 접근에 ICT 기술을 동원할 계획이고, 과학적인 치료 기법과도 접목이 되도록 기획 중이다. 조직의 문화도 이런 점에서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전문성이라는 부분을 요구하게 되며 문화로 형성할 것이다. 이런 조직의 문화와 관련한 인재의 합류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좋아하시는 분이나 전문적인 꼼꼼함을 가지고 계시는 분, 혹은 다양한 잡학과 교류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하며 기업을 같이 성장시켜나갔으면 한다”
기업의 계획과 비전을 제시한다면?
“현재 채팅 기반의 집단상담에 이어 모바일 예술 치유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IP 출원이 완료된 상태로 예술이 가진 치유의 기능을 집단과 공감 소통의 키워드와 접목해 집단상담이 다루지 못하는 영역을 위주로 기획 중이다. 아울러 ‘함치’의 경우 일반 사회 분야에서 재난 심리나 사회복지 분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집단 프로그램으로 확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심리적인 보호와 지지가 되고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집단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비전이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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