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조 운동맛짐(GYM) 대표
ⓒ 운동맛짐(GYM)
- 스포트라이트 없이도 충분한 무대, 삶을 연출하는 운동가
- 12평에서 시작된 간절함, 삶을 바꾸는 플랫폼으로 비상
몸을 단련하는 헬스장은 많다. 그러나 마음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 공간은 그리 흔치 않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지닌 이들에게 운동은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이런 현실에 맞서, 단 12평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기적 같은 도전이 있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연극 무대에 섰던 배우, 그리고 지금은 ‘운동맛짐(GYM)’과 인생멋짐(GYM)’을 운영하는 피트니스 콘텐츠 기획자, 최영조 대표의 행보다. 극단적인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그는, 해병대를 거쳐 프로 MMA에서 전승을 거둔 파이터였고,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연기한 배우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저 운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사람을 만나며 자폐 아동부터 시니어까지 모두가 운동을 통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 개발자이자 치유 체육 실천가로서 자신만의 멋진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고 있는 최영조 대표의 이야기를 이슈메이커에 담아보았다.


최영조 대표는 과거 프로 MMA 무대에서 6전 6승을 거둔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며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었다.
ⓒ 운동맛짐(GYM)
상처에서 시작된 몸의 언어, 생존이 만든 철학
최영조 대표의 말에 의하면, 그의 삶에서 가장 오래 남아있는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까지, 그는 학교폭력의 표적이 되어 지냈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억압이 동반된 학창 시절은 어린 소년에게 세상이 얼마나 차갑고 날카로운지를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학대했던 이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들이 ‘자신을 단련시킨 최초의 훈련소였다’라고 회상한다.
그는 세팍타크로라는 다소 생소한 종목에 입문하며 처음으로 신체의 리듬을 알게 되었고, 육체를 통한 표현의 개념을 깨달았다. 이후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며,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마음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을 때, 진정한 나 자신이 나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인생의 바닥에서 되려 스스로를 재발견했다고 힘주어 전했다.
군(軍) 전역 후에는 프로격투기 무대에 섰다. 비인기 종목이자 돈도 명예도 보장되지 않는 길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한계와 경계를 시험하고 싶어서 글러브를 손에 들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6전 6승. 이 기록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승리를 해도 늘 ‘졌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는 그의 태도였다.
이처럼 최 대표는 인생의 어떤 장면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위기라는 것은 보통 10초 안에 기회로 바꿀 수 있어요. 그 10초를 그냥 버리느냐, 아니면 물고 늘어지느냐가 인생을 가르는 것 같아요.”
최 대표는 고난을 인생의 스승으로 삼았고, 상처를 의지로 바꾸는 훈련을 스스로 거듭해 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훗날 그가 사람의 상처를 운동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격투기 선수에서 연극 배우로 커리어 전환을 단행한 최영조 대표는 연극 「점프」에 캐스팅되며 미국 전역과 오프-브로드웨이 (Off-Broadway) 무대에 오르게 됐고, 당시 이들을 보러 온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데이비드 베컴 등 수많은 월드 스타들에게 한국의 멋과 힘을 보여주었다.
ⓒ 운동맛짐(GYM)
무대 위에서 발견한 ‘사람의 가치’
운동선수로서 치열하게 달려온 삶의 궤적에 예상치 못한 분기점이 찾아온 건, ‘무대’라는 낯선 공간에서였다.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마주한 연극의 오디션은 인생의 또 다른 장을 여는 시작점이었다. 특히 그가 연극 「점프」에 참여하게 됐을 때는 인생 2막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듯 보였다. 당시 그는 현역 격투기 선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극 무대 경험은 많이 부족했지만, 성실한 자세와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타오르는 눈빛 하나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만큼은 누구보다 선명했다.
“감독님이 그랬어요. 5,000명 중에서 네가 뽑힌 거라고 말이죠.”
