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노력 이어지는 ‘휴머노이드 로봇’
‘협동로봇’ 대세로 부상하며 특수 분야로까지 진출
기술 발전과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제 먼 미래로만 여겨지던 로봇과 함께 하는 일들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갖다주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커피를 제조하고 맥주를 따라주기도 하고, 자동차 주차와 타이어 교체까지 로봇이 직접 담당할 수 있게 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다가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의 움직임을 모방한 게 핵심으로 두 발로 걸어 다니고 두 팔과 손으로 물건을 집고 옮기는 동작이 가능해 로봇 기술의 ‘결정체’로 불린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력 부족이다. 인간을 위해 설계된 환경에서 작동하고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여러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위해 경쟁중이다.
현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최강자는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다. 마치 체조 선수처럼 점프하는 등 최고 수준의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은 ‘휴보(HUBO)’가 대표적이다. KAIST 연구실에서 출발해 현재는 레인보우로보틱스로 관련 사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사에 590억 원을 투자하며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21년 테슬라가 해당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테슬라봇(Tesla Bot)’ 개발을 발표하자 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흘러나왔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보다 앞서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보유한 만큼 로봇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보일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겉은 그럴싸할지라도 구현하는 성능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지적도 존재했다.
실제 ‘옵티머스(Optimus)’로 이름이 정해진 테슬라봇이 처음 공개됐을 때는 제한적인 움직임만 가능하고 이동 속도도 느려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개된 2세대 옵티머스는 무게를 약 10kg 줄이고 보행속도 역시 30% 높였다. 테슬라는 사람과 같아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설계와 제작에 있어 유압식이 아닌 간단한 전기모터로 동작을 구현했다. 이로 인해 생산 단가를 큰 폭으로 낮출 수 있고 만들기도 쉬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론 머스크 CEO는 옵티머스의 강점으로 대량 생산이 예정되었다는 점을 든다. 그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스스로 세계를 탐색할 지능도 없고 매우 비싸며 소량만 생산된다. 하지만 옵티머스는 수백만 대에 달하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자동차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가 계속되면서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총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38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전망치 60억 달러에서 6배 이상 상향 조정된 수치다. 제조비용도 지난해 저가형의 경우 대당 약 5만 달러에서 최첨단 버전의 25만 달러까지 형성됐지만 현재는 3만 달러에서 15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사람의 동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웨어러블 로봇과도 연관이 많다. 일본의 혼다도 ‘아시모’를 개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행 보조 로봇 등을 만들어 의료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협동 로봇 시장 폭발적 성장세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에서는 ‘산업용 로봇’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품종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에서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산업용 로봇이 적용된다. 어려운 작업을 사람을 대신해 수행하는 만큼 위험성 때문에 작업 반경 내엔 펜스를 쳐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막는다. 미리 정해둔 같은 작업만 가능할 뿐 새로운 임무를 지정하는 건 쉽지 않아 정비 시 생산라인 전체를 멈춘 뒤 업데이트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작업장 안전사고를 우려한 산업 현장에서는 ‘협동 작업 로봇(협동 로봇)’ 도입을 늘리고 있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각종 센서가 적용된다. 필요한 작업을 학습시키는 것은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가능한 데다 유지보수가 쉽다는 점도 입소문을 탄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카페나 대형 구내식당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숙련된 작업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거나, 단순한 반복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치킨을 튀기는 튀김 로봇이나 급식실에서 조리를 돕는 조리 로봇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열기 등은 물론 반복적으로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사람이 힘들어하면서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협동 로봇에 인공지능(AI)과 카메라를 조합하면 공장 등에서 형태와 크기가 다른 부품을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고, 일상생활에선 재활용품 분리수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물류 현장에서 팔레트 위에 박스 등을 옮기는 ‘팔레타이징’ 로봇의 활용도도 커질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쓰이게 되면서 과거 사람의 팔과 비슷한 길이와 두께였다면 현재는 산업용 로봇 시장 일부까지 넘볼 만큼 기능도 늘어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는 협동 로봇의 글로벌 시장 규모를 지난해 12억 달러에서 2030년 99억 달러로 8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1위 유니버설로봇을 필두로 두산과 한화, HD현대, 현대위아 등 대기들의 참여가 시작되며 규모가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LG전자는 로보티즈에 투자하며 관련 시장에 간접 진출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성장과 함께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낮은 수준의 기능만 구현하면 되는 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사용하고, 높은 내구성을 필요로 하면서 여러 기능을 구현해야 하는 곳에서는 하이엔드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로봇산업은 전자, 통신, 물류, 유통, 모빌리티 등 다양한 업계에서 새롭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산업용으로만 국한되던 로봇이 일상생활 속에서 깊이 파고든 것이다. 그래서 기술 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해 본격적인 로봇 사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이 사재 2,400억 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일명 ‘로봇개’로 불리는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은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좁은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사각지대까지 센서를 활용해 순찰하고 유지 보수를 지원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미국의 로봇 개발업체 고스트 로보틱스의 지분 60%를 1,877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취득 절차는 2025년 6월 30일에 완료될 예정으로, 고스트 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인 ‘비전 60’은 군용으로 특화 개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봇 시장에서도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고스트 로보틱스가 경쟁사로 불리는 만큼 현대자동차와 LIG넥스원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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