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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로켓 성장’ 신화의 빛과 그림자

매거진

by issuemaker 2021. 7. 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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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성장’ 신화의 빛과 그림자
 

쿠팡은 지난 몇 년간 ‘로켓배송’이란 이름의 빠른 배달과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앞세워 급격히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매출 10조원마저 돌파했다. 그리고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쿠팡은 올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모습의 이면에 노동자 착취 문제와 물류센터 안전 문제 등 드리운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쿠팡


설립 11년, 국내 유통지도 뒤바꿔
쿠팡은 지난 2010년 김범석 현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딸 윤선주 이사,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동문인 고재우 부사장과 합심해 설립했다. 13살 때 현대건설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김 의장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와 동 대학 비즈니스 스쿨(MBA)을 졸업한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대학 재학 시절이던 1998년 학생들을 위한 시사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2001년 뉴스위크에 매각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명문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빈티지미디어’라는 매거진을 창간해 성공적으로 매각한 바 있다. 이러한 창업 성공 경험은 이내 쿠팡으로 이어졌다.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의미처럼 초기 쿠팡은 소셜 커머스 기업이었다. 설립 당시 1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1년 만에 300명이 넘는 구성원을 꾸렸고, 매출 역시 8개월 만에 100배 증가시켰다.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와 함께 소셜 커머스 3사로 성장하자 2014년에 로켓배송을 도입해 ‘이커머스’로 방향을 전환했다.

쿠팡은 지난 몇 년간 ‘로켓배송’이란 이름의 빠른 배달과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앞세워 급격히 성장했다. ⓒ쿠팡


  이후 쿠팡의 전략은 대규모 손실을 감수한 막대한 투자였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순 손실 규모만도 4조 5,500억 원에 이를 정도다. 세간의 우려가 계속되었지만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며 기업 규모와 매출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어서 2015년 매출 규모 1조 1,000억 원에서 지난해 13조 3,000억 원까지 급성장했다. 올 1분기 매출 역시 4조 7,34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김범석 의장은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쿠팡은 성장주기(growth cycle)의 초기 단계에 있다”며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에 전국적으로 쿠팡의 손길이 닿는 범위를 50%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IPO 신고서에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포기할 계획”이라며 “고객 기반을 늘리기 위해 상품군 확대와 마케팅 채널 확장, 물류센터 시설 확장 등에 상당한 금액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쿠팡은 2025년까지 전국을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0km 이내에 두겠다는 목표로 100여개의 독자적인 물류센터를 구축했고, 배송 인력도 직접 고용해 2021년 4월 기준 총 직원 수는 5만 4,000여명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진행하며 ‘라스트 마일’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그동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이유도 로켓배송의 잠재력을 높이 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기반으로 물류센터 시설 확장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쿠팡


과감한 신사업 진출로 수익원 다변화 속도
쿠팡은 신사업에 속속 뛰어들며 수익원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9년 단건 배달을 앞세워 시작한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는 무섭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론칭 이후 1년간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시장이 커지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가 걸리는 모양새다. 일반적인 배달 어플리케이션이 여러 주문을 받아 한 번에 배달하는 방식이라면, 쿠팡이츠는 어떤 주문이라도 곧장 배달하는 ‘한 주문 한 배달’ 시스템으로 차별화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쿠팡이츠의 다운로드 점유율은 2.9%로 배달의민족(49.1%)과 요기요(39.3%)에 비해 크게 뒤처졌지만, 올해 1월 기준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의 시장 조사에서는 점유율이 14%로 요기요(18%)를 바짝 추격하는 결과가 나왔다.

  쿠팡은 지난해 연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으로도 진출해 ‘쿠팡플레이’를 론칭했다. 영화와 TV 시리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쿠팡의 프리미엄 멤버십 ‘로켓와우’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추가 비용 없이 월 2,900원 멤버십 비용만으로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과 비슷한 전략이다. 아마존은 2007년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시작해 가입자 확대에 큰 도움을 받았다.