결국 그는 주·조연급 역할인 ‘삼촌’ 역을 맡게 되었고, 미국 전역과 오프-브로드웨이 (Off-Broadway) 무대에 오르게 됐다. 미국 맨해튼, 영국 런던, 카디프, 맨체스터, 일본 쿠마모토, 야마자키, 그리고 대한민국 8도를 오가며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투어.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루 2회 공연이 당연한 일상이었고, 매번 객석이 매진됐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그는 비언어적 몸동작만으로 수많은 관객의 웃음을 끌어냈다. 첫 공연 때에는 할리우드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관객석에 앉아있기도 했다. 그에게는 그동안의 인생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신기한 경험이었다. 물론 공식적인 대화나 인증은 없었지만, 그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조심스럽게 웃어 보였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그곳에선 하루하루가 수업이자 시험이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대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커리어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그 시간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고 했다. 이러한 태도는 이후 운동 센터를 운영할 때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수업을 듣는 단 한 명의 회원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 원칙, 그리고 매 순간을 진심으로 대면하려는 자세는 연극 무대에서 체득한 삶의 철학이었다.


최영조 대표는 대한민국 영화의 특정 액션 장면의 합을 운동 콘텐츠로 개발해, 이를 미국 시장에 소개하며 큰 호응을 끌어냈었다.
ⓒ 운동맛짐(GYM)
단 한 명으로 시작된 체육관, 그 시작의 기록
2022년 3월, 최영조 대표는 남양주 별내신도시에 12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얻었다.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75만 원. 세간의 시선으로는 결코 사업을 시작할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겐 이 작은 공간이 오롯이 사람을 위한, 그리고 자신을 증명할 첫 무대였다. 처음부터 현재까지도 자신을 ‘대표’가 아닌 ‘코치’로 소개하고 있는 그는 “운동을 배우러 온 사람에게 저는 제가 가진 걸 다 드리고 싶었어요.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MMA, 그리고 마음 수양까지… 가능한 모든 걸 진심으로 알려줬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센터를 채우는 장비들은 대부분 렌탈이나 중고였다. 가까운 지인들이 재능기부로 벽면을 시공하고, 거울을 붙이고, 로고 디자인을 만들어줬다. 연극 무대에서 배운 ‘사람에 대한 진정성’은 이곳에서도 통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채워 넣은 공간에는 ‘멋’을 위한 운동이 아닌, ‘살기 위해’ 운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 최 대표는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회원의 운동 스케줄을 직접 관리하고, 글러브 하나까지 직접 닦았다.
그리고 9개월 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회원 수 120명 돌파. 그는 그날을 회상하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 쓰러질 뻔했어요. 이게 진짜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죠.”
공간이 작아 새벽반, 오전·오후반, 심지어 심야반까지 나눠 수업을 했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지만, 결코 회원을 줄이거나 타협하지 않았다. 누가 오든, 어떻게든 맞춰보고자 했다. 이곳을 찾는 그들도 삶이 힘들고 간절하니까 온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마케팅 전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운동을 못하는 사람, 운동이 두려운 사람, 혹은 아예 경험조차 없는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대단한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있어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때로는 운동보다,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라고 전하는 최 대표다. 가르치는 이가 진심이라면, 배우는 이도 언젠가 응답하게 된다는 ‘명제’를, 이곳은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 음악, 스텝 동작이 결합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교육형 운동 콘텐츠인 ‘한글스텝’을 개발한 최영조 대표는 사찰, 어린이집, 문화센터 등은 물론 입소문을 통해 방송에도 출연해 이를 소개하며 콘텐츠가 가진 힘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게 됐다. ⓒ 운동맛짐(GYM)
운동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 브랜드가 된다
운동맛GYM과 인생멋GYM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흔한 헬스 프랜차이즈의 이미지부터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최영조 대표가 구상한 이 두 브랜드는 단순한 체육 공간이 아니다. 하나의 철학이고, 또 하나의 실험이다. 그는 “운동맛GYM은 청년·청소년, 인생멋GYM은 시니어·특수계층을 위한 브랜드예요. 하지만 그 중심엔 언제나 ‘한 사람’이 있어야 해요. 우리는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운동을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요”라며 브랜드를 소개했다.
