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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승패 좌우할 ‘반도체’

매거진

by issuemaker 2024. 4. 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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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승패 좌우할 ‘반도체’

불붙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 경쟁
보조금 무한경쟁 위기 놓인 K-반도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1차 전쟁,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한국과 일본, 독일, 대만 등이 ‘치킨 게임’을 벌인 반도체 2차 전쟁에 이은 반도체 3차 대전의 포성이 요란하다는 평가다.

ⓒPixabay


AI가 부른 반도체 ‘빅뱅’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확대와 함께 격변기를 맞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의 절대 강자로 꼽히는 가운데 ‘챗GPT’를 선보인 오픈AI도 AI 칩 개발에 뛰어들기 위해 파트너를 찾는 중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이자나기(Izanagi)’ 프로젝트로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고, 구글과 메타 등 빅테크도 앞다퉈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AI 반도체는 ‘게임 체인저’로서 시장 전환을 이끌고 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반도체가 핵심이며, 지금의 활용이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실제 리사 수 AMD CEO는 2027년까지 AI 산업이 4,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러한 시장의 성장은 반도체 산업 수요 확대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 인해 반도체 산업은 더 빠른 속도의 기술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자연스레 반도체 패키징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반도체 기업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195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The White House/Flickr


  이와 같은 시장 격변 속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각국 정부가 예고한 대규모 보조금과 맞물리면서 변화의 진폭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195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곧 발표될 예정이지만 규모는 인텔 지원에 못 미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인텔 파운드리 공장을 찾아 직접 발표한 지원 규모는 보조금 85억 달러와 대출 110억 달러로 예상됐던 지원의 갑절 수준이고, 재작년 제정된 미국 ‘반도체법’ 총지원 규모 527억 달러의 37%다. 인텔에 지원을 몰아줘 파운드리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에서 촉발된 반도체 보조금 전쟁은 이미 국가 대항전으로 번졌다.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은 지난 3년간 4조엔 규모의 파격적인 반도체 지원 기금을 마련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에 1조 8,000억엔=을 지원하며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TSMC는 1공장(4조 3,000억 원), 2공장(6조 5,000억 원) 건립으로 보조금을 받는다. 1공장은 착공 후 불과 22개월 만에 가동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U는 2030년까지 430억 유로의 민관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63조 원 규모의 국가 펀드 조성으로 반도체 공급망 국산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은 추가로 36조 원의 반도체 ‘빅 펀드’를 조성하고 있고, 인도는 13조 원의 보조금을 마련해 자국에 짓는 반도체 공장 건설비를 최대 70%까지 지원한다. 반도체 제조 강국인 대만은 기업에 첨단 설비투자의 5%를 세액공제해 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TSMC의 자국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우리에게는 위기인가, 기회인가?
시장의 변화 흐름 속에서 한국의 입지는 어떨까?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 20년간 4배 수준으로 확대됐고, ‘한국의 주력’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5배 성장했다. 이처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20년간 지속해서 성장해왔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양적·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특혜 프레임과 재정 사정 때문에 국내 반도체는 정부 보조금 지원이 없고, 그나마 반도체 투자금의 일부에 대해 세액을 공제받는 방안이 시행됐는데 이조차도 올해 연말 종료될 예정이다. 정부는 투자 세액 공제를 연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주요국들이 파격적 지원 행보에 나서는 현실에 비춰보면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밀려 나가는 게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순 없다. 여야가 총선을 겨냥해 내놓은 반도체 지원책은 법의 시한을 연장하고 규제를 더 풀어주는 수준이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각종 규제도 여전하다.

  국내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경쟁국에서 매섭게 추격 중이고 비메모리 분야는 압도적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한국만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우리 반도체 산업은 주저 앉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기업 특혜 등을 이유로 반도체 보조금을 반대하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첨단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정부는 지난 1월 용인 등 경기 남부 지역 일대에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인프라 투자 환경 조성, 생태계 강화 등을 중점 과제로 제시하며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은 상태다.

글로벌 빅테크 간 전략적 연합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빠지지 않는 옵션이라는 점은 기회 요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뉴스룸


  다만 엔비디아를 견제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간 전략적 연합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빠지지 않는 옵션이라는 점은 기회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IT 거물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아 삼성과 SK그룹 등 주요 경영진을 만났다. 지난 2월 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AI 반도체와 생성형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월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삼성전자, SK 그룹 주요 경영진과 만나기도 했다. 이들이 비슷한 시기 잇따라 한국을 찾은 것은 엔비디아를 견제하려는 포석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AI 칩 한 종류로 볼 수 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반도체 패키징 안에는 GPU로 엔비디아의 H100 또는 AMD의 MI300X가 들어가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만든 HBM 칩이 장착된다. AI 반도체 패키징 구조에서는 GPU와 HBM이 서로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므로 빅테크에 HBM 수급을 위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특히 삼성은 설계와 파운드리 부문 강자로 보기는 어려우나 칩 설계부터 후공정까지 모두 가능한 세계 유일 종합반도체(IDM) 기업이라는 점이 SK하이닉스 대비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갈수록 세분화, 특화하는 점도 삼성과 SK하이닉스에는 좋은 흐름이라는 평가다. 엔비디아 GPU는 고용량 데이터 병렬연산에 강점을 보여 챗GPT 등 범용 AI에는 필수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AI 서비스 영역이 분화하면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형·맞춤형 AI가 갈수록 주목받는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삼성과 SK하이닉스는 GPU를 대체할 수 있는 AI 칩 제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엔비디아 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손익 구조 측면에서 물음표가 던져진 데다 AI 서비스 확장으로 대체 칩 수요도 늘고 있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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