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OTT 구독료 줄줄이 인상
요금 인상 최대 수혜자는 불법 사이트?
국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구독료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제한을 두고 추가 요금을 개설하면서 사실상 요금을 인상했고, 디즈니플러스도 요금을 올렸다. 토종 OTT도 이러한 흐름에 가세하는 분위기라 OTT를 여러 개 구독했던 이용자들의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 현실화된 셈이다.
스트리밍 전쟁의 새로운 단계
넷플릭스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넷플릭스 계정의 이용 대상은 회원 본인과 함께 거주하는 사람, 즉 한 가구의 구성원”이라며 “넷플릭스 회원과 같은 가구에 속하지 않은 이용자의 계정을 공유하려면 매달 5,000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넷플릭스 구독자들은 계정을 공유하며 요금을 나눠 지불해온 만큼, 사실상 요금 인상인 모양새다. 다만 프리미엄 계정(17,000원)은 최대 2개, 스탠다드 계정(13,500원)은 1개의 가구 외 이용자를 추가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 2월 캐나다와 뉴질랜드,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 계정 공유 제한을 시작했고, 5월에는 100여 개국으로 확대했다. 계정 공유 제한 이후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전 분기 대비 589만 명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도 해당 정책을 시행하면서 구독자 증가를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디즈니플러스도 예고대로 요금 인상에 동참했다. 기존 월 9,900원의 단일 요금제에서 스탠다드(월 9,900원)와 프리미엄(월 13,900원)으로 개편했다. 기존 멤버십 기능은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만큼 사실상 월 구독료가 4,000원 오른 셈이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향후 계정 공유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가격 인상, 계정 공유 단속은 한국뿐만 아니라 서비스 중인 전 세계 주요 국가 모두 적용된 조치다. 지난 8월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당시 “계정 공유 행위 단속을 통해 서비스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 전 세계 구독자 수는 분기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4분기 240만 명과 지난 1분기 400만 명이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170만 명이나 줄었다. 이러한 영향에 디즈니 스트리밍 사업부는 지난 2분기에만 5억 1,2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역시 내년 초부터 광고를 싣고 광고가 없는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질 높은 콘텐츠에 지속해서 투자를 이어가고, 내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투자를 늘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스트림플레이션’ 속에 눈치 보는 국내 OTT
구독료 인상은 토종 OTT도 피할 수 없었다. 고물가 시대에 콘텐츠 제작 및 투자비도 오르면서 티빙이 독립 출범 이후 처음으로 요금을 인상한다. 티빙은 “이용자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고, 해외 OTT에 준하는 상품 체계를 구축해 최고의 K콘텐츠 플랫폼 위상 공고화의 발판을 마련한다”고 밝히며 요금 인상안을 내놨다.
오는 12월 1일부터 현재 웹 결제 가격인 베이직 월 7,900원, 스탠다드 월 1만900원, 프리미엄 월 1만3,900원의 구독료가, 베이직 월 9,500원, 스탠다드 월 1만3,500원, 프리미엄 월 1만7,000원으로 인상되며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된다. 구독료 인상에 따른 회원 탈퇴 등 반발을 대비해 기존 가입자 구독료 인상은 내년 5월(구독료 변경 사전 동의 시)로 미뤘고 tvN, JTBC 등 29개 실시간 채널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했다. 또한 내년 1분기에는 광고를 보는 대신 이용료를 낮춘 월 5,500원 광고형 요금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등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웨이브와 왓챠는 현재 구독료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고 요금제 도입은 수익 개선 모델로 고려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조만간 요금제 개편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광고 요금제 도입, 요금 인상 등을 당분간 검토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 이커머스 멤버십인 ‘로켓와우’의 부가서비스 개념이라 다른 곳과 달리 구독료로 수입을 벌지 않는다. 콘텐츠 투자도 모두 쿠팡 재원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쿠팡이 OTT 사업모델로 벤치마킹했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사례를 비추어보면 추후 재원 확보가 불확실해지면 요금 체계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스트림플레이션’의 부담은 고스란히 이용자의 몫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민 한 사람당 평균 2.7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이용자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여파로 구독료 인상이 다른 통신비 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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