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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K팝은 연애에 민감한가?

매거진

by issuemaker 2024. 4. 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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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K팝은 연애에 민감한가?

카리나, 이재욱과 열애 인정 후 사과문 게재
아이돌을 상품이 아닌 인격체로 바라봐야

최근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를 인정한 뒤 사과문을 게재했던 일이다. 보도 후 소셜미디어(SNS)에는 카리나 팬들의 실망과 분노 섞인 글들이 도배됐고, 급기야 일부 팬들의 트럭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Pixabay


카리나 열애설 보도에 팬들 ‘분노’
카리나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는 열애설이 불거진 후 카리나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 트럭’이 등장했다. 해당 트럭 시위 전광판에는 “카리나는 7년 동안 노력한 자신에게 미안해야 한다. 당신이 직접 당신의 진로를 망쳤다. 당신의 모든 노력이 하나의 연애로 인해 모두 부정되고 있다. 당신은 만족하냐?”라는 질책성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트럭에는 “카리나 팬이 너에게 주는 사랑이 부족하냐. 당신은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나. 직접 사과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문구까지 실렸다.

  결국 카리나는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해당 사과문에서 그는 “그동안 저를 응원해준 마이들이 얼마나 실망했을지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 마음을 저도 너무 알기 때문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며 “혹여나 다시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무릅쓰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데뷔한 순간부터 저에게 가장 따뜻한 겨울을 선물해준 팬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이들이 상처받은 부분 앞으로 잘 메워나가고 싶다. 미안하고 많이 고맙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열애를 인정한 후 팬들의 실망과 분노 섞인 글들이 도배됐고, 급기야 일부 팬들의 트럭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


  K팝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만큼 논란은 BBC와 CNN 등 외신에도 보도됐다. 동아시아권 팬덤 문화가 생경한 서구권 언론은 “K팝 산업의 압박이 스타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논조로 이번 논란을 비판했다. 국내에서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회의적이다.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 열애를 인정했다는 사실 때문에 사과문까지 올려야 하는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팬덤 소비로 구축된 문화, ‘보상 욕구’ 키워
실제 카리나의 열애에 비난을 쏟아낸 일부 팬들의 주장은 도를 넘은 수준이다. 이들은 팬들이 해당 아이돌 멤버를 위해 앨범을 구매하고 콘서트나 팬 미팅 등에 참석하면서 많은 돈을 쓰는 만큼 아이돌 역시 사생활을 통제받으며 팬들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물론 일명 ‘큰손’으로 불리는 팬들의 소비가 그룹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를 위해 거금을 들인 팬들의 경우 실망감을 가질 수 있다.

카리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상처받은 부분 앞으로 잘 메워나가고 싶다’며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카리나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특히 4세대 걸그룹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에스파의 첫 정규 앨범 출시와 월드투어를 앞두고 나온 교제 소식에 팬들 위기의식도 작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아이돌 팬덤 문화가 단순히 ‘자기 만족적 소비’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팬들은 소속사 못지않게 음원 성적과 앨범 판매량, 해외 흥행 등의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앨범을 수백 장씩 사고 각종 굿즈를 구매하고 음원 순위를 올리기 위해 신곡을 계속 스트리밍한다.

  다만 이것이 아이돌 멤버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K팝의 발전을 위해서는 ‘열성 팬’들에게 의존하는 산업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K팝 산업은 최근 들어 대중적인 인기보다 충성도 강한 팬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소수 열성 팬덤의 구매력에 의지하는 현실에 안주하면 사생활 논란으로 상처받는 ‘실존하는 개인’을 망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급속한 성장을 한 K팝 산업에 물음을 던진다. 팬들의 자성은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획사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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