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박의 리모델링 통한 공간 서비스 제공
환경 보호와 동시에 새로운 경험 제공 기대
전 세계 어촌이 공동으로 직면한 도전과제를 함께 인식하고, 국가·공동체 간 협력적 대응 방안 마련 및 이행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지난해 11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2024 세계어촌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 포트하우스의 하지훈 대표는 폐선박을 활용한 해양 서비스의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을 발제하며 국내외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바다 쓰레기, 새로운 가치를 향한 항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바다에서 삶을 영위하며 고유의 해양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항만은 수출입 화물의 대부분을 처리하며 그간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주요 인프라 시설로 기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최근 들어 노후하고 기능을 상실하는 항만이 발생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과 도시의 잠재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성장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트하우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 관광 인프라 개선을 통해 국내 항만이 가진 잠재력을 발현하고자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하지훈 대표가 주목한 건 ‘폐선박’이다. 보통 선령(船齡) 25년이 넘은 선박은 낡고 오래돼 폐선 처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대부분 선박이 환경오염 가능성이 큰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힘들고, 폐기 시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등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환경 규제가 적던 일부 해외 국가로 수출하기도 했으나 전 세계에 부는 ESG 바람 속에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그래서 하 대표는 폐선박의 리모델링을 통한 공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임무를 다한 선박을 해체하고 폐기물로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비용을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데 활용해보자는 취지다.
가장 먼저 구상한 건 선상 호텔과 영화관의 만남이다.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지방자치단체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으로 행사·문화 공간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테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때 항만을 찾아 포트하우스에 머물게 되면 한 공간에서 마치 자동차 극장처럼 영화를 보고 숙박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색다른 체험을 위해 해당 지역을 찾는 방문자 수요가 증가하면 자연스레 관광과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도 이뤄질 수 있게 된다.
하지훈 대표는 “폐선박을 재활용해 독특하고 혁신적인 해양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환경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움직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 군산, 목포, 여수 등 해양 도시를 중심으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다음 세대에게 무언가 남기는 창업가 되고파
세계 3대 미항(美港)으로 꼽히는 호주 시드니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이곳에서 약 3km 남짓 걷다 보면 ‘달링하버’가 나온다. 옛 무역항의 낡은 항만시설을 활용해 세계적인 해양 위락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다른 교통수단의 발전과 현대식 신항 등이 개발되며 한때 관광도시 시드니의 이미지를 망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나 재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이곳에는 언제나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로 붐빈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나 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즐비하고 상점이 밀집한 대규모 쇼핑단지도 있다. 우리나라의 부둣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달링하버와 같은 공간이 왜 한국에는 없는가’는 아쉬움과 의문은 하지훈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항만공사 등 관련 연구 기관에 재직하던 때부터 항만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며 학문적 토양을 쌓았던 그는 사회적으로 풀어볼 때가 되었다는 판단 속에 지난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여기에 윗세대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으로 지금의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도 더해졌다.
구상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했으나 규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수상관광호텔업의 경우 욕실이나 샤워 시설을 갖춘 객실이 30호실 이상이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풀어나가며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훈 대표는 ‘포트하우스 101’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게 될 선상 호텔 사업은 처음에는 정박한 상태에서 운영하면서 추후 안정성이 확인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5년을 포트하우스를 사람들에게 ‘인지’시키는 시간으로 만들고 5년 뒤에는 ‘인정’을 받아 10년 뒤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각광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전하며 말을 맺었다. 하 대표의 열정이 바탕이 되어 포트하우스가 국내 항만 도시의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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