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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매거진

by issuemaker 2024. 4. 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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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리더십으로 위기 대응 개혁 첫발 내딛다

업무 방식·인사 제도 등 혁신 주문
주요 계열사 이마트 실적 개선 시급


ⓒ신세계그룹 뉴스룸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했다. 2006년 부회장 취임 18년 만이자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한 뒤 29년 만의 회장 승진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총괄회장으로서 총수 역할을 이어가나, 위기에 빠진 그룹을 다시 재도약 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정 회장이 경영 전반에서 더욱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회장 취임 18년 만의 회장 승진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8일 정용진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로 신세계그룹 총수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다. 정 신임 회장은 1994년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와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경영지원실 부회장, 2009년 신세계 대표 부회장을 거쳤다.

  신세계그룹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며 “국내 유통산업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공해온 신세계는 정용진 회장 승진으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승진 이유를 설명했다.

정용진 회장은 신입 사원 입문 수료식에 참석하며 사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 경영을 통해 리더십을 본격 강화해왔다. ⓒ신세계그룹 뉴스룸


  정 회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경영 일선에 나와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작년 5월에는 현장 경영 움직임으로 리뉴얼 개장한 인천 이마트 연수점을 공개적으로 직접 방문한 데 이어, 연말에는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그룹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용진 회장은 당시 “경영전략실이 과거 일해온 방식을 지금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경영전략실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가 함께 변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신년사와 현장 경영을 통해 리더십을 본격 강화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에서 효율을 강조하며 ‘원 레스 클릭(ONE LESS CLIK)’과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는 의미인 ‘원 모어 스텝(ONE MORE STEP)’을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 초에는 스타필드 수원을 현장 방문하기도 했고, 또 지난 2월에는 신세계그룹 신입 사원 입문 수료식에 참석하며 사원들을 격려했다.

  정용진 회장의 승진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 중 하나는 그의 소셜미디어 활동 여부다. 그동안 정 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생활 공개는 물론 논란이 되는 발언도 적잖이 해왔다. 재계 안팎에서는 위기 상황에 회장직에 오른 만큼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의견과 소셜미디어 활동만큼은 사적인 영역으로 계속 남겨두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영업적자로 돌아서는 등 신세계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신세계그룹 뉴스룸


쿠팡·알리익스프레스 등 경쟁자 부상으로 위기
정용진 신임 회장이 지속적인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로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그룹 사정이 지목된다. 실제 신세계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9조 4,772억 원으로 최대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 손실 469억 원을 기록했다. 1,757억 원의 적자를 낸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 여파가 컸으나 본업도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연 매출 30조 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6,174억 원을 내며 연간 첫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유통 시장에는 쿠팡을 비롯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신흥 강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1천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한국 물류센터 건립도 고려 중이다. 또 지난해 말부터 국내 판매자 전용 채널 ‘케이베뉴’를 출시해 국내 브랜드를 다수 입점시켰다.

  이러한 신세계그룹 내 위기감은 지난해 말부터 고조됐다. 3분기까지 경영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평상시보다 이른 9월에 임원 인사를 단행했는데, 대표이사 40%가 바뀌었다. 두 달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경영전략실 실장을 8년 만에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교체했다. 경영전략실 개편 직후 당시 정 부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사실상 ‘정용진 회장 체제’ 구축에 나섰다.

그룹 주요 계열사가 직면한 실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용진 회장은 체계적인 성과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세계그룹 뉴스룸


부진 CEO 수시 교체·성과급은 상향
정용진 회장은 업무 시스템 혁신과 성과 중심 인사, 보장 제도 등으로 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복안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 전체 현행 인사 제도를 재점검하고, 성과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성과평가지표(KPI)가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부진한 최고경영자(CEO)는 수시 교체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은 강화하는 등 ‘신상필벌 인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그룹에서 마련한 자체 KPI를 토대로 이르면 4월부터 임원진 수시 인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통상 연말에 정기 인사를 했던 것에 얽매이지 않고 실적이 부진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CEO를 포함한 임원진을 수시로 교체하겠다는 취지다. KPI는 정성적 요소는 줄이고 계량화가 가능한 매출과 수익 등 정량적 지표를 중심으로 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침은 정 회장이 강조해 온 성과 중심 인사 기조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산하에 ‘KTF(K태스크포스)’와 ‘PTF(P태스크포스)’ 두 개의 전담팀을 만들었다. K태스크포스는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신세계식’ KPI 수립을 목표로 한다. PTF는 이를 토대로 기존의 인사 제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 회장은 세부 개편안을 수시로 보고받고 큰 틀의 방향을 주문하는 등 제도 개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를 맞은 그룹 전반을 정용진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 뉴스룸


  그리고 정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가 직면한 실적 위기를 타개하려면 경영전략에 앞서 체계적인 성과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적·성과를 불문하고 모두 혜택을 똑같이 나누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책임 경영은 물론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신세계는 성과 보상시스템이 개인별 성과 차를 반영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세계 성과보상제의 기본 틀은 등급제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A등급을 받으면 개인 성과와 관계없이 직급별로 똑같은 성과급을 받게 된다. 다른 직원보다 열심히 일할 동인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신세계 임원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인데, 이를 다른 그룹 평균인 50% 정도로 올리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이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승계작업에도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사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이명희 총괄회장의 지휘 아래에서 성장해왔다. 2000년대 말부터 정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어머니의 역할을 조금씩 물려받기는 했지만, 대부분 최종 의사 결정은 이 총괄회장이 전문경영인과 함께했다.

  이 총괄회장은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일찌감치 시작해 회사를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정리했다. 정 회장에게는 이마트 부문을, 정 총괄사장에게는 백화점 부문을 맡겼다. 그러면서도 이 총괄회장은 그룹의 두 축인 신세계와 이마트의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경영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번 인사로 정 회장은 승진했지만 정 총괄사장의 직책에는 변동이 없다. 업계에서는 그룹 위기 상황에 대한 상징적인 인사인 만큼, 당장 후계 구도가 크게 달라지거나 승계가 가속화 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발맞춰 정용진 회장이 위기를 맞은 그룹 전반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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