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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금융의 디지털 혁신 이끄는 고민 해결사

매거진

by issuemaker 2021. 9. 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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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디지털 혁신 이끄는 고민 해결사
  

핀테크 산업은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를 통해 채 10년이 되지 않아 종합금융사로 성장하며 이제는 ‘데카콘’ 진입까지 노리고 있다. 이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경영이 아닌 이용자 중심의 ‘편리한 금융’을 위한 서비스가 연이어 성공한 것이 바탕이 됐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국민의 ‘금융 분노’ 해결사로 출발
‘토스’는 출발부터 금융업을 목적으로 탄생한 기업은 아니다. 창업자인 이승건 대표 역시 ‘금융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인 2008년 삼성의료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며 치과의사로 활동했던 이 대표는 어느 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편한 서비스를 찾아서 개선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승승장구를 달리지는 못했다. 2012년 중소기업청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하고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 법인을 설립한 뒤 모바일 SNS ‘울라불라’와 모바일 투표 애플리케이션 ‘다보트’ 등을 내놨지만 잇따라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국민의 ‘금융 분노’를 풀어줄 간편한 금융 서비스가 처음 생각했던 창업의 계기와 가장 부합하는 산업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2015년 3월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세상에 내놨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송금이나 온라인 쇼핑을 위해선 결제와 보안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로 인증과정을 거치는 번거로움이 있었던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처음 토스가 탄생했을 때만 해도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토스의 사업 방식은 은행과 제휴해 그들의 송금망을 이용해야만 실현 가능한 모델인데, 보수적인 국내 금융업 특성상 시중은행이 스타트업에 이를 열어줄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 2년 동안 숱하게 은행 문턱을 넘나들며 설득과 호소를 이어나가며 송금망을 하나씩 개척해나가기 시작했다. 아울러 간편송금 이용자의 편익을 위해 규제를 해소하는데도 분주히 노력했다. 당시만 해도 간편송금은 ‘불법’ 취급을 받았는데, 실제 2014년 2월 베타 출시된 간편송금은 금융법령에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서비스 2개월 만에 중단됐다. 이에 그는 2015년 1월 열린 정부 업무보고에 청년 기업가 자격으로 참석해 “핀테크는 기존 금융업의 새로운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윈-윈 비즈니스인 만큼 은행들이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의 일을 계기로 간편결제 서비스 허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내려졌고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15년 2월 다시 출시된 토스는 간편송금과 이체, 대출 비교, 카드추천 등 편의 서비스를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해 이제는 2,000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핀테크 업체 최초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토스는 최근 기업가치 8조 원을 넘어서며 ‘데카콘’ 진입도 넘보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아울러 국내 핀테크 업체 최초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반열에 오른 토스는 최근 기업가치 8조 원을 넘어서며 ‘데카콘(10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스타트업)’ 진입도 넘보고 있다. 지난 5년간 매년 매출액을 2배 이상 늘려가더니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0% 증가한 3,898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도 전년 대비 37% 개선된 725억 원을 나타냈다. 토스가 연간 기준 매출 성장과 손익 개선을 동시에 이룬 것은 2015년 서비스 출시 이후 처음이다. 이승건 대표는 “경쟁사와 비교해 매출 규모도 우위지만 매출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특정 금융 분야가 아닌 금융의 전 영역에서 고른 성장을 보이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라며 “올해는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연결기준 매출 1조 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슈퍼 앱’ 전략으로 토스뱅크 출범 앞둬
토스는 10월 공식 출범하는 ‘토스뱅크’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미 ‘금융 대장주’로 올라선 카카오뱅크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할 정도로 기술력과 만만치 않은 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카카오뱅크가 2017년 출범 당시 기존 은행 보다 낮은 금리와 빠른 절차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것처럼, 토스뱅크 역시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한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관계자들의 예측한다. 실제 납입액과 기간에 제한이 없는 연 2%라는 은행권 최고 금리의 수시입출금 통장 사전 신청에는 사흘 만에 50만 명이 넘는 고객이 몰리기도 했다.
 
더욱이 토스뱅크가 주목받는 점은 기존 토스 애플리케이션에 탑재된다는 점이다. 이는 토스 앱이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르는 ‘슈퍼 앱’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자산이 수백조 원에 이르는 은행계 금융지주도 쉽게 이뤄낼 수 없는 과제로 꼽혀왔다. 슈퍼 앱 정책은 비용 절감이나 마케팅 효과의 장점이 있지만, 금융지주의 전체 고객이 최소 1,000만 명에 이르다 보니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등 자회사 서비스를 모두 담으면 과부하 우려가 있어서다.
 