  서비스 론칭 초기 ‘볼 작품이 없다’, ‘PC 버전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안착하는 모양새다. 손흥민이 몸담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경기 등 스포츠부터 버라이어티쇼 SNL코리아와 배우 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어느 날’ 등 오리지널시리즈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도쿄 올림픽의 온라인 단독 중계권도 확보하려 했지만 보편적 시청권 논란 속에 이는 포기했다.

  쿠팡이 OTT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쇼핑과 미디어의 결합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도 관련이 큰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실제 쿠팡은 고객이 신선식품·공산품 등 생필품을 주문하면 배달원이 즉시 배달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 이어 대만 타이베이시 중산구 지역에서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쿠팡은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사업성과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용 지역을 넓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근거리 생필품 즉시 배송서비스인 ‘쿠팡이츠 마트’ 시범 운영을 시작하는 등 퀵커머스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이처럼 쿠팡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수익원 다변화를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에 상장한 만큼 그동안 키운 몸집에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해서다. 언제까지 막대한 영업적자에 시달릴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장 올해 연간 적자액을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분기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 손실액 역시 3,396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3배나 늘었다.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덕평 물류센터에 발생한 큰 화재는 쿠팡에게 생각보다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물류센터 화재 이후 여론 악화되며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쿠팡은 유통업계의 혁신을 이끌며 메기 효과를 일으켜왔다. 하지만 ‘K-유니콘’이라는 모습의 이면에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지난 6월은 ‘잔혹의 달’이라 부를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쿠팡에 갖은 악재가 겹친 한 달이었다.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덕평 물류센터에 발생한 큰 화재는 천만다행으로 300명에 가까운 근로자 중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끝났지만, 쿠팡에게 생각보다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금전적 손실은 물론이고 여전히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화재 진압 과정에서 고(故) 김동식 대장이 순직하며 쿠팡은 큰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여론의 분노가 쿠팡으로 향하게 된 데는 김범석 창업자의 갑작스러운 이사회 의장 사퇴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게 중론이다. 쿠팡은 화재가 발생한 17일 김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발표하며, 창업자가 한국 쿠팡 지분 100% 보유한 미국 증시 상장법인 쿠팡Inc의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해 글로벌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하필 화재가 발생한 날과 보도자료 발표 시점이 겹치며 김 의장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대표로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직을 급작스레 사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쿠팡 측은 사퇴는 사고 17일 전인 5월 31일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해가 쌓이며 온라인 공간에서는 쿠팡 탈퇴와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실제 이용자 수도 급감해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기 전 2주(6월 3일~16일)간 평균 일 이용자 수(DAU)는 약 945만 명이었는데, 화재 이후 2주(6월 17일~30일)간 평균 일 이용자 수는 약 834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심지어 6월 25일엔 799만 1,482명까지 하락했다. 쿠팡은 화재가 발생한 덕평 물류센터 인근 주민 보상과 출장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숨진 김 구조대장의 유가족을 위한 장학기금 마련과 물류센터 직원의 98.3%를 수도권 다른 물류센터 20여 곳에 전환 배치하는 등 여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임직원 60여명이 지난달 이천시 마장면을 찾아 환경 정화에도 나섰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평균 DAU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간의 불편한 시선과 여러 악재 속에 쿠팡이 그동안의 성공 신화를 어떤 식으로 이어나갈지 쿠팡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쿠팡


  하지만 등을 돌린 소비자들의 쿠팡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쿠팡 배송기사와 물류센터의 노동환경 문제와 이로 인한 직원들의 잇따른 과로사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휴게 시간 보장과 임금 인상, 노동 강도를 두고 지속적으로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그룹 등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이른바 ‘반(反) 쿠팡’ 연대를 결성하며 독주 체재에 제동을 걸고 있는 모습도 부담이다. 쿠팡의 뉴욕 증시 입성을 전후로 경쟁사들은 움직임은 전례 없이 분주해진 상태다. 네이버는 로켓배송에 맞서 CJ대한통운과 물류 전문 스타트업들과 ‘물류 동맹’을 맺고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인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역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해 시장 점유율에서 쿠팡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바야흐로 ‘쩐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쿠팡 역시 상장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확보한 만큼 자체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세간의 불편한 시선과 여러 악재 속에 쿠팡이 그동안의 성공 신화를 어떤 식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 김범석 의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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