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외환위기 전야 연상한다는 우려
‘뉴노멀’ 되고 있는 원화 약세
미국 달러 초강세 흐름이 세계 경제에 그늘을 깊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아시아 주요 국가의 통화인 한국 원, 일본 엔, 중국 위안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물가 오름세로 인해 미국은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달러가 강세이지만 물가 오름세는 여전한 상황이다.
유례없는 미국 경제 호황
고금리와 고물가, 전쟁 장기화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고난을 겪는 가운데, 미국만 호황인 수치들이 뚜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1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상향했다. 일본(0.9%)과 프랑스(0.7%), 독일(0.2%)은 물론 한국(2.3%)보다 높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올해 미국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나라는 전무하다. 미국 경제가 탄탄해진 건 생산성 향상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해 4분기 미국 비(非) 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이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 연속 상승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시간 당 노동생산성은 87.6달러로 한국의 49.4달러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인공지능(AI)을 앞세운 기술 혁신과 이민자 유입 등으로 생산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지난 3월 실업률은 3.8%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현재 미국은 2년째 4% 미만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50년 동안 가장 긴 기간이다. 유례없는 호황인 것이다. 문제는 ‘킹달러’를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국의 처지다. 지난 4월16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는데, 1,400원을 넘은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와 미국 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2022년) 등 네 번밖에 없었다. 이제 1,300원대 환율이 일상이 되는 분위기다.
달러 인덱스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
최근 상황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전야를 연상케 한다. 당시 아시아 외환위기는 1995년 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1년 전에 비해 두 배인 6%로 올리는 통화수축 정책이 계기가 됐다. 아시아 각국 경제가 침체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미국의 고금리로 달러 가치가 급격히 치솟자, 아시아 각국은 외환위기에 봉착한 바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의 문제는 심각하다. 동남아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큰 인도네시아는 4월23일 기준금리로 쓰이는 7일물 역환매채권(RRP) 금리를 연 6.00%에서 6.25%로 전격 인상했다. 달러 강세로 인한 자국 통화 약세 및 자본 유출이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최근 달러당 16,080루피아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는 지난 1997년 여름 달러 당 15,100루피아를 찍은 것을 능가하는 수치다. 말레이시아의 통화 가치도 아시아 금융위기 이래 최저치로 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상승으로 인한 민심 동요를 달래기 위해 공무원 급여를 13%나 인상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6개 선진국 통화(유로·일본 엔·영국 파운드 스털링·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나·스위스 프랑) 가치와 달러 가치를 비교한 달러 인덱스도 연초 대비 4.2% 상승(달러 강세)해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 150개 통화 중 3분의 2가량이 연초보다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2 플라자 합의’ 추진 가능성도
달러 강세 앞에 전 세계 대부분 통화가 맥을 못 추면서 각국 중앙은행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미국과 금리 차가 벌어지면 통화가치 하락과 수입 물가 상승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초 6월 전후로 예상됐던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BOE)의 기준금리 인하도 연준의 결정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ECB 내 ‘매파’로 꼽히는 가브리엘 마크루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026년께 ‘제2 플라자 합의’가 추진될 수 있다는 국제경제정책연구기관의 전망도 나왔다. 주요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1985년 당시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이 모여 엔화와 마르크화의 인위적인 통화가치 절상을 유도했던 조처가 40여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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