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세에 야당과 대치 거듭
대통령실,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않을 것”
5년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하락세’와 ‘극한 대치를 거듭하는 대야(對野) 관계’, ‘당정 간 파열음’ 등 갖가지 과제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연금·의료·교육·노동 및 저출생 대응 등 핵심 개혁 과제 추진을 위해선 이러한 과제에 대한 돌파구가 절실하지만 특별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취임 이래 최저 지지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 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 과제와 저출생 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주요 국정과제를 실현해낼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결국 임기 내 완수가 불가능할 것이란 현실 인식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되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치적 유불리만 따진다면 하지 않는 것이 훨씬 편한 길이지만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 “과거 정부에선 연금 개혁에 대해 표가 깎이는 일이라 생각” 등 발언을 한 것은 윤 대통령의 정국 구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이다.
대통령실은 개혁 추진에 있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회와의 관계 역시 ‘정공법’을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장기간 ‘여론’과 ‘국회 관계’에서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 개혁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정국 구상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추석 연휴 직전까지 윤 대통령 지지율은 고전을 거듭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월 10~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20%로 취임 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4월 총선 참패 이후 16번의 갤럽 조사에서 연속 20%대를 기록하는 등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반환점 지지율은 45%였다. 임기 반환점 직전인 집권 3년 차 2분기 지지율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38%, 박근혜 전 대통령은 36%, 노무현 전 대통령은 34%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각각 28%, 18%에 그친 바 있다.
의료 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힌 ‘의대 정원 확대’는 지난 9월 3~5일 갤럽 조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 1위에 오른 이후 1위를 유지했다. 의료계와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여론 확보에서도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연금개혁 등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굵직한 개혁 사안에 대한 추진 의지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일반 여론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개혁과제와 관련해 여론이 악화하고 있고, 20~30% 사이 낮은 지지율은 국정 동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4대 개혁이 원칙적으로는 다 맞는 얘기”라면서도 “문제는 일을 벌여놓고 수습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야당과는 극한 대립, 여당과도 미묘한 갈등
국회와의 관계도 여전히 주요 과제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과 대립을 이어가는 와중에 여당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은 게 현실이다. 임기 전반기에는 1987년 민주화 정부 출범 이래 가장 많은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와 갈등을 빚었지만 경색된 정국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한 차례 연 것을 제외하고는 야당과 소통하는 모습에 소극적이었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제22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대통령실에선 국회에서 대통령을 향한 망신주기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불참 사유로 꼽았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 전대미문의 갈등은 민생법안의 미진한 처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해 최근 간호법과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 등 민생법안 28건을 처리했으나 산업계에 중요한 기간전력망법안(국가 기간전력망 확충법)이나 고준위방폐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주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날 선 대치는 급기야 ‘탄핵’을 거론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를 결성하고, 대통령실은 이에 “이재명 방탄연대 빌드업이냐”고 맞대응하는 등 거친 언행을 주고받고 있다.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차 영수회담’을 언급하는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여기에 가장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 당정관계가 무너졌다는 점도 문제다. 의료개혁과 의정갈등 국면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과 예정됐던 만찬을 추석 이후로 미루는 등 불편한 모습을 비췄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모두와 함께 식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상현 의원과 인요한 최고위원 및 김민전 최고위원만을 초대하고 ‘친한(친한동훈)계’ 지도부 의원들이 빠져 한동훈 대표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대통령실은 추석을 앞두고 민생 대책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일각에선 의료개혁, 특히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두고 당정 간 이견이 불거진 여파란 해석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주요 현안에서 편향된 만찬회동으로 당정관계가 비틀어지는 것을 두고 정무적 판단 미스로 바라보고 있다.
몸 푸는 여야 ‘차기 잠룡’
한편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이 지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차기 대권 주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대통령 후보군 중 야권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강(强)으로 앞서는 모습이다. 여기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 지사를 비롯해 최근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꾸준히 차기 잠룡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야권의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극체제’ 아래서 숨죽이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추석을 전후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오랜 정치 경륜을 바탕으로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도정을 기반 삼아 활동 폭을 넓히는 중이다.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라는 정통성을 앞세워 정치적 공간 확보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잠룡들의 행보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결과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르면 10월 중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재판 1심 선고가 나올 수 있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2년형을 구형했는데, 당 안팎에선 높은 구형량에 분노의 목소리와 함께 당황한 기색도 일부 감지된다.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될 경우 공고했던 이재명 체제에 균열이 생겨 당내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 타격은 물론 굳건했던 대권 가도 역시 격랑을 피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의 차기 잠룡으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차기 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국갤럽의 9월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는 26%를, 한동훈 대표는 14%를 기록했다. 뒤이어 조국(5%), 이준석(3%), 오세훈(2%), 김문수(2%), 홍준표(1%), 안철수(1%), 김동연(1%) 순이었다.
여전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야권에서는 가장 앞서가는 형국이지만 최근 들어 주춤한 상황이다. 당권을 거머쥘 때만 하더라도 그가 보수정당의 확실한 ‘원톱’ 대선주자로 올라섰다는 반응이 쏟아졌지만, 취임 두 달이 다 돼가는 동안 ‘개업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실점만 쌓여가서다.
그러자 국민의힘 잠룡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종 현안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주목받고 있다. 오 시장은 지구당 부활과 의료대란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며 선명성 강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광폭 행보를 보이는 오 시장이 한 대표가 당정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여권 내 돌풍의 핵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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