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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다양해진 최고경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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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suemaker 2025. 3. 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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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다양해진 최고경영진

국내외 40종의 C레벨 직책 생겨나
스타트업 성장 단계 맞춰 필요한 C레벨 영입하기도
 

최근 들어 분야별 최고책임자를 의미하는 ‘C레벨’의 역할 세분화와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이름을 지닌 C레벨이 등장하며 전문가들 사이에선 진정한 ‘CXO(다양한 C레벨 직책)’ 시대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Pixabay


이름도 천차만별, 진화하는 C레벨
전통적으로 C레벨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등에 국한됐다. 이러한 익숙한 이름 외에도 근래 C레벨은 최고제품경험책임자(CXO), 최고사업개발책임자(CBDO),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법률책임자(CLO), 최고지식재산권책임자(CIPO), 최고인사책임자(CHR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

  기업 경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CEO라는 용어의 탄생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면 C레벨과 같은 직급이 등장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기업 경영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기술 발전의 속도도 빨라지면서 역할 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기업 전략 수립과 실행, 리더십 및 조직 문화 형성, 재무 관리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 들어 분야별 최고책임자를 의미하는 ‘C레벨’의 역할 세분화와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Pixabay


  이러한 C레벨의 일반적인 형태만 4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기술 트렌드에 따라 이름이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최고재능책임자(CTO·Chief Talent Officer)나 최고문화책임자(CCO), 최고학습책임자(CLO) 등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한편 최고기술책임자(CTO)라는 직책 명칭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와 같은 직책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AI를 도입해 기업의 효율성을 개선하면서 수익 창출과 동시에 윤리·보안 차원의 리스크까지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미국 백악관 역시 연방 기관에 CAIO를 지정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최고미래책임자(CFO), 최고다양성책임자(CDO),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를 비롯해 심지어 근로자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 일하는 최고행복책임자(CHO)를 임명하는 기업도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강조하려는 분야에 특별한 책임 임원을 두어 각자 강점을 더욱 깊게 파고드는 경영 전략을 구사한다. ⓒPixabay


  특정 C레벨의 직책이 경영 환경이나 기술 변천에 따라 증감을 반복하기도 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2000년에는 포천500과 S&P500 지수 구성 기업 중 48%가 COO 직책을 두고 있었는데, 2018년 조사에선 이 비율이 역대 최저치인 32%까지 줄었다가 2022년 다시 40%로 회복됐다.

  한편 업종별로 중요한 C레벨의 직책도 다르다. 이를테면 유통이나 소비재 기업에선 최고고객경험책임자(CXO)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역할이 중요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핵심 서비스를 ‘상품’으로 통칭해 부르기 때문에 최고상품책임자(CPO)가 중요한 직책이 되는 식이다. ‘친환경’ 트렌드 속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의 중요성이 커지기도 한다.

C레벨은 CEO가 이끌어 가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팀처럼 협력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Pixabay


하나의 팀처럼 협력해야 좋은 성과 가능
C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경력과 업무 경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 내에서 계단식으로 승진하여 진급하거나, 외부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아서 스카우팅 단계를 거쳐 C레벨로 올라가게 된다. 혹은 창업을 하며 C레벨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한다. 이들에겐 변화에 대응하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조직 내에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여 직원들이 함께 달려갈 수 있는 방향성 역시 제공해야 한다. 경영진인 만큼 구성원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조직 내에서의 효율성과 팀워크를 증진시켜야 하는 임무도 있다.

  그래서 C레벨은 CEO가 이끌어 가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팀처럼 협력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CEO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대신 C레벨과 호흡을 맞추는 기업이 탄탄한 경영 능력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C레벨이 각자의 자리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CEO는 중요한 의사 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고, 기업의 자원 배분이나 위험 관리도 개선된다. 위기 상황 속 기업이 빠르게 회복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뛰어난 리더십 팀을 보유한 기업은 업계 평균을 넘는 재무적 성과를 달성할 확률도 2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기업들은 외부에서 연륜과 경험을 갖춘 C레벨을 영입하는 문화가 과거부터 존재했다. 사진은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 ⓒWorld Economic Forum/swiss-image.ch/Photo Valeriano DiDomenico/Flickr


  스타트업의 경우 강조하려는 분야에 특별한 책임 임원을 두어 각자 강점을 더욱 깊게 파고드는 경영 전략을 구사한다. 어떤 C레벨을 두는가를 보면 그 기업의 지향점을 한눈에 알 수 있어서다. 그래서 최고경영진 스펙트럼도 다양한 편이다. 이는 스타트업 고유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의 경우 소수 인원으로 빠르게 사업 모델을 수립한 뒤, 이를 시장에 즉시 적용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펴 사업 모델을 검증해 수정하는 전략을 택한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인 셈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뒤에는 대기업이나 이미 성공을 경험한 스타트업 출신 인재들이 C레벨로 투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전성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업 아이디어가 검증된 뒤에는 기업의 체계를 갖추는 게 꼭 창업자들의 몫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기업들은 외부에서 연륜과 경험을 갖춘 C레벨을 영입하는 문화가 꽤 오래 됐다”고 설명했다.

어떤 C레벨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현재 취약점이나 앞으로 주력할 분야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Pixabay


  이로 인해 스타트업이 어떤 C레벨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현재 취약점이나 앞으로 주력할 분야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산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법조인 출신 C레벨을 영입하거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보안 전문가를 채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C레벨은 더욱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 기업의 성공을 위해 더 중요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무작정 C레벨을 수혈하는 데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전직이 활성화 되고 있으나 다른 환경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무조건 일을 잘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C레벨 간의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비슷한 업계나 같은 직책들끼리 교류하며 정보를 얻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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