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한 풀며 프로 데뷔 후 첫 우승
10년 동행한 토트넘 ‘레전드’로 자리잡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이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대회에서 주장으로 우승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유럽대항전 우승 이끈 최초의 한국인
올 시즌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유로파리그에서는 결승까지 올라 ‘멸망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결승에서 승리하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확보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지만, 패할 시 어떤 것도 남는 게 없는 시즌 마무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러설 수 없는 경기에서 승리한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 만에 공식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유럽대항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1984년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 우승 이후 무려 41년 만의 쾌거다.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의 순간을 만끽한 팀의 주장 손흥민의 감격은 더하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한 손흥민은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는데, 이번 우승 전까지는 어떤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우승에 근접했던 일들이 꽤 있었는데,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첼시에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고, 2018/2019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리버풀에 지며 트로피를 스쳐 지나가야 했다. 2년 뒤 잉글랜드 리그컵(카라바오컵)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맨체스터 시티에 패하며 또 쓴잔을 마셨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에 밀려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고, 지난해 개최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연령별 대회로 분류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축구 금메달을 따냈을 뿐이다.
토트넘에서 함께 정상에 도전했던 동료들이 트로피를 찾아 하나둘 팀을 떠나며 전력은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 손흥민 역시 정점에서 내려오는 상황에서 맞이한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손흥민에게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무관 탈출’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결승전을 앞두고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동안 다른 조각들은 다 모았지만, 가장 중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 하나는 아직 손에 없다. 이번에는 그것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피력하기도 했다.
“오늘만은 나도 레전드라 말하겠다”
그동안 결승전에서 슬픔의 눈물만 흘렸던 손흥민은 이번엔 기쁨의 눈물을 마음껏 흘렸다. 시상식에서는 특유의 환한 미소와 함께 선수단 대표로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프로 통산 619경기, 토트넘에서만 454경기 끝에 얻은 첫 우승컵이었다. 그는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 오늘 이뤄졌고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와 함께 “오늘만큼은 나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이런 날이 오길 바랐다”면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라커룸 밖에 걸려있는 과거 우승 사진을 보며 손흥민에게 ‘우리가 널 저 자리로 올려보내겠다’던 약속을 지켰다”고 언급했다.
프로 데뷔 후 15년간 기다린 ‘우승’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며 손흥민은 한국 선수로는 차범근 전 감독, 김동진, 이호 코치에 이어 네 번째 UEL 우승자가 됐다. 차 전 감독은 1979/80시즌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와 1987/88시즌 레버쿠젠(독일)에서 UEL 전신인 UEFA컵 우승을 만끽한 바 있고, 김동진과 이호는 2007/08시즌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에서 UEFA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손흥민은 이번 우승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모두 출전한 기록도 세웠다. UEFA컵에서 유로파리그로 명칭이 변경된 2009년 이후 우승한 첫 한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토트넘은 오는 8월 펼쳐지는 UEFA 슈퍼컵 출전권도 획득했다. UEFA 슈퍼컵은 전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팀과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단판전을 벌이는 대회다. 손흥민의 다음 시즌 거취에 따라 또 하나의 트로피 추가 기회가 생긴 셈이다. 그는 지난 1월 2025-26시즌까지 토트넘에서 뛰기로 계약을 1년 연장했다. 1시즌 더 토트넘에서 뛰게 된다면 토트넘 역대 최다 출전, 최다 골 부문에서도 더욱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 손흥민은 역대 토트넘 선수들 가운데 최다 출전 7위, 최다 득점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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