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엔진으로 과감한 투자 이어나갈 전망
한국 정부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 발표
글로벌 클라우드 ‘빅3’로 불리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이 인공지능(AI) 수익화에 힘입어 클라우드 부문에서 일제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AI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3사는 클라우드 성장엔진으로서 관련 투자액을 늘릴 계획으로 이로 인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호실적으로 AI 거품론 반감시켜
시장조사 업체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아마존이 32%, MS가 23%, 구글이 12%를 차지하고 있다. 약 2년 전 2022년 3분기와 비교하면 아마존 점유율은 34%에서 2%포인트 하락한 반면, MS와 구글의 점유율은 각각 3%포인트와 1%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들 3사가 올해 3분기(7~9월) 클라우드 부문에서 거둔 매출은 총 62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2% 상승했다.
아마존은 3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 54% 오른 1,588억 7,700만 달러, 1.43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총 순이익은 같은 기간 55% 올라 153억2,8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클라우드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은 274억 5,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50% 오른 104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부의 실적 상승에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몇 분기 간 기업들의 클라우드 지출 패턴이 생성형 AI 활용으로 변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AI 부문이 전체 AWS 부문보다 더 빠른 속도인 세 자릿수대 성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MS 클라우드 애저 사업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MS의 3분기 매출과 총 순이익은 각각 655억 9,000만 달러, 246억 7,000만 달러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16%, 11%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애저 매출을 포함하는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은 같은 기간 33% 상승한 240억 9,000만 달러다. 이는 MS365 등이 포함된 생산성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부문 매출 증가율(12%)을 가뿐히 넘는 성적이다.
MS의 경우 애저 서비스에 오픈AI ‘챗GPT’ 기반의 AI 서비스를 강화한 이후로 두드러지는 매출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3분기 기준 애저 고객 수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60% 더 많아졌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우리의 AI 사업은 다음 분기에 연간 100억 달러 매출을 돌파할 궤도에 올랐다”고 내다봤다. 이에 고무된 MS는 이탈리아와 멕시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각각 수조 원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등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3분기 매출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 오른 882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 863억 달러보다 높은 금액으로 같은 기간 총 순이익은 34% 늘었다.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113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클라우드 3사 중 가장 높은 35%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역시 배경은 AI다. 자사의 모든 제품에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이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구동하면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AI 솔루션이 클라우드 부문에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대규모 거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3사의 호실적은 득세하던 AI 거품론을 어느 정도 반감시키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선 3사의 AI 사업이 막대한 투자액에 비해 수익과 직결되지 않아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우려도 여전히 만만찮다. 이들 기업이 앞으로도 더 많은 AI 투자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3사를 합친 자본지출은 지난해 3분기 305억 달러에서 올해 3분기 506억 달러로 급증한 상태인데, 대부분의 자본지출은 데이터센터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의 경우 3분기 설비투자액은 전년 동기보다 81% 늘어난 226억 2,000만 달러에 이르지만, 내년에는 750억 달러를 설비에 투자하고 2026년에는 더 많은 지출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신 기술 트렌드 반영해 발전 이어나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드는 클라우드는 이제 신기술이라 부르기 어려울 만큼 필수 IT 인프라가 되었다. 지난 2022년 오픈AI의 대화형 AI서비스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클라우드는 ‘AI 혁신을 이끄는 기반 인프라’가 됐다. 생성형 AI가 놀라운 능력을 장착할 수 있는 배후에는 클라우드의 강력한 컴퓨팅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컴퓨팅 자원을 직접 구매·설치해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활용은 필수적이다.
클라우드는 IT 인프라 환경을 빌려 쓰는 개념의 기술이다. 물리적 공간이나 설비 없이 인터넷만으로 필요한 IT 자원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들에게 빌려 쓰고, 쓴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초창기에는 한정적인 물적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한 트래픽을 처리하고 서비스 개발에 가장 최신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클라우드 서비스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해 발전 중이다.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는 사용자가 전문성이 없더라도 쉽게 AI 모델에 데이터를 학습시켜 맞춤형 AI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언어 생성이 가능해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FM)’을 미세조정하고, 이를 응용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돕는다.
AWS는 ‘아마존 베드록’을, 구글클라우드는 ‘버텍스 AI’를, MS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는 ‘애저 AI 스튜디오’를 AI 개발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아마존 베드록을 활용해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직원들이 기술 문서, 연구개발(R&D) 데이터, 인사(HR) 및 IT 지원을 포함한 회사 운영 관련 자료 등의 정보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게 했으며, 향후 아마존 베드록에서 제공되는 FM을 미세 조정해 타이어 성능 개선 솔루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에는 ‘서비스형인프라(IaaS)’, ‘서비스형플랫폼(PaaS)’,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등 3가지 유형이 있다. IaaS에는 클라우드 IT를 위한 네트워킹 기능, 컴퓨터 및 데이터 스토리지 공간 등 인프라를 빌려주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PaaS는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필요한 플랫폼으로 소프트웨어 안에서 구현되는 하나의 서비스를 의미하고, SaaS는 서비스 공급자에 의해 실행되고 관리되는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뜻한다.
생성형 AI의 부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부문은 바로 ‘PaaS’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6,692억 달러로 전년 5,593억 달러 대비 19.9% 성장했다. 이 기간 PaaS 시장 규모는 29.3% 커져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 정부도 클라우드 중요성을 인지하고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AI 시대 클라우드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국내 전반의 클라우드 도입·전환이 더디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클라우드 도입률이 낮은 분야 대형과제 추진 및 전면화·혁신성 제고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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