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선서하며 권력 승계, 4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
거래지향 기조, 무역·안보 등 기존 질서 재편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2.0’ 시대를 선언하며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한 뒤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며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국정의 모토로 내세웠다.
“미국,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고 강해질 것”
2017년부터 4년간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며 47대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취임식은 전통대로 의사당 밖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북극 한파에 따른 강추위로 인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1985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실내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곧 더 위대하고 강하며 이전보다 훨씬 더 탁월한(exceptional) 국가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다시 한번 스스로를 성장하는 나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부(富)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expand)하고 도시를 건설하고 새롭고 아름다운 지평선으로 성조기를 들 것”이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등 별을 향해 우리의 ‘매니페스트 데스티니(manifest destiny)’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서부 개척 등을 비롯한 미국 역사를 설명하면서 “프런티어 정신은 우리 마음속에 새겨져 있으며 다음 모험에 대한 부름이 우리 영혼 속에서 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부터 미국은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면서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 가자지구 휴전에 따른 인질 석방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승리는, 전투에서 이기는 것만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에서, 더 중요하게는 아예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측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피스메이커(peacemaker)와 통합자(unifier)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이상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의 주권을 되찾을 것이며 안전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하고,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되찾아 오겠다고 밝혀 파장을 예고했다.
통상 및 국내 정책 면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선명하게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시스템 재점검 및 외국에 대한 관세 부과(확대) 방침을 밝히고, 전기차 우대정책을 포함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인 ‘그린 뉴딜’의 종료를 선언했다. 또한 남부 국경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남부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는 한편, 서류 없이 입국한 사람들의 심사 대기기간 중 미국 내 체류를 불허하기로 하는 등 강경한 불법 이민자 차단책도 발표했다. 아울러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 등에 대한 시추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핵·FTA·전기차, 날아드는 ‘트럼프 청구서’
연방 상·하원이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연방대법원도 대법관 성향 비율이 6대3으로 보수 우위가 확고한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권력 기반을 갖춘 채 대통령직을 시작하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앞으로 전 세계는 미국이 과거 정부 때 했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자유 민주 진영의 리더 역할을 축소하는 가운데, ‘안보 무임승차 불가’, ‘관세 확대에 입각한 보호 무역주의’ 등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대응을 놓고 고심하게 됐다. 특히 집권 1기 때보다 더욱 강경한 정책을 내세워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나라라면 동맹이라 할지라도 거센 위협과 압박을 가하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취임 직후 외국과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기존 무역협정에 대해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림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움직임이 뒤따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 의무화 폐지 명시로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도 큰 후폭풍이 예고됐다. 이날 취임사와 행정명령, 대통령 각서 등에서 명시적이고 직접적으로 한국을 타깃으로 삼는 내용은 없었지만 혼란한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정부와 통상 업계 안팎에서 꼼꼼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민관합동 대책 회의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및 행정명령 등을 통해 발표된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날부터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구체적인 의중은 불확실하지만, 자칫 한미가 견지해왔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간 북한이 현실적으로 핵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일부에서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정치·외교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대미 소통 채널을 가동하는 한편 비핵화 목표를 거듭 강조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다시 대화에 나서리라는 관측도 힘을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정상회담을 포함해 총 3차례 직접 대면했던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도 자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비핵화를 목표로 한 ‘빅딜’이 아닌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채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만 줄이는 군축 협상 등 ‘스몰딜’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신(新)고립주의로의 회귀 기조 속에서도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 등 적성국을 상대로는 통상적인 접근법 대신 톱다운 방식의 변칙적인 정상 간 담판 외교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령 취임 외 각종 기록도 남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도 여러 기록을 남기게 됐다. 20세기 이후 한 차례도 없었던 ‘징검다리’ 재집권을 비롯해 역대 최고령 취임, 형사 사건 중범죄 기록을 가진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TV 리얼리티쇼 진행자를 거쳐 정치계에 진출하는 등 여느 대통령과 걸어온 길도 다르다.
이처럼 미국 역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처럼 한번 대통령을 지냈다가 연임에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 단 한 차례 있었다. 1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892년 당시 현직이었던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인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대선에 출마해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었고,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좌절시키고 1893년 24대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8세로 역대 최고령에 취임한 대통령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21년 취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78세였지만 생일이 11월이라, 6월이 생일인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보다 약 5개월 더 고령이다.
한편 중범죄 혐의로 기소돼 미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신분으로 대통령에 취임하는 최초의 사례도 남기게 됐다. 지난 1월 10일 뉴욕주 1심 법원인 맨해튼 형사법원은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트럼프 대통령의 혐의를 유죄로 판결하고,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는 ‘무조건 석방’ 선고를 내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인영화 배우와의 성관계 의혹 폭로를 막으려 입막음 돈을 지급하도록 하고 회사의 관련 회계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1심 재판 판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대통령이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했으나 결국 선고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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