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수 펜싱클럽, 대한민국 펜싱의 초석을 다지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개최된 2024년 파리올림픽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팀 코리아’의 저력을 발휘하며 스포츠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금 높였다. 당초 금메달 5개 내외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최소 규모의 선수단에도 금메달 13개로 종합 순위 8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그중 펜싱 종목 역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서의 위상을 이어갔다. 특히 여자 사브르 단체 대표팀은 올림픽 역사상 첫 은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이뤘고 그 중심에는 맏언니 윤지수 선수의 남다른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지난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미녀 검객 윤지수도 정든 피스트와 작별을 고했다. 물론 차기 올림픽에 도전하며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어갈 수도 있었으나 그는 개인의 영위보다 대한민국 펜싱 저변 확대와 후진 양성이라는 출사표로 자신의 이름을 건 펜싱클럽의 시작을 알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펜싱 레전드이자 미녀 검객인 윤지수. 그가 지금껏 피스트 위에서 흘린 땀 한 방울과 내디딘 한 걸음은 모두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가 됐다. 이제는 그는 윤지수 펜싱클럽의 대표이자 지도자로서 또 한 번의 인생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
공식 은퇴를 선언한 소감은
“지난 12월 31일부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솔직히 눈을 뜨면 늘 하던 운동을 이제는 하지 않는다는 게 아직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제가 선수로서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이 여기까지 달려왔기 때문에, 은퇴에 대해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어요. 지금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현재 펜싱 클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엘리트 선수들을 만나 무료로 레슨을 진행하거나 펜싱 체험을 제공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어요. 칼을 처음 잡아보는 친구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하고,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가르치다 보니, 저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은퇴 후 달라진 일상이 궁금하다
“현역 시절에는 시합이 끝나면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느라 여유가 없었어요. 제 스스로를 위한 시간도 부족했고, 지인들과 충분히 교류할 시간도 없었죠. 이제는 그런 시간들을 가지며 주변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일상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펜싱 클럽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그 안에서 다시 열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설렘이 더 큰 것 같아요.”
대한민국 펜싱 저변의 확대, 실감하는 부분일까?
“제가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외국 선수들의 실력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펜싱을 시작했기 때문에 손 센스와 감각에서 차이가 컸죠.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도 초등학생 때부터 펜싱을 배우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이는 우리나라 펜싱이 유럽처럼 조기에 실력을 키우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국가대표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을 잘 지도한다면, 앞으로 한국 펜싱은 더욱 발전할 거라고 믿어요. 이런 미래를 위해 제가 클럽을 운영하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 더 훌륭한 선수들이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근 펜싱의 관심과 선호도가 증가한 이유는
“펜싱은 아무나 즐길 수 없는 특별한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신사적인 매력이 있고, 한 번 경험해 보면 쉽게 그만둘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종목이에요. 또한,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이 펜싱을 배우는 것에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 입시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펜싱 점수가 SAT 등 입시에 반영되기도 하고, 하버드, 스탠퍼드 같은 명문 대학 출신의 올림픽 펜싱 선수들도 많아요. 이런 점에서 펜싱은 단순히 운동을 넘어서 교육적인 가치를 가지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들이 부모님들께서 펜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윤지수 펜싱 클럽의 차별화는 무엇일까
“저희 클럽에서는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 드립니다. 펜싱 장비가 가격대가 다양하고,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께 부담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클럽에서는 모든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니 편하게 오셔서 훈련을 즐기시면 됩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매너 있는 스포츠로서 펜싱을 가르치며, 집중력과 성취감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도복을 입고 땀 흘리는 스포츠인 만큼 운동 효과도 높아요. 성인 취미반도 운영할 계획이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대우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세련된 인테리어를 신경 썼고, 제가 항상 클럽에 상주하며 가능한 많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지도자로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픈지
“펜싱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들과 상담하며 아이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이들과 직접 대화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부모님과도 소통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진심을 전하려 합니다. 또한 저는 선수들에게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과거에 제가 잘했던 부분만 고집하다 보면 선수들에게 실망만 안길 수 있어요. 각자의 가능성을 존중하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은 기본 옵션이에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노력이 없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또, 다양한 자세로 스포츠를 이해하며 접근하는 태도 역시 중요합니다.”
어떻게 펜싱을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체육 선생님의 추천이 컸습니다. 중학교에 펜싱부가 있었고, 운동 신경이 좋다는 말에 설득되어 펜싱을 접하게 됐습니다. 첫 대회를 중학교 2학년 때 나갔는데, 긴장과 설렘 속에서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코치님께서 ‘이제부터 좋은 성적이 계속 날 거다’라고 확신을 주셨는데, 그 말이 제게 큰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저는 재능보다는 무조건 ‘노력’으로 채웠다고 생각합니다. 오뚝이처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집요함이 있었어요.”
선수로서 가장 의미 있는 발자취를 꼽자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사브르 최초로 단체 금메달을 땄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여자 사브르 최초로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땄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어요. 마지막 올림픽인 파리 올림픽 역시 팀워크와 신뢰가 가장 중요한 단체전에서 4년 동안 준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 정말 큰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현역 시절 미녀 검객 윤지수의 강력한 한 방은
“아마도 ‘집요함’과 남다른 ‘열정’ 아닐까요? 저는 한 번 시작하면 해내야 한다는 오뚝이 정신이 강했어요. 경기에서 1등을 해도 바로 다음 시합을 걱정할 정도로 계속 앞을 내다보는 성격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레전드 투수인 아버지의 존재도 남다르지 않나
“아버지(롯데 자이언츠 투수 윤학길) 덕분에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어 오히려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TV에서 보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성장에 있어서는 어머니가 ‘정신적 지주’ 같은 분이셨어요.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시차에 맞춰 연락해주셨고, 제 랭킹이나 다른 선수들의 동향까지 꼼꼼히 챙기셨어요. 어머니의 꾸준한 응원과 관심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겁니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서 선수 생활에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젊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빨리 시작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고, 저의 경험과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전달하려는 마음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은퇴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경기에 대한 열망도 중요하지만, 제 2의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분명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후배 선수들에게 남기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이 글을 보는 후배 선수들이 있다면 ‘행복하게 펜싱해라!’ 이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어요.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경기에 졌다고 해서 내 인생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이긴다고 해서 모든 게 완벽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펜싱을 하며 얻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이런 마음으로 펜싱을 하며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노력이 기본 옵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능이 있어도 꾸준히 훈련하지 않으면 한계가 옵니다. 또한, ‘스포츠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시야로 훈련에 임하고, 경기에서 배운 것을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향후 제2의 인생 도전에서 이루고픈 바는
“앞으로 클럽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펜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요. 제 목표는 단순히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한 단계씩 차근차근 나아가며 저 또한 지도자로서 배우고 성장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저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여정을 이어가는 저를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슈메이커 김갑찬 기자 kapchan17@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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