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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정치 실현 호평 속 뒷짐 진 여야
 

부친의 농지 불법 거래 의혹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이 9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 처리됐다. 여야 협의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윤 의원 사직 안건은 223명 의원이 무기명 투표에 참여해 찬성 188표, 반대 23표, 기권 12표로 가결됐다. 지난해 ‘나는 임차인’이라는 본회의 5분 발언 이후 정부 여당에 대한 날카로운 정책비판으로 존재감을 키웠던 윤 전 의원은 정치권에 새로운 ‘책임정치’의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국회


윤희숙 전 의원 “공인으로 책임지겠다”
윤희숙 전 의원 사퇴의 발단은 8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였다. 권익위는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개 정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 가운데 모두 13명이 투기 의혹 대상자로 분류되었는데, 지목된 투기 의혹 대상자 가운데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윤희숙 전 의원이 포함돼 큰 파장이 일었다. 윤 전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으로 조사 결과 명단에 올렸는데, 권익위는 윤 전 의원의 부친이 지난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소재 논을 사들였지만 실제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5년 만에 시세차익을 10억 원 가까이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번졌고, 부친의 토지가 2018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연서면 부동리, 양곡리 미래일반산업단지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 의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윤 전 의원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권익위의 조사 결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졌다. 국회의원이 비리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으로 의원직을 중도에 사퇴하는 것은 유래를 찾기 힘든 일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일신상 이유’로 사직안을 제출해 표결한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 2018년 1월 배덕광 자유한국당 전 의원이다. 당시 배 전 의원은 엘시티(LCT)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15년 10월에는 심학봉 새누리당 전 의원이 성폭력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외에는 대부분이 선거 출마로 인한 사퇴다.
 
윤 전 의원의 사퇴 의사 표명 당시 당 지도부는 만장일치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를 만류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제가 생각하는 가장 무거운 책임은 공인으로서 세상에 내보낸 말에 대한 책임, 소위 언책”이라며 사퇴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에 앞장서서 비판해놓고, 자신의 부친에게 제기된 농지법 위반 의혹에 눈을 감으면 자신의 발언들이 우스워질 여지가 크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사인으로서는 위법 의도가 없었다는 부친의 말을 믿고 수사 과정에 곁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결국 윤 의원의 사퇴안이 처리되며 공직선거법에 따라 내년 대통령 선거와 함께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현 정권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하고 질책해온 당사자로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공인이자 사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윤 의원의 진심 어린 결단”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국회


책임정치 후폭풍, 대선주자에게로?
당초 윤 전 의원의 사직안은 본회의에 상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여당에서 윤 의원의 사퇴를 ‘정치적 쇼’로 규정하고 처리 불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전 의원은 의원회관 방을 빼고 보좌진을 정리하고 세비도 반납키로 하는 등 강력한 사퇴 의지를 보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윤 의원을 말리는 입장이던 국민의힘 지도부도 그의 의사를 존중해 사직안을 처리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협조하겠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사직안 처리를 지연시킨다면 도리어 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물론 윤 전 의원의 사퇴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책임정치의 실현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역구민에 대한 무책임이자 재보궐 선거에 따른 국가적 예산 낭비란 비판도 나온다. 또한 권익위 조사 결과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 등에 대한 검증 등 확인해야 할 지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직은 전례가 없는 일인 만큼, 향후 국회의원의 도덕성과 관련된 사퇴 여부에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회의원과 그 주변인들의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에 대해 여야 모두 논의를 피하는 분위기 속에 검증론은 대선주자들로 확대되고 있다. ⓒ국회


윤 전 의원의 사직으로 권익위 투기 의혹 명단에 함께 지목된 여야 의원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현재 국민의힘은 권익위가 발표한 투기 의혹 12명 중 한무경 의원을 제명을 결정했고, 강기윤, 이주환, 이철규, 정찬민, 최춘식 의원 등 5명의 의원에게는 탈당을 요구한 상태다. 여권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6월 권익위 명단에 오른 12명 중 비례대표 의원인 윤미향, 양이원영 의원 2명은 제명됐고 나머지는 탈당 권유를 받았으나 여전히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고 혐의를 벗었다. 게다가 국회의원과 그 주변 인물들의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를 두고도 여야 모두 논의를 피하는 분위기다.
 
부동산은 내년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부동산 검증론은 대선주자들로 확대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 대부분이 전수조사에 찬성하고 있지만 이들을 조사할 주체를 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책임 공방만 벌이다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적잖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부동산 검증론’이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한 묘안이 필요한 때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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