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만든 번역 엔진, 세상의 장벽을 허문다
지구상에서는 매일 10억 건 이상의 번역이 발생하고, 1,400억 개 이상의 단어가 번역되고 있다. 최초로 번역 서비스를 선보인 구글은 매달 5억 명 이상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번역 산업은 세계화를 가속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다국어 서비스가 없었다면 세계의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할 것이다. 상품과 서비스,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번역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최근 AI 기반 신경망 번역까지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호사가 직접 작업하는 법률번역, 좋은 데이터에서 좋은 번역이 나온다.
우리는 구글, MS, 파파고 등 다양한 번역 서비스를 통해 쉽고 빠르게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특히 구글 번역 서비스는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며 머신 러닝 기반 음성 인식 및 이미지 인식 기능은 물론이고, 최근 AI 기반 신경 기계 번역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신경망은 기계학습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실제 뇌 신경을 모방한 전산 단위로 수백만 또는 수십억 개의 뉴런이 각각 입력한 정보를 다른 뉴런에 전달해 지식을 확장시키는 알고리즘으로 결과물을 도출한다. 하지만 문제는 데이터의 한계이다. 변호사 출신의 법률 번역 전문가들이 뭉쳐 주식회사 베링랩(Bering Lab/이하 베링랩)을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글 베링랩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가 해외 특허출원을 통해 해외 진출 판로를 찾으면서도 특허출원 비용의 50%를 번역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장벽 때문에 망설이게 됩니다. 이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고자 베링랩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라며 법률특허 번역서비스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무엇보다 베링랩의 엄청난 경쟁력은 발굴된 좋은 데이터를 정제하고 학습시키고 검수하고 피드백 할 수 있는 변호사 출신의 전문번역인력 집단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이력과 경험이 만든 법률특허 데이터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일반 번역 플랫폼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한 법률 문서까지 정확한 번역이 가능하다. 현재 베링랩은 첨단번역기술의 자체 번역 엔진 개발을 완료한 상태이다.
배링랩은 구글이 2017년 개발한 최첨단 신경망구조를 토대로 학습 단어량을 줄이고 희귀 단어, 미학습 단어에 대응이 가능한 sub-word 토큰화를 채택했다. 보다 많은 학습 데이터를 확보해 개선된 번역을 창출할 수 있는 준지도 학습(Semi-Supervised Learning)과 가장 적절한 문장을 생성하는 beam-search 디코딩을 적용하였으며, 특히 기계번역에 대한 인간 포스트 에디팅을 지원해 오류를 수정하는 컴퓨터보조번역 툴을 채용함으로써 최상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허 대표는 “MTPE(기계번역 포스트에디팅)는 전문 변호사가 편집하는 기계번역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고 품질의 번역물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언어 장벽 없이 비즈니스 하는 세상을 위하여
국내외 명문 로스쿨 및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배링랩은 품질뿐만 아니라 비용과 안전 유지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존 비용 대비 10~20% 수준으로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가진 변호사 집단에게 법률, 특허 및 회계 번역을 믿고 맡길 수 있다. 원칙적으로 로펌이나 특허 법인에서는 보안성에 민감하므로 외부 번역기를 사용할 수 없다. 번역 의뢰 수요는 많은데 전문 번역인력은 한정적이니 고비용의 인건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많은 분량의 번역을 시간에 쫓기며 처리하다 보니 클라이언트는 100% 만족하지 못하고 번역회사는 마진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이러한 과거의 구조 안에서는 모두가 행복할 수 없었다. 허글 대표는 “불행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컴퓨터와 AI를 선택했습니다”라며 “기계번역, MTPE 등의 다양한 서비스 모델과 9월 출시될 ‘CAT Tool’ 번역물 검수 소프트웨어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과거의 힘들었던 경험이 행복으로 전환되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이지만 모두가 업계의 전문 경력자이기 때문에 큰 난관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베링랩은 ‘아시아와 서구의 교두보인 베링해협처럼, 언어 장벽으로 인해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다리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법률특허분야 전문 번역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보급함과 동시에 로펌마다 보안성을 제고한 ‘전용 번역기’를 만들어 보급할 계획임을 내비친 허 대표는 “모든 법무법인에 설치된 판례검색 서비스처럼 ‘모든 로펌에 설치되는 번역기’로 발전 시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창업 이전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돼있었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창업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맥킨지, 법무법인 화우 등에서 경력을 쌓았고 미국 뉴욕 변호사이자 매사추세츠 변호사 자격으로 활동해왔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기에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 환경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삶의 활력소가 부족했다. 인생의 방향성은 보이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나만의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기장치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지금의 팀원들을 만나게 됐고, 매일이 즐거운 삶을 찾게 됐다”
글로벌기업에서의 근무와 스타트업 근무에 다른 점이 많은가?
“이론적으로 다른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컨설턴트의 입장이 아니라 대표자이자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이슈와 마주하다 보니 결정에 대한 압박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스타트업을 하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어떠한 리더가 되고자 하는가?
“아직 리더로서 걸음마 단계이기에 제가 앞에 서서 진두지휘한다는 생각보다는 구성원들이 하는 일을 정성스레 조사하고 고민해 그들에게 일을 믿고 맡기고,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조력하고 싶다. 세상의 장벽을 허물겠다는 챌린지에 참여하고 싶은 유연하고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당돌함을 갖춘 이들이 베링해협을 건널 베링랩 호에 합류하길 바란다. 이들과 함께 출근하기가 기다려지는 회사, 출근하는 데 꺼려짐이 없는 회사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이슈메이커 김남근 기자 issue884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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