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화되며 심리적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다시피 해야 하기에 제한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취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대중들은 다양한 놀이법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외부에서의 활동이 아닌 실내에서의 활동을 위한 검색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하기에는 보이지 않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취미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에 MZ세대의 관점에서 대중들이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에 산재되어있는 취미 관련 정보를 수집해 콘텐츠화해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는 소식에 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김경민 (주)리버스마운틴 대표 사진=김남근 기자
취미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파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A양. 지난해 새로운 직장에 입사한 후 경제적 사정이 넉넉해져 취미를 갖고자 했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탓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살아왔기에 인터넷에 넘쳐나는 취미 관련 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흥미가 생기는 분야의 글들을 스크랩하기 시작했고, 관심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이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스크랩한 글이 어떠한 활동을 이야기하는지가 뒤죽박죽되기 시작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무작정 취미 클래스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1년이 지난 현재도 A양은 취미를 찾지 못하는 방랑자로 남아있다고 한다.
1030을 위한 취미 커뮤니티 플랫폼인 ‘팔레트’를 지난달 론칭한 김경민 (주)리버스마운틴(이하 리버스마운틴) 대표가 사업을 기획하며 직접 보고 들은 사례다. 기자에게 소개한 이 사례는 수많은 사례가 가진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취미를 찾는 방랑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이에 리버스마운틴은 ‘취미를 선물하는 앱 서비스’를 모토로하는 플랫폼인 ‘팔레트’를 통해 이러한 방랑자들에게 웹 공간에 산재해있는 취미 정보를 이용자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수집하고 콘텐츠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성향과 취향에 맞는 새로운 취미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사용자는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고 추천받은 취미를 비교해보며 손쉽게 골라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경민 대표는 “기존에 대중들이 취미를 갖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취미를 가져본 경험이 없어 취미가 주는 효용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라며 “팔레트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개인이 다양한 취미를 쉽게 경험할 수 있게 되어 방랑자로만 머물렀던 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취미의 행복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리버스마운틴은 바로 이러한 기능을 구현해내는 팀입니다”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지난달 론칭한 ‘팔레트’는 1030을 위한 취미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 ‘취미를 선물하는 앱 서비스’를 모토로 취미 정보를 이용자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수집하고 콘텐츠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주)리버스마운틴
서비스 본격화 알린 ‘팔레트’
현재 리버스마운틴은 지난달 팔레트 정식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업의 모든 인력이 서비스의 안정화와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차후에 AI를 활용한 취미 큐레이션 서비스를 펼쳐나갈 예정이지만, 아직은 서비스 초기라 쌓여있는 데이터가 없는 상태다. 때문에 가입자들의 정보와 취향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석해 추천해주고 있다.
김경민 대표는 “현재 준비 중인 서비스는 가입자의 MBTI와 취미 취향 검사를 조합해 마땅한 취미가 없어서 가입한 고객에게 자신이 진행할 수 있는 취미를 4일간 추천해주는 형태로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취미를 인증한 고객들에게는 더 많은 취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취미 키트를 랜덤으로 발송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취미 시장의 성장과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해 주는 것’을 모토로 불철주야(不撤晝夜) 서비스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과의 일문일답을 담아보았다.
서비스와 소비자, 그리고 가능성을 쉽게 단정 짓지 않고 항상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 두고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는 이들이 모여 취미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정립해나가고 있는 (주)리버스마운틴. (좌측부터 신동식, 최재준, 김경민, 양준성, 김동영, 박요한)
사진=김남근 기자
첫 창업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창업에 다시 한 번 도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창 시절 비교적 학업 성적이 우수했었기에 부모님께서 의대 진학을 희망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부모님의 뜻과는 다르게 경영학과로 진학하게 됐죠. 이후 작게나마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어?’라고 말이죠. 자신이 얼마 전 팟캐스트에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방송을 들었는데, 진행자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당사자 중 어느 하나도 자신의 직업을 가장 좋은 직업으로 꼽은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해준 친구는 저에게 다시 물어봤고, 저는 잠시 고민 후 답을 했습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사업을 할 것이다. 지금이 너무 재미있고 얻을 수 있는 게 사업보다 많은 것은 없다’라고 말이죠.
어린 시절부터 저는 사업 자체를 꿈꿔왔고, 성인이 되어 사업을 하는 지금이 저의 예상보다 더욱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매일 매일 알아가고 있습니다. 당시 첫 사업은 비록 실패에 그쳤지만, 이는 단순한 실패가 아닌 원인 분석과 앞으로의 과제들에 대해 정리하고 준비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의 리버스마운틴은 당시 기록해둔 내용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준비해온 결과물입니다. 저의 부족함을 깨닫고 핀테크 기업에서 기획 및 실무를 익혔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에게 해외 유망 기업을 인터뷰하고 사례를 분석해 전략을 제안해주는 학교 프로젝트에 참여해 영국 Level39 입주 기업과 파리 WeWork 입주 기업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식견을 넓히고자 투자사에서도 경험을 쌓았고, 미국 교환학생 신분으로 미국 현지의 창업 연계 수업 등을 수강하며 선진 창업 교육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현재의 리버스마운틴과 팔레트가 있게 된 동력이라 생각됩니다”
재창업임에도 어려웠던 부분들이 존재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초기 기업이다 보니 자금적인 부분이 가장 큰 난제였습니다. 정부지원사업 종료 후 새로운 자금처를 찾지 못했었고, 서비스 정식 출시 전이기에 투자 유치 역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백방으로 발표를 다니며 자금을 확보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게 되어 급한 불을 껐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힘든 시기였음에도 저를 믿고 함께해주는 팀원들 덕에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자금으로 어려웠을 때도 조급해하는 저와는 달리 팀원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오히려 저를 더욱 믿어주었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무한한 신뢰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고, 우리의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습니다”
리버스마운틴의 사업 내용이 업계와 사용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길 바라시나요?
“취미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대중에게 행복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팔레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더 편하고 쉽게 취미를 접할 수 있게 된다면 취미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새로운 중고거래 앱이 중고거래 시장의 파이를 키운 것 처럼요. 경험이라는 것은 자신이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영향의 폭을 쉽게 가늠하기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취미에 대한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색이 가득 찬 팔레트처럼 삶이 보다 다채로워지고 다양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데 분명히 긍정의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그동안 사회 활동을 해오며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를 단순히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공감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평가자의 자리에도 있어 봤고 평가받는 자리에도 있어 봤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듣고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해서 평가하는 일이 평가를 받는 것에 비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평가를 논리와 숫자로만 한다면 간단한 문제이겠지만,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이 아이디어가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이해가 아닌 공감을 말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리버스마운틴 팀은 소비자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소비자를 분석하고 이해해 우리만의 시선에서 그들을 규정지으려 하지 않습니다. 같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있기에 리버스마운틴이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리버스마운틴의 중·장기적 목표와 비전에 대해서 피력 바랍니다.
“저는 세상을 혁신하는 사업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더 힘들게 돌아왔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누가 봐도 인정할만한 사업을 할 것이고, 큰 문제를 혁신할 것’이라는 신념은 변하지 않았어요. 이 사업의 출발점이 ‘취미’가 된 것이고, 앞으로 취미의 전 과정을 팔레트라는 플랫폼 안에서 행해지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서비스와 소비자, 그리고 가능성을 쉽게 단정 짓지 않고 항상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 두고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는 이들이 저희와 역사를 써 내려가리라 확신합니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서비스를 확장시켜 팔레트를 취미에 대한 하나의 문화로 정립해나갈 리버스마운틴이 만들어갈 스토리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이슈메이커 김남근 기자 issue884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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