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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챔피언] 김서희 일로스튜디오 대표

이슈 인터뷰

by issuemaker 2026. 7. 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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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손맛’으로 브랜드의 온기를 그리다

실행력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클라이언트와 동반 성장
일러스트와 컬러감 가미해 완성되는 다채로운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가 세상에 건네는 첫인상이자, 고유의 철학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가장 직관적인 언어다. 특히 시각적 자극이 범람하고 인공지능(AI)이 단 몇 초 만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 속에서, 역설적으로 사람의 온기와 정성이 담긴 디자인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세련된 꾸밈을 넘어 브랜드의 고유한 스토리를 일러스트와 색채로 번역해 내는 ‘일로스튜디오’가 주목받는 이유다. 우연한 기회에 만든 메뉴판 디자인 하나로 시작해, 이제는 굵직한 기업과 기관,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어엿한 파트너로 성장한 김서희 대표. 기술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작가적 감성으로 클라이언트의 막연한 상상을 선명한 희망으로 그려내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일로스튜디오


알바생의 메뉴판, ‘도심 속 작은 섬’을 띄우다
김서희 대표의 디자인 여정은 거창한 마스터플랜보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스며듦에 가까웠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디자인 외길을 걸어온 그는 대학 재학 시절 카페 아르바이트 중 가볍게 만든 메뉴판 하나로 인생의 반환점을 맞았다. 재능을 알아본 카페의 대표가 여러 디자인 업무 파트너십을 선뜻 제안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카페에 별도의 디자인 비용을 투자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필요 없는 돈을 쓴다는 핀잔 속에서도 저를 발굴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신 사장님 덕분에 포트폴리오의 단단한 기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입소문을 타며 출발점이던 대구를 넘어 경주, 포항 등지에서 외주 작업이 밀려들었고, 취업 후에도 직장 생활과 프리랜서 업무를 병행하다 결국 2020년, 선택과 집중을 위해 홀로서기를 결단했다. 일로스튜디오’가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다.

  스튜디오의 이름인 ‘일로(Ilot)’는 김 대표의 생일(2월 15일)에서 따온 발음이자, 프랑스어로 ‘도심 속 작은 섬’이라는 뜻을 지닌다. 홀로 작업실에 앉아 디자인에 몰두하는 그의 성향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이름이다. 동시에 수많은 클라이언트와 ‘일로 만난 사이’로 시작해 끈끈한 인연을 맺어간다는 따뜻한 의미도 함께 품고 있다.

소통과 다채로운 색채로 완성하는 브랜딩
일로스튜디오는 뚜렷한 콘셉트를 지향하는 F&B, 라이프스타일, 코스메틱 브랜드를 대상으로 일러스트와 다채로운 컬러감이 돋보이는 브랜딩을 전개한다. 패키지 하나를 만들더라도 단순히 텍스트와 사진을 얹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장면을 먹음직스럽고 감각적인 그림으로 구현해내는 식이다.

  브랜드가 가진 무형의 스토리를 다채로운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완성도를 보일 수 있는 비결은 클라이언트와의 세심한 ‘소통’에 있다. 작업 전 브랜드의 방향성과 키워드, 내포된 의미를 묻는 질문지를 꼼꼼히 살피고,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시각화해 일차적인 합의에 도달한다. 이후 끊임없는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결과물을 고도화한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의 선을 넘지 않는다면, 10번이든 기꺼이 수정하며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반영합니다. 이러한 진심 덕분인지 짧게는 몇 개월로 끝날 인연이 2~3년씩 신제품 출시 작업으로 길게 이어지며 동반 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기술이 디자인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현재, 김 대표는 오히려 이를 명확한 차별화의 기회로 삼는다. 그는 AI 툴을 목업 이미지 제작이나 무드 설정 등 보조적인 역할로만 활용하고, 핵심적인 그림과 브랜딩 작업은 온전히 사람의 손끝으로 완성한다. “최근 클라이언트께서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감성을 만들어 주신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큰 힘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디자인 시장은 AI를 기술적으로 잘 다루는 디자이너와 고유의 화풍을 지닌 ‘작가성’ 디자이너로 나뉠 텐데, 저는 후자에 가까운 디자이너로 남고 싶습니다.”

 

일로스튜디오는 뚜렷한 콘셉트를 지향하는 F&B, 라이프스타일, 코스메틱 브랜드를 대상으로 일러스트와 다채로운 컬러감이 돋보이는 브랜딩을 전개한다. ⓒ일로스튜디오


“일단 해보자”는 뚝심, 책임감으로 그리는 내일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창업 전선에 뛰어든 탓에, 견적 산정부터 클라이언트 응대까지 모든 것을 홀로 부딪치며 깨우쳐야 했다. 조언을 구할 선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를 지탱한 것은 “일단 해보자”는 특유의 긍정적인 뚝심과 막중한 책임감이었다. 클라이언트의 론칭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7년간 출산 시기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일에 매달렸다.

  “번아웃이 올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스튜디오를 찾아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함과, 프리랜서로서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묘한 긴장감이 오히려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죠. 제가 디자인한 결과물이 길을 지날 때 보여지고, 작업해 드린 F&B 매장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볼 때면 모든 피로가 씻겨 내려갑니다.”

  김 대표는 묵묵히 육아와 집안일을 도와주며 전폭적으로 응원해 주는 남편에 대한 애틋한 감사를 전하며, 자신이 겪었던 막막함을 후배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내비쳤다. 실제로 그는 SNS를 통해 자문을 구하는 주니어 디자이너나 학생들에게 스스럼없이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며 멘토링을 자처하고 있다.

  거창한 외형 확장이나 기업화보다는 10년 뒤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믿고 찾아주는 단단한 ‘퍼스널 브랜드’의 작가이자 디자이너로 남고 싶다는 김서희 대표. 기술의 파고 속에서도 아날로그적인 온기와 진정성을 잃지 않는 일로스튜디오의 다채로운 시각 언어가 앞으로 또 어떤 브랜드의 꿈을 아름답게 채색해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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