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신냉전 구도의 고착화

매거진

by issuemaker 2024. 6. 13. 09:31

본문

반응형

신냉전 구도의 고착화

끈끈한 결속 자랑한 중·러
북한 방문 준비하는 푸틴

한·미·일 밀착에 맞서 북·중·러 연대가 강화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주변국과 연대하며 대중 및 대러 포위망을 강화하자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나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중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kremlin.ru


5기 집권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 방문한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5기 집권을 시작한 지 9일 만에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의 대립에 맞선 양국의 밀착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지난 5월 16일 새벽 베이징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다음날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뒤 기자회견을 끝으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으로 서방과 대립하면서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에 있어 중국은 외교·경제적 숨통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는 2,2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방 제재 이후 양국의 경제 협력이 커진 영향이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을 찾아 경제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난해의 교역 규모가 “한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며 끈끈한 결속을 자랑했다. 두 정상은 세 차례에 걸쳐 회담하며 양국 관계 발전과 국제 정세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방중 첫날 두 정상이 12시간 이상을 붙어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중 세 번째 일정이던 비공식 회담은 중국 당정 지도부의 집무실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렸는데 두 정상은 공원을 산책한 뒤에 차를 마시는 친밀한 분위기에서 대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정이 모두 끝난 후에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포옹하며 인사했다. 푸틴 대통령의 포옹 장면은 종종 포착되지만 시 주석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공고한 양국 밀착 관계를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된 행동으로 분석된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경제와 무역, 에너지, 농업, 투자,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AI), 관광 등 분야에서 더욱 협력하기로 했다. 우주기술과 로켓·미사일 연구로 유명한 하얼빈공과대학을 방문해 우주 분야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며 끈끈한 결속을 자랑했다. ⓒkremlin.ru


북한, 한·미 동시에 노린 무력 시위 나서
한편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에 대해 “자신의 절대적인 군사적 우세를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 안정을 파괴하려는 기도에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며 견제의 목소리도 냈다. 이와 함께 “양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의 군사 영역에서의 위협 행동과 북한과의 대결 및 유발 가능성 있는 무장 충돌 도발로 한반도 형세의 긴장을 격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최근 잇따른 무력 도발에 나선 북한을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통해 지지한 것이다.

  이를 등에 업은 북한은 노골적으로 한·미를 동시에 노린 무력 시위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1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 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동해상에서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을 진행”했다. 또 “해당 시험을 통해 자치유도항법체계의 정확성과 믿음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김정은은 “자치유도항법체계의 독자적 개발과 성공적인 도입이라는 결과에 내포돼 있는 군사전략적 가치에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독자적 개발을 강조한 건 관련 기술을 러시아 등으로부터 이전받았을 가능성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이러한 행보는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의 고착화에 편승해 전략적 이득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중·러가 공동의 이해관계를 토대로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대놓고 핵무기의 지속적인 개발을 강조한 것은 중·러도 북한의 핵 보유를 지지한다는 듯한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5월 19일 노동신문을 통해 중·러 정상회담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특히 중·러가 “미국이 긴장한 군사정세를 완화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고 공갈과 제재, 압박수단을 버릴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공동성명 내용을 소개했다.

북한의 최근 잇따른 무력 도발은 신냉전 구도의 고착화에 편승해 전략적 이득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중국, 북·중·러 연대 경계하는 분위기도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북한) 방문을 위한 준비가 각자의 속도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러시아와 북한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방문 당시 푸틴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다.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올해 초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답방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그의 24년 만의 방북이 이뤄진다.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 경제, 과학, 기술 등에 관한 정부 간 협력위원회 위원장인 알렉산드로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과 면담에서 북·러 교류 현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코즐로프 장관 간 면담은 방북 준비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코즐로프 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북·러 교류 현황을 보고하고 양국 간 관광 교류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교류 현황을 묻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는 한국(북한) 동지들과 큰 계획을 하고 있고, 최근 그중 일부를 실행했다. 단체 관광객 교류가 잘 이뤄졌다”고 답했다. 이어 모스크바 동물원 관계자들과 발레단이 최근 북한을 방문했고, 북·러 간 식물육종과 관련된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계획은 무엇인가”라는 푸틴 대통령의 추가 질문에 “이런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방문 당시 푸틴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다. ⓒkremlin.ru


  다만 중국의 경우 북·중·러 연대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워지는 것을 불안해한다고 외교가에서는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방문할 시 북·중·러 밀착에 대한 서구의 두려움이 강화되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들고 푸틴 대통령에게 ‘구애’를 펼치자 시 주석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동북아 정세의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중국의 입장으로는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핵 개발을 가속화 하는 건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신화통신이 전한 양국 정상회담 자료와 공동기자회견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이란 단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견제에 맞서 러시아와 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을 상대로 첨단 기술 접근을 막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미국과 관계 개선도 중요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중국이 러시아와 전략적 연대를 천명하면서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