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美 독립영화의 상징, 오스카 휩쓸다

매거진

by issuemaker 2025. 4. 10. 09:05

본문

반응형

美 독립영화의 상징, 오스카 휩쓸다

‘아노라’ 통해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문 석권
줄곧 사회적 소수자 목소리 담아와 

미국 독립영화 최전선에 있는 션 베이커 감독이 영화 ‘아노라’를 통해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문을 석권하며 미국 주류 영화계를 장악했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아노라’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을 싹쓸이했다.

ⓒFrank Sun/Wikimedia Commons


지난해 칸 이어 오스카도 ‘아노라’ 열풍
아카데미 후보 발표 당시에만 해도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에밀리아 페레즈’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루탈리스트’의 강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두 영화가 오스카 레이스 중 여러 논란에 휘말리며 분위기가 반전됐고, ‘아노라’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마지막에 웃었다.

  ‘아노라’는 미국 뉴욕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러시아계 이민자 스트리퍼 ‘아노라’가 러시아 갑부 아들 ‘이반’과 충동적으로 결혼한 후, 둘을 갈라놓으려는 시부모의 명령에 따라 둘을 이혼시키려는 하수인 3인방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하수인들이 들이닥치자 겁에 질린 남편 이반은 아노라를 버린 채 홀로 도망치고, 그를 놓치지 않으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아노라는 이들과 대투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성 노동자가 러시아 부호의 아들과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소동극처럼 담아낸 오락적 요소와 함께 자본주의의 민낯과 부조리, 현대 사회의 계급성이 신랄하게 묘사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자와 해학을 강조한 영화인 만큼 시종일관 터지는 웃음 뒤에 남는 쓴맛이 꽤 진한 셈이다.

‘아노라’는 오락적 요소와 함께 자본주의의 민낯과 부조리, 현대 사회의 계급성이 신랄하게 묘사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니버설 픽쳐스


  처음 장편영화 주연을 맡아 신분 상승을 꿈꿨지만 모든 것이 어그러진 후 비로소 자아를 찾아가는 아노라의 사랑과 분노 등 감정의 극단을 넘나드는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은 25살의 신예 마이키 매디슨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얻었다. 매디슨은 작품을 위해 러시아어를 배우고 전문 댄서의 느낌을 내기 위해 다양한 피트니스 동작 수업까지 받으면서 아노라라는 인물을 구현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 “LA에서 자랐지만 아카데미는 나에게는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었다”면서 “다시 한번 성노동자들에게 감사드리고 그들과 동맹이 되겠다. 그곳에서 만난 모든 여성들이 (영화에 참여한) 놀라운 경험 중에서도 하이라이트였다”고 말했다.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아노라’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을 싹쓸이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


“독립 영화는 계속 제작되어야 한다”
베이커 감독은 현재 미국 독립영화를 상징하는 작가이자 연출가이면서 프로듀서다. 특허변리사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동네 도서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거나 집에서 영화 만들기를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 ‘포 레터 워드’로 데뷔한 뒤 ‘아노라’까지 장편영화 8편을 초저예산으로 만들면서 주류 영화계와는 상반된 이야기와 촬영 방식 등으로 주목받았다. ‘스타렛’, ‘탠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을 통해 사회에서 외면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다루며 알게 모르게 그들을 타자화·대상화하는 개인적·사회적 억압을 그려왔다. 이와 함께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관련 인물들을 캐스팅하고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킬 만큼 역동적으로 상황을 연출하는 것 또한 큰 특징이다. 또한 영화 공정의 각 분야가 분업화된 미국 영화계에서 직접 각본을 쓰고, 편집과 연출까지 하는 몇 안 되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에 발표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베이커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큰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무분별한 개발로 소외된 계층, 그중에서도 연약한 아동을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공감의 폭을 크게 넓히며 관객들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기회가 됐다.

  베이커 감독은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아카데미 작품·감독상을 받아내면서 델버트 만, 봉준호에 이어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감독상을 동시에 받은 세 번째 감독이 됐다. 이날 네 차례나 수상 무대에 오른 그는 “수년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경험을 공유해준 성노동자 커뮤니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웃고, 울고, 소리지르며 영화를 보는 건 요즘처럼 세상이 분열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시기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공동체 경험”이라며 “팬데믹 동안 미국에서만 1000개 스크리닝 사라졌는데, 이대로라면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잃게 될 것. 극장 관람이라는 위대한 전통을 계속 이어가자”며 자신의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