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의 시선으로 꿰뚫은 콘텐츠 시장
‘휴먼 터치’ 철학으로 글로벌 진출 정조준
어린 시절 이불 속에서 만화책을 읽으며 밤을 지새우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향수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서도 만화가 주는 본능적인 이끌림과 감정적 동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만화의 흡입력을 마케팅과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획기적인 스타트업이 등장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로 ‘만화제면소’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교차하는 폭발적인 융합의 시대, 만화제면소는 기업의 광고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동시에 평범한 개인을 인플루언서로 육성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공학적 시스템 사고와 콘텐츠 기획력을 동시에 발휘하며 무한한 가능성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허주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로벌 공학도, 자신의 ‘도메인’을 발견하다
허주희 대표는 콘텐츠 창작을 넘어 자체 AI 솔루션까지 직접 개발하는 기업의 대표답게, 업계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해외 명문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 9년 이상 거주하며 폭넓은 국제 감각을 익혔다. 졸업 후에는 태국의 제조 현장에서 공장 자동화 엔지니어로 활약하며 탄탄한 실무 경력을 쌓기도 했다. 이러한 인생 항로 속에서 그의 내면 깊은 곳에는 늘 자신만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개척하려는 창업과 도전을 향한 강렬한 갈증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2022년 무렵이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용하는 ‘QR 오더’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는 아이템으로 첫 창업에 도전했다. 홍콩과 중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시스템이었기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식당 오너들에게 무상으로 시스템을 설치해 주겠다고 설득해도 돌아오는 것은 번거롭다는 거절뿐이었다. “식당 주인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으니 그들의 진짜 고충을 이해하고 설득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나의 도메인(영역)’이 아니라면 시장을 뚫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
귀중한 교훈 속에 허 대표가 발견한 진짜 도메인은 바로 ‘인스타툰(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만화)’이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게임 사이트에 취미로 만화를 연재할 만큼 창작에 대한 열망이 컸던 그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담은 스토리툰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불과 2주 만에 뚜렷한 성과가 나타났고, 여러 개의 계정을 동시에 운영하며 자신만의 성장 전략을 수립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인스타툰 작가도 유튜버처럼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언어 번역만으로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꿰뚫어 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가 닉네임인 ‘이원자탄소’를 딴 회사를 설립했고, 이것이 지금의 ‘만화제면소’로 이어지게 되었다.

독자적 AI ‘꿈잉’, 만화 광고의 진입 장벽을 허물다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서 기업들은 매일 수많은 광고 소재를 쏟아내지만, 소비자의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허주희 대표는 ‘만화 광고’가 이 한계를 돌파할 열쇠라고 확신했다. 어릴 적 만화에 대한 추억을 자극하는 만화형 콘텐츠는 일반적인 한 장짜리 이미지 광고보다 가독성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화제면소가 자체 진행한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일반 광고 매체와 비교했을 때 만화 광고 소재의 CPC(클릭당 비용) 효율이 3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최저 CPC 0.03달러, 평균 CPC 0.09달러라는 성과를 기록하며 메타(Meta) 광고 소재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문제는 제작의 허들이었다. 광고 하나를 위해 마케터가 직접 그림을 그릴 수도, 매번 고비용의 작가를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화제면소는 자체 AI 프로그램인 ‘꿈잉(GGOOMING)’을 개발했다. 꿈잉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템플릿과 그림체를 기반으로 캐릭터와 소품(에셋)을 일관되게 생성하고 후처리 편집을 통해 고퀄리티 만화를 제작할 수 있게 돕는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만화제면소는 꿈잉을 바탕으로 크게 세 갈래의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하고 있다. 기업 내부에 직접 콘텐츠 제작 역량을 내재화하고 싶다면 꿈잉 프로그램 구독과 함께 광고 성과를 극대화할 노하우를 전수받는 ‘기업 출강 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 툴을 직접 다루는 대신 빠르고 효율적인 광고 집행을 원한다면 만화제면소의 풍부한 내부 작가 풀과 매칭되어 만화 소재 제작부터 메타 광고 대행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게 된다. 더 나아가, 통상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소요되는 기업 캐릭터 디자인 비용을 대폭 절감시키며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매력적인 지식재산권(IP)으로 키워내는 계정 운영 대행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전천후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허 대표는 전용 플랫폼인 ‘만제소’ 사이트를 구축해 광고주와 작가의 매칭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했다. 공장 자동화 엔지니어로서의 경험과 산업공학적 뼈대가 주먹구구식이었던 콘텐츠 시장에 완벽하게 이식된 결과물이다.

