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SF 영화 ‘미키 17’이 2월 개봉한다.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작품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각색한 영화다. 배경은 우주 행성으로의 이민이 가능해진 2054년의 미래로, 마카롱 가게를 하다 망해 무서운 사채업자에게 쫓기게 된 청년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아예 지구를 뜨기 위해 ‘익스펜더블(소모용)’ 자격으로 우주 이민을 지원한다. 인간을 프린터기에서 서류 출력하듯 뽑아낼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한 시대, 사람들은 작업 중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일을 맡기기 위해 인간을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있다. 익스펜더블은 죽으면 20시간 내 다시 프린팅된다. 살아있을 때와 똑같은 신체 조건으로, 과거의 기억, 감정까지 그대로 유지된 채 다시 태어난다. ‘미키 17’은 17번째 미키가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실수로 18번째 미키를 프린팅해 미키가 두 명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키 17’이 지난 1월 2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간담회, 무대인사와 푸티지 시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과 주연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 자리에서 봉 감독은 “미키 17은 인간 냄새 가득한 SF 영화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라는 평범하고 어찌 보면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며 ‘미키 17’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한국 팬 분들을 꼭 만나 뵙고 싶었다”라며 ‘미키 17’로 한국을 처음 방문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그간 ‘옥자’와 ‘설국열차’ 등을 통해 다양한 외국 배우와 협업했고 이번에 패틴슨과는 처음 호흡을 맞췄다. 봉 감독은 패틴슨이 미국 독립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을 때부터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멍청하고 불쌍한 미키 17과 예측불가능하면서도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미키 18을 모두 소화해야 해 사실상 1인 2역인 셈”이라며 “두 역할을 다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생각했고 처음부터 패틴슨이 떠올라 캐스팅 과정이 순조로웠다”고 했다.
패틴슨이 영화 ‘트와일라잇’의 창백하고 슬픈 뱀파이어를 비롯해 무거운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이번 영화에서 어수룩하고 가엾은 청년의 얼굴을 보여준다. 패틴슨은 ‘미키’ 캐릭터에 대해 “이런 규모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특히 감독님께서 계속해서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심각한 상황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장르적으로 크게 구분을 하지 않고도 볼 수 있도록 만드신 것 같다”며 봉 감독 특유의 창의력으로 완성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높였다.
한편 공개된 푸티지 영상에는 사람들이 미키의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괴생명체의 공격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거나 미키의 신체가 실험용으로 쓰이는 장면 등이 담겼다. 미키가 지구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고 복제인간인 ‘익스펜더블’에 지원하는 과정도 나온다. 비극적인 이야기를 해학으로 풀어내는 봉준호 감독만의 블랙 코미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날 기자간담회 통역은 ‘기생충’때 봉 감독의 통역사로 유명해진 최성재(샤론 최)가 맡았다. 최 통역사는 봉 감독이 한글로 쓴 ‘미키 17’ 각본을 영어로 번역하고, 영화 촬영 과정에서 모든 스태프들의 통역을 전담하기도 했다. 미키의 친구 티모 역은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이 맡았고, 나오미 애키,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한다. 2월 28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 후 3월 7일 북미에서 개봉한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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