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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이변 만든 ‘기적의 사나이’

매거진

by issuemaker 2025. 2. 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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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이변 만든 ‘기적의 사나이’
 

역대 최연소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
“대한민국 체육 바꾸는 기적 쓰겠다”


‘아테네의 영웅’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3연임을 노리던 이기흥 현 회장을 꺾고 한국 체육계를 이끌어갈 새 수장으로 선출됐다. 역대 최연소(43세) 대한체육회장이 된 유 당선인은 “일 잘하는 회장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손보승 기자


새로운 바람 일으킨 당선 원동력은?
유승민 당선인은 1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총 투표수 1209표 중 417표를 획득하며 이기흥 회장 등 5명의 경쟁자를 따돌리며 당선이 확정됐다.

  당초 이번 선거는 이기흥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다. 8년 동안 체육계를 누빈 저력으로 지지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많았고, 앞서 두 번의 선거에서 약 33%와 46%의 지지로 당선된 만큼 이번에도 이 회장이비슷한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딛고 유 당선인이 힘든 선거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발품’ 노력에서 나왔다. 유 당선인은 회장 선거운동 기간에 하루 25km를 걸으며 체육인들을 직접 만나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선거 기간 내내 체육인의 자긍심 고취와 학교체육 활성화, 생활체육과 연계된 스포츠 인프라 구축 등을 강조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당선인은 은퇴 후 2016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8년간 국제 스포츠외교 무대의 최전방에서 뛰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한탁구협회장으로 재임하면서 협회의 물적 토대와 올림픽 성과 등을 이끌어내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은 예상을 깨고 이기흥 회장 등 5명의 경쟁자를 따돌리며 당선이 확정됐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변화의 조짐 부는 체육계
반면 이기흥 회장은 정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했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 복무 점검단은 이 회장을 업무방해와 금품 등 수수·횡령·배임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당시 문체부가 마련한 환영행사를 보이콧하고, 예산 관련해서도 정부와 갈등을 야기한 이 회장이 한국 체육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회장은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는 엘리트와 생활체육 통합 이후 이전 정부의 체육 정책에서 소외된 전문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투사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3선을 위한 권력 사수에 더 신경을 썼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현 회장 체제에 대한 선수와 지도자들의 염증은 유 후보 쪽에는 반사 이익이 됐다. 더욱이 다른 종목 단체장 선거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 현 회장 프리미엄보다 개혁 바람이 더 거센 것이다. 대한씨름협회 황경수 회장과 대한럭비협회 최윤 회장 등이 새 도전자에 밀려 낙마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이끌었던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도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 42세의 이수경 삼보모터스그룹 사장이 회장 선거에 나서자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은 은퇴 후 행정가로 변신해 글로벌 감각을 갖춘 리더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본인 제공


체육인 출신 행정가 편견 보기 좋게 깨 
이처럼 이번 선거는 체육인들이 체육인 출신 당선인을 탄생시킨 개혁 의지가 드러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체육 영웅 출신인 유승민 당선인은 스스로의 열정과 노력으로 행정 경험을 쌓아 후보로 나섰고, 여기에 현직 체육인들이 호응했다. 탁구계 선배인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은 유승민 캠프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해 지지를 호소했고,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총감독은 “유 회장은 직접 전국을 돌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선거 공약을 만들었다”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갔기 때문에 선거인단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2월 부임하는 유승민 당선인에게는 당면한 현안이 많다. 전임 이기흥 회장 체제에서 문체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예산집행권이 축소되고 각종 사업도 크게 위축됐고, 체육계 내부의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하지만 유 당선인이 그동안 글로벌 감각을 갖춘 리더로 역량을 인정받아 온 점은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IOC 선수위원으로 재임했던 8년간 영어실력을 키워 적극적으로 IOC 소위원회 활동을 했고, 국제 스포츠 외교의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면서 다양한 교류를 했다. 탁구협회장으로는 부산 세계선수권(단체전)과 2026 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의 강릉 유치에 성공하며 뛰어난 행정력을 뽐냈다. ‘체육인 출신은 행정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깼던 것이다. 이제는 더 나아가 한국 체육 리더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주인공이 될 것으로 체육계의 기대가 크다.

  유 당선인은 선거 뒤 IOC 위원 도전 등 개인의 영달보다는 무너진 학교 체육과 정부와의 갈등 해소 등 스포츠 현안에 먼저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체육이 바뀔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 당선인이 한국 체육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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