600명의 크리에이터 인큐베이팅, ‘휴먼 터치’의 철학
허주희 대표의 경영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휴먼 터치’다. 만화제면소는 단순히 콘텐츠 제작사이자 툴을 제공하는 IT 기업을 넘어, 600명에 달하는 소속 작가를 둔 거대한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로 기능하고 있다. 허 대표는 한 달간의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그림 비전공자도 다수 팔로워를 보유한 작가로 데뷔시키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완성했다. 실제 육성된 신규 채널이 2주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하는 등의 성과로 그 위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취업 준비생이나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새로운 사회적 자아와 수익 창출의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 또한 막대하다.
AI가 모든 것을 그려낼 수 있는 시대에, 허 대표는 왜 굳이 작가를 육성하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던 걸까? “모든 사람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제 동생은 경계선 지능을 가졌지만, 특정 언어 분야에서는 현지인처럼 뛰어난 능력을 발휘합니다. 사람의 가치는 획일화된 지능으로 평가받을 수 없죠.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일상툰에 열광하는 이유는 완벽한 그림체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녹아든 작가의 진짜 경험과 스토리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냄새’가 결합할 때 비로소 진정한 광고의 가치가 창출됩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휴먼 터치’를 더할 수 있는 인간 작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글로벌 진출과 교육 혁신, 한계를 모르는 스케일업
뛰어난 실행력과 KPI(핵심 성과 지표) 달성에 대한 놀라운 집념으로 무장한 허주희 대표는 창업 초기 1인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 개발자와 마케터를 합류시키며 팀을 빌드업하고 있다. 올해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를 발판 삼아 연내 투자 유치와 하반기 팁스(TIPS) 선정을 목표로 전력 질주 중이다.
해외 진출의 청사진도 선명하다. 동남아와 중화권에서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 및 인큐베이팅 경험을 보유한 그는 해외 피칭과 사업 전개에 거침이 없다. 하반기 본격적으로 해외 광고주 유치를 시작하고, 오는 10월 대만 타이베이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소속 작가들을 이끌고 참가해 K-인스타툰과 AI 융합 콘텐츠의 위상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사업 영역의 확장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만화제면소는 배움 플랫폼 ‘클래스101’과 손잡고 자영업자와 스타트업, 1인 창업가를 위한 ‘실전 마케팅 아카데미’를 공동 론칭하며 마케팅 교육 분야로도 보폭을 넓혔다. 이는 단순한 이론 중심의 교육을 넘어, 만화제면소가 축적한 수백 건의 실제 광고 성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무형 커리큘럼이다. 어떤 광고 소재가 구매 전환을 유도하는지, 어떤 유형의 인플루언서와 협업해야 높은 성과를 내는지 등 실제 현장에서 검증된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활용 전략과 메타 광고 집행 노하우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광고주들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이 실전 아카데미는 만화제면소의 무한한 비즈니스 확장성을 방증한다.

“저의 궁극적인 꿈은 ‘모든 사람이 쫓아갈 수 있는 꿈을 갖게 만드는 것’입니다. 만화제면소를 통해 창작자들이 새로운 자아를 찾고, 저 역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항해는 어렸을 때부터 ‘창조, 꿈, 도전’의 가치를 심어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의 여유’를 물려준 부모님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 저의 비전을 믿고 따라주는 작가분들이 있기에 실현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걷기보다 스스로 도메인을 개척하며 차가운 기술에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허주희 대표. 그가 정교하게 빚어내는 콘텐츠 생태계가 전 세계 마케팅 시장과 창작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꿈의 무대를 선사할지, 한계를 모르는 만화제면소의 거침없는 여정을 응원해 본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 [히든 챔피언] 이건호 포인트제로 대표 (0) | 2026.07.01 |
|---|---|
| [히든 챔피언] 김서희 일로스튜디오 대표 (0) | 2026.07.01 |
| [Cover Story] 정직함으로 찾는 아름다움의 기준 (0) | 2026.06.23 |
| [Cover Story] 권안나 경남뮤지컬단 단장·총감독 (0) | 2026.06.08 |
| [히든 챔피언] 김경덕 (주)다윈이엔씨 대표 (0) | 2026.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