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의 아버지, 방위 산업으로 돌아오다
도덕적 의무 강조하며 국방 프로젝트 적극 참여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에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기업 중 하나로 ‘안두릴(Anduril)’을 꼽을 수 있다. 가상현실(VR) 헤드셋 제조업체 오큘러스를 만든 팔머 러키를 필두로 실리콘밸리 출신 엔지니어들이 2017년 설립한 기업이다. 지난해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기업 가치 역시 140억 달러에 이르면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하기도
안두릴은 방위 산업이 인력 집약적 하드웨어 중심의 고비용 체제에서 벗어나 AI 등 소프트웨어 위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춰 그간 지능형 시스템 기반의 고효율 저비용 제품들을 선보여 왔는데, 이는 계약을 통해 비용을 청구하는 기존 방산 업체들과는 달리, 자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정찰용 소형 드론 ‘고스트(Ghost)’다. 고스트는 얇은 소총 케이스에 들어갈 정도로 휴대가 간편하고 사용 시 작업자 한 명이 2분 안에 조립할 수 있다. 비행거리는 기본 모델이 12km이고, 상위 모델인 고스트 X는 25km에 이른다. 휴대성과 장거리 비행 성능을 인정받아 2023년 9월 미 공군과 800만 달러 규모의 고스트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두릴은 제트 엔진을 장착한 고속 무인기 ‘로드러너’와 공중·해상·지상 등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는 전투 드론 ‘알티우스’ 등을 앞세워 새로운 무인기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안두릴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래티스(Lattice)’ 플랫폼이다. 다양한 센서와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으로, 래티스는 드론뿐만 아니라 센서 타워와 무인 감시 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지휘 통제 시스템에도 통합될 수 있어 방대한 영역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중심의 작전을 지원하며, 전투 중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지난해에는 오픈AI와 국가 안보를 위한 첨단 AI 솔루션 개발 및 배포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 군 병력을 무인 드론 등 공중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위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안두릴은 오픈AI 기술을 활용해 무인 항공기 방어 시스템(CUAS)의 탐지 및 평가, 실시간 대응 능력을 개선할 예정이다.
오하이오에 대형 무기 공장 건설 예정
안두릴의 창업자 팔머 러키는 부모님 차고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개발한 것으로 먼저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가 18살 때 만든 프로토타입은 현대 VR 기술의 시작점으로 평가받으며 마크 저커버그의 관심을 끌었고 20억 달러에 오큘러스(Oculus)를 매각했다.
정치적 기부로 인해 실리콘밸리에서 배제된 그는 이후 국방 산업에 관심을 돌렸다. 러키는 군사 프로젝트의 비효율성과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를 비판하며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안두릴을 설립했다. 독특한 사명은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명검의 이름에서 따왔다.
러키는 첨단 기술로 국가 안보를 지킨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전쟁 기술로 다음 전쟁을 이길 수 없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초격차 기술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국방 관련 프로젝트 관여를 꺼리지만, 이와 달리 럭키는 기술 기업들은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데 기여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국방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 안두릴은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도 참여한다. 지난해 미 공군은 6세대 전투기 중 무인 시제기를 개발할 업체로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와 안두릴 두 곳을 선정한 바 있다. 해당 사업에는 방산 거물이라 할 수 있는 록히드마틴과 보잉도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스타트업인 안두릴이 이들을 제친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와 다른 IT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국방부의 방위사업 입찰에 나설 준비도 하고 있다.
안두릴은 대규모 무기 공장 건설에도 나선 상태다. 안두릴은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무기 공장인 ‘아스널-1(Arsenal-1)’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10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며, 이로 인해 주변에는 4,000개의 일자리가 신설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곳에서는 안두릴의 전문인 고정익 드론을 대량 생산하게 된다. 공장 인근의 리켄배커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래티스 플랫폼을 활용한 AI 감시 시스템과 정찰용 무인잠수정 등도 생산할 예정이다. 러키 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평소처럼 생산할 여유가 없다”라며 “중국과의 갈등이 시작되면 8일 이내에 군수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규모 제조 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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