토스는 10월 공식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이미 ‘금융 대장주’로 올라선 카카오뱅크의 강력한 대항마로 올라설지 주목받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하지만 토스는 그간 관련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역사가 있다. 2015년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송금 서비스로 처음 이름을 알린 토스는 신용점수 조회와 대출 중개, 계좌 조회는 물론 카드 발급 및 중고차 매도 등 금융 편의 서비스를 하나의 앱을 통해 속속 출시해 가입자를 늘려나갔다. 특히 토스증권의 순탄한 영업을 계기는 이들의 가능성을 더욱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주식거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 역량이 필요한 만큼 초기 별도 앱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토스는 토스 앱 내에 서비스를 담았다. 이용자 편의성까지 갖춘 토스증권은 지난 3월 출범 이후 3개월 만에 누적 계좌 수 350만 좌를 유치했다. 폭발적인 고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토스증권은 별다른 전산장애나 매매오류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이미 젊은 세대에게 토스는 시중은행 이상의 인지도와 충성도를 자랑한다. 이 대표 역시 “토스는 금융의 모든 면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만들어 나갈 ‘금융의 슈퍼 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주요 영역에 토스가 직접 플레이어로 진출하면서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고객 관점에서 완전히 새롭게 설계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토스뱅크는 토스 앱의 송금 수수료 정책 변경 등으로 고객 혜택을 늘려 시장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토스뱅크는 기존 토스 앱을 활용해 아끼는 비용으로 고객 혜택을 늘려 시장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송금 수수료 정책을 바꿔 전체 사용자를 대상으로 횟수 제한 없는 무료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고, 토스뱅크 체크카드 역시 전월 실적 조건 없이 하루 최대 1,500원, 한 달 최대 46,500원을 현금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후발주자로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이와 같은 파격적인 행보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더욱이 필요한 고객 수를 확보한 후에는 혜택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최근 정부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도 토스에게 부담이다.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부분의 영업시너지를 위해서는 ‘슈퍼 앱’의 활용이 중요한데, 규제가 강화되면 그만큼 기회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카카오나 네이버와 달리 토스는 규모가 작아 아직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 수준의 처우와 복지, 공화국 문화는 토스 직원의 높은 책임감으로 이어진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공화국’ 중심의 조직문화
토스가 단기간에 금융권의 혁신사업자로 부상한 배경에는 ‘공화국 문화’가 있다. 토스의 법인명인 ‘비바리퍼블리카(Viva Republica)’는 ‘공화국 만세’라는 뜻이다. 창업 이전 치과의사 시절 이승건 대표가 감명 깊게 읽었던 공화주의 관련 서적에서 회사명을 따왔다고 알려져 있다. 공화주의에서 진정한 자유란 타인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 상태의 ‘소극적 자유’가 아닌 사적인 형태의 주종적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 ‘적극적 자유’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인의식을 가진 공동체 구성원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대표는 기업을 ‘사원 공화국’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임직원의 주인의식을 일깨우고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 직원이 참여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의회형 회의 ‘전사 위클리 미팅’은 사원 공화국의 일면이다. 이 대표가 새로운 과업을 직원들에게 지시하려면 매주 금요일 열리는 전사 위클리 미팅에서 과업 진행의 이유와 목표 등을 제시해야 하고, 직원들이 던진 질문에 이 대표나 핵심 임원은 합리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비토(거부권)’를 행사할 수도 있다. 마치 그리스 민주정과 고대 로마 공화정의 시민 회의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김유리 토스 경영기획총괄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에서 “토스는 누구나 ‘와이(Why)’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걸 하면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어떤 지표가 움직이는지 묻는 것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토스 직원들의 높은 책임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역시 “최고 수준의 역량과 책임감을 갖춘 인재에게 높은 자율성과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토스의 조직문화”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여기에 최고 수준의 처우와 복지가 더해져 토스의 기업문화가 성과를 내자 기존 금융권에서도 이러한 자율과 책임 강조가 조금씩 퍼져가는 분위기다.
금융업의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금융지도를 만들고 있는 토스는 오랜 시간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던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토스가 제시하는 ‘혁신’이 신뢰할 수 있는 금융경제 산업 구축과 이용자 중심의 금융생태계 구축이라는 ‘열매’로 맺어질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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