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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챔피언] 임희진 백년옹기·임재현 제일요업 대표

이슈 인터뷰

by issuemaker 2024. 4. 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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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통 3대의 맥을 잇습니다”
 

역사가 담긴 고유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경쟁력
지난해 ‘소금 간수 항아리’ 폭발적 인기 얻기도

‘옹기(甕器)’는 농경문화에서 식량 저장과 먹거리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실용적인 그릇이다. 고운 흙으로 만든 청자나 백자와는 다르게 모래가 섞인 점토로 만들기 때문에 표면에 미세한 숨구멍이 존재한다. 옹기를 두고 숨 쉬는 그릇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래서 발효·숙성 기능이 탁월한 한민족의 독특한 음식 저장 용기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다.

사진=손보승 기자


3대 이어 4대 가업으로 전통문화 계승 하고파
삼국시대부터 음식 저장 용기로 사용되던 옹기는 된장이나 간장, 물, 술, 곡식을 넣어두는 항아리는 물론이고 떡을 만드는 시루, 콩나물시루, 소주를 증류하는 소줏고리, 농사에 쓰던 장군, 약탕기 등 갖가지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생활방식의 현대화에 따라 스테인리스 소재의 그릇과 플라스틱 보관 용기가 만들어지며 옹기 보급률이 점차 떨어지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변해가는 시대적 흐름에도 흔들림 없이 옹기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인물이 있어 화제다. 백년옹기의 임희진 대표와 제일요업 임재현 대표가 그 주인공. 남매지간인 두 대표는 3대(代)째 맥을 이어오고 있는 가업을 이어감과 동시에 옹기의 전통이 쉬이 끝나지 않도록 미래에 대한 고민도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100년 전통으로 3대째 가업을 이어받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임희진 대표) “할아버지이신 임헌교 옹기장께서는 충남 아산에서 평생 옹기를 만드시며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신 분이다. 아버지께서 가업을 물려받으셨고,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경기도 여주를 거쳐 지금 강원도 원주에서 3대째 전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옹기는 예부터 선조 장인에게 물려받아 완성되는 전통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데, 저희 역시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 때부터 물려받은 고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생인 임재현 대표가 할아버지 때부터 써내려 온 ‘제일요업’이라는 이름으로 제조 및 판매를 진행 중이고, 저는 온라인 판매와 100년 역사를 알리고자 백년옹기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가업을 이어받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었던 건지?
  (임재현 대표) “아버지가 가업을 물려받으시고 사업이 잠시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 저와 아버지 둘이서 여주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일했는데, 작은 방에서 잠을 자면 어깨가 닿을 정도로 좁은 곳이었다. 그 시간을 보내고 군대를 전역한 뒤에는 요식업에 뛰어든 때도 있었으나 결국은 옹기 분야로 돌아오게 되더라.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려움 속에서도 가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사명감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그런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백년옹기의 임희진 대표와 제일요업 임재현 대표는 변해가는 시대적 흐름에도 흔들림 없이 옹기 문화를 지켜가는 중이다. ⓒ사진 제공=임희진 대표


좋은 옹기라는 정평이 났는데
  (임희진 대표) “저희는 현재 다양한 형태의 항아리와 화분, 수반 등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소금 사재기 움직임이 일던 때 ‘소금 간수 항아리’가 큰 인기를 얻은 일이 있었다. 기존에는 굽는 과정에서 바닥이 터진 옹기를 간수 빼는 용도로 사용했다면, 저희는 만드는 과정에서 옹기 바닥에 구멍을 내어 제품을 내놓았다. 간수를 더 완벽하게 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말 그대로 ‘주문 폭주’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앞서 말한 100년 전통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기에 저희 제품이 좋은 입소문을 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맥이 점점 끊기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듯하다
  (임재현 대표) “그렇다.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저희 같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옹기는 삼국시대부터 선조들이 음식 저장 용기로 사용하고, 19세기 초에는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옹기를 만들어 생계자원으로 활용하며 굶주림을 면하기도 했다. 그만큼 유구하고 굴곡진 역사를 가진 셈인데 그 가치가 점점 희석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임희진 대표의 아들인 이상호 학생은 한국도예고등학교에 재학 중으로 전국대회에서 수상도 하는 등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 제공=임희진 대표


가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미래도 구상 중인지
  (임희진 대표)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제 아들이 한국도예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전국대회에서 수상도 하는 등 재능도 있고 본인 역시 배움에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다. 물론 본인의 선택이기에 가업을 이어갈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기술과 정신을 물려받아 이 전통이 쉽게 끊기지만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임재현 대표) “그동안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크게 흔들림 없이 가업을 잘 이어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지금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좋은 제품을 만들어갈 것을 약속드린다. 그리고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옹기의 아름다움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할 것이다. 많은 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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