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잎을 흔들고, 그 바람이 만든 그림자가 하얀 나무둥치를 타고 흐른다. 그 사이 자작나무 숲길은 소리 없이 깊어진다. 이곳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조용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길을 알고 있었던 듯, 그들은 말을 줄이고 숨결로 대화를 이어간다.
자작나무는 하얗고 곧다. 겉모습만큼이나 안쪽도 투명한 듯한 이 나무들은 빛을 머금고 그늘을 만들며 걷는 이에게 위로를 건넨다. 어쩌면 사람도 그렇다. 투명하되 강하고, 조용하되 흔들리지 않는 삶을 닮고 싶어진다.
숲길을 걷는다는 건 단지 자연 속을 거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해 걸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한 걸음 한 걸음 나무 사이를 지나며 마음도 함께 정돈된다. 나무는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우리는 그 곁에서 비로소 자신을 돌아본다.
이슈메이커 김남근 기자 issue884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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