그가 만든 대표 콘텐츠 중 하나는 ‘격투핏’이다.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액션MMA를 접목한 종합 격투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격투기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운동이자 누군가에게는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미지의 두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DHD 아동이나 학폭 피해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존감을 되찾은 사례가 여럿 존재한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한글스텝’이다. 이는 사찰 정기 프로그램으로 보급될 정도로 가장 한국적인 K-운동 콘텐츠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 음악, 스텝 동작이 결합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교육형 운동 콘텐츠다. 최 대표는 이 아이템으로 특허까지 출원하며, “우리 고유의 언어를 운동에 접목하는 건, 교육과 예술이 만나는 일이에요. 어린이집, 문화센터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정도로 범용성과 교육성이 높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 외에도 ‘아빠이터’는 가족 융합 콘텐츠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그룹 PT를 받고, 격투기 베이스의 운동을 하며 유대감을 쌓을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뿐만 아니라 운동맛GYM의 ‘맛’과 스트레칭에서 ‘스’를 뺀 ‘트레칭’을 결합해 만든 개념으로, 지친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가볍게 운동 한 끼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운동맛GYM만의 케어형 운동 프로그램인 ‘맛트레칭’, ‘고민중개사’라 불리는 심리 기반의 운동 코칭 등은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최 대표 진심의 산물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을 ‘콘텐츠 부자’라고 말하며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는 정말 많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여기에는 한치의 과장도, 포장도 없다. 직접 경험하고, 몸으로 부딪쳐서 얻은 통찰로 만든 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이 콘텐츠들은 한 사람의 삶에 스며들어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결국, 운동맛GYM과 인생멋GYM은 단순한 운동센터가 아니라 ‘사람센터’를 지향한다. 이곳은 근육을 단련하는 공간이기 이전에, 마음을 단단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곳이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하고 유연하게 자리 잡으면, 피지컬의 향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최 대표의 철학이 녹아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 자기답게’ 살아가길 바라는 철학 아래, 비교나 경쟁이 아닌 성장을 응원하는 운동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사회와 어울리기 힘든 이들에게는 치유의 공간이, 가족을 지키고 싶은 지도자에게는 12평의 기회가 되어주는 곳, 운동맛GYM과 인생멋GYM은 그렇게 오늘도 ‘사람’을 위한 무대를 펼치고 있다.

고난을 인생의 스승으로 삼았던 최영조 대표는, 상처를 의지로 바꾸는 훈련을 스스로 거듭해 왔고, 이 모든 과정은 훗날 그가 사람의 상처를 운동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 운동맛짐(GYM)
‘배려’라는 운동의 본질, 사회적 약자를 품다
격투기라는 단어가 주는 날카로운 인상과 달리, 최영조 대표의 운동은 늘 가장 약한 이를 향해 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ADHD 진단을 받은 청소년부터 자해 경험이 있는 학생, 청각·시각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운동은 그들에게 생애 최초의 ‘긍정적인 경험’이 되었다.
“어떤 친구는 격투기를 하면서 자해를 멈췄어요.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던 거죠. 몸의 동작을 통해 억눌린 감정이 해소되고, 자신을 마주할 용기를 되찾았습니다. 그래서 수업 중에 함부로 소리 지르거나, 강압적인 언행도 없습니다. 상대의 속도를 먼저 봐야 해요. 그 아이가 얼마나 다쳤는지를요.”
장애인을 위한 수업에서는 더욱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시각장애 학생에게는 동작의 각도를 단어 대신 촉각과 소리로 안내하고, 청각장애 학생에게는 ‘눈을 먼저 바라보는 시간’을 늘린다. 신체 조건을 보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존중이고, 가르치려 들기보다 함께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런 방식으로 일반 교육에 적응하지 못했던 이들을 다시 사회로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이러한 진심은 프랜차이즈 운영 원칙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단 한 번도 가맹점을 ‘확장’이라는 이름으로 접근한 적이 없다. 프랜차이즈 1호점 모집 조건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딱 하나예요.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게 없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같이 할 수 없어요.”
운동맛GYM과 인생멋GYM은 빠르게 규모를 키우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하나의 공간이 작은 공동체로서, 사람의 삶에 스며들고 치유를 제공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상업적 성공 이전에,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기능하길 바란다는 그의 태도는 요란하지 않지만 묵직하다.
인터뷰 내내,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고 그들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꺼내보던 그의 선하고 단단한 눈빛을 기자는 잊을 수 없었다. 진심이 만든 이 무대에서, 그는 오늘도 사람을 기다린다.
이슈메이커 김남근 기자 issue884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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