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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우방 예외 없는 무차별 관세 전쟁

매거진

by issuemaker 2025. 3. 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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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우방 예외 없는 무차별 관세 전쟁

상호 관세로 무역전쟁 확대, 협상 여지는 열어둬
각국 피해 최소화 위해 대응 방안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대로 취임 후 ‘관세 전쟁’을 개시했다. 정책 강도와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는다. 신뢰와 상호 협력 속에 이뤄졌던 동맹 체제나 안보 지원도 철저히 ‘거래’로 간주하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용인되는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Pixabay


이웃 국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부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공언한 관세 전쟁은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시작됐다. 중국은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일부 미국산 제품에 최대 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또한 남북으로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불법 이민자 유입과 마약 밀매를 문제 삼으며 25% 관세를 부과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국경 순찰 노력 강화 같은 성의를 표시한 끝에 관세 부과가 유예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기간이 만료되면 예정대로 제때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는 상호 관세를 통해 미국에 관세를 높게 매기는 나라에는 관세 인상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EU 관세를 인상하려고 하냐는 질문에 “이건 상호주의다. 그들이 우리한테 무엇을 부과하든 우리도 그들한테 부과한다. 그러니 관세를 올리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 차이뿐 아니라 유럽 등에서 부과하고 있는 부가가치세(VAT)와 보조금 등 비관세 무역장벽도 환산해 상호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통상 측면에서 선전포고를 날린 것이다.

  백악관은 미국에 대해 상호 관세를 준수하지 않는 사례로 브라질의 에탄올과 인도의 농산물 및 오토바이, EU의 조개나 자동차 등의 품목을 들었다. 미국이 에탄올에 부과하는 관세는 2.5%인데 반해 브라질은 1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지난해 미국은 2억 달러 이상의 브라질산 에탄올을 수입했지만, 브라질에 미국이 수출한 에탄올은 5,20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 농산물에 대한 평균 적용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은 5%인데 인도는 39%이고 미국은 인도산 오토바이에 대해 2.4%의 관세를 적용하지만 인도는 미국산 오토바이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EU 역시 모든 조개를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EU는 미국 내 48개 주에서 생산되는 조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2023년 미국의 EU산 조개 수입은 2억 7,400만 달러, 수출은 3,800만 달러에 그쳤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 행정명령을 내렸다. ⓒThe White House/Flickr


무역적자 해소 위한 포석 풀이
일반적으로 ‘상호 관세’는 상대국과 동등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식 상호 관세’는 관세뿐만 아니라 무역 상대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특유의 조세 제도나 환경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환율, 역외 세금까지 고려하고 있어 문제가 복잡하다. 백악관은 이와 같은 비관세 장벽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매겨지는 ‘디지털세’를 들었다. 캐나다와 프랑스가 이 세금을 통해 미국 기업들로부터 매년 5억 달러 이상을 징수하고 있으며, 모든 국가를 통틀어 미국 기업에 연간 3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관세를 통한 무역전쟁에 뛰어든 것은 미국 시장이 개방된 것에 비해 무역 상대국들은 폐쇄적이어서 상당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관세 징수를 통해 국가 부채를 축소하는 동시에 감세 공약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해 제조업의 부흥을 꾀하려는 포석으로도 여겨진다. 백악관은 “미국은 1975년부터 매년 상품무역 적자를 기록해왔다”며 “지난해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는 1조 달러를 초과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각국은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곧바로 이를 수용하기보다는 보복 조처를 찾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서 서명 때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관세 부과 대상을 국가별로 다룰 것이며 행정부 내 연구를 거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가별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거나 관세율이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즉시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 입찰(opening bid)’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향후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려는 각국의 발걸음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미국이 관세를 통한 무역전쟁에 뛰어든 것은 상당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The White House/Flickr


한국 산업계도 비상
이번 조처로 한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사정권 안에 놓이게 됐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데다 미 재무부로부터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된 상태여서 상호 관세 조처에서 예외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품목으로 예고한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 각각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 2위인지라 추가 타격도 예상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이에 맞서는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0.29∼0.67%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


  이러한 상황 속에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강도와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월 중간점검 때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춘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역시 0.25%포인트 내리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넉 달 동안 기준금리는 연 3.50%에서 연 2.75%로 0.75%P나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 부담에도 한은이 통화정책 완화에 적극 나서는 배경은 한국 경제가 대내외 악재 속에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주요 산업이 삽시간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Pixabay


  전문가들은 국가적인 차원의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주요 산업이 삽시간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안 속에서 컨트롤 타워 부재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후 순위로 밀릴 시 산업별 타격이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서둘러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진단한다.

  한편 재계에서는 양국 간 경제 소통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경제사절단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위 인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한국 기업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을 홍보하고, 향후 전략적 산업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위해 미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이번 사절단을 통해 민간 차원의 대응이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총괄하는 러트닉 장관과 면담 때도 관세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해법을 찾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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