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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 Ⅰ] 충분한 준비 없이 시설 나와 고립 내몰려

매거진

by issuemaker 2024. 6. 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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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준비 없이 시설 나와 고립 내몰려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홀로 감당
편견과 준비 부족으로 취업에도 어려움

우리 사회에는 매년 약 2,40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보호 종료 연령이 되어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18세까지 아동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의 보호를 받고 난 후에는 자립 지원 기간이 5년에 그치고, 현행 지원 제도의 한계로 인해 이들은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홀로 감당하며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Pixabay


5년 지원 기간 지나면 일상 막막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 중 3만 명가량이 시설 또는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이들이 보호 종료 연령이 되면 지원되는 건 정착지원금 800만 원이 전부다. 2022년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이 마련되어 정착지원금은 1,000만 원으로 늘고 자립 후 5년간 월 40만 원의 자립 수당도 지급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교육과 주거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고, 상담과 지원을 위한 전담 기관과 인력도 배정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무상이나 월 1만 원 수준의 임대료만 받고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과는 별개로 18세라는 나이는 아동보호법에서 규정한 보호 종료 연령일 뿐 성년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성년이 돼도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독립 전 충분한 돈을 모아두기 어렵다. 사교육 기회를 얻기도 힘들어 진학 경쟁에서도 뒤처지기 때문에 자립을 위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을 리 없다.

  더욱이 지원금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2,000만 원(후원금 포함) 안팎의 목돈을 소진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 생활경제 감각이 뒤지고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한 실정이라 전세·중고거래 사기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지인이나 가족 등 믿고 의지하던 사람들에게 당하는 범죄다. 그래서 자립에 성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5년 안에 자립에 성공하지 못하면 고립에 빠지게 된다. 자립준비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6%가 보호 종료 이후 안정적인 거주지를 구할 때까지 찜질방이나 학교 동아리방, 친구 집, 노숙, 청소년 쉼터 등 주거지로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 머무는 경험을 했다.

  이로 인해 도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 집계로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2명이 숨졌는데, 이 중 20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알려지지 않은 죽음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세 이상 자립준비청년 50%가 ‘극단적 생각을 해 본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1년 차에는 43.5%, 2년 차는 50.2%, 3년 차는 56.4%, 4년 차는 52.1%, 5년 차는 48.9% 등으로 분석됐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극단적 생각을 해 본 경험’에 대해 97.6%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 또래 일반 청년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022년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이 마련되는 등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사후관리 전담 인력 부족
정부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2022년 종합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국가가 부모의 심정으로 챙기겠다”고 밝혔고, 이후로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보완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으나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히 사후관리 전담 인력이 부족해 밀착관리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자립준비청년 현황’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중 보호기간이 종료된 뒤 연락이 끊기는 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현재 전담 인력 1인당 보호 종료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 대상자 수가 63.4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또한 자립준비 프로그램에 정보 제공이 부족하여 자립준비청년 10명 중 3~4명은 프로그램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립준비청년이 홀로 서는 데 가장 높고 중요한 문턱은 취업이다. 안정적인 일을 구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생활고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준비 부족으로 상당수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립준비청년의 3명 가운데 1명은 월 소득이 100만 원도 되지 않는다. 취업에 성공해도 절반 이상은 서비스업과 단순 노무직 등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설을 나오고 5년 이내에 자립준비청년의 기초생활 수급률은 36.1%로 같은 연령대 청년이 2.5%인데 비해 매우 높다. 정부가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지만, 충분한 지원을 통해 첫 취업의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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