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의견 충돌하며 외신도 관심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은 점차 변화돼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혼외자 논란은 한국 사회에 깊은 질문을 던지는 사건으로 확대되었다. 단순히 스타의 사생활이나 스캔들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와 개인의 선택을 둘러싼 집단적 도덕적 기준을 조명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정우성, “아들에 관한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
정우성은 2024년 11월 문가비가 3월 출산한 아들이 자신의 친자임을 소속사를 통해 인정했다.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양육 방식에 대해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며 “정우성은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 계획이 없으며, 교제 관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정우성과 문가비는 2022년 한 모임에서 만나 가까운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가비는 2023년 6월 임신 후 이듬해 3월 출산했으며, 정우성은 아이의 태명을 짓고 산후조리원과 양육비 문제를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혼 문제를 놓고 갈등이 컸다는 전언이다. 문가비가 결혼을 원했으나, 정우성은 양육만 책임진다는 게 입장이다.
양육 책임 선언은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이번 비혼 출산 소식이 대중에게 알려진 직후 정 씨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많았다. 여전히 사회적 통념은 ‘자녀 출산은 온전히 가정이 갖춰진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녀는 부부가 사랑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축복이고, 자녀의 양육은 부모 공동의 책임이며 가족을 구성하는 것은 그 책임에 대한 일종의 약속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있다. 일각에서는 난민과 미혼모 보호를 외치며 약자의 편에 서는 선하고 올바른 이미지로 사랑을 받던 정 씨가 대중을 기만한 것이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후 정우성에 대한 사생활 폭로도 잇따르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었다. 회계사 A와 열애설이 불거졌고, 또 다른 여성 B와 찍은 스티커 사진이 유출되기도 했다. 자연스레 대중들의 실망도 커졌다. 정우성은 논란이 제기된 이후 제45회 청룡영화상에 참석해 아버지로서 책임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사랑과 기대를 보내준 모든 분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모든 질책은 내가 안고 가겠다. 아버지로서 아들에 관한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 혼외 출산율 증가 추세
한편 정우성이 아버지로서 책임을 지는 데 ‘이렇게까지 비난받을 만한 일이냐’는 의견도 많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예인들의 사생활이야 늘 관심사가 되는 것이지만, 그가 결혼을 하냐 마냐 하는 결정까지 비난과 판단의 대상이 되는 건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며 “아이 낳은 부부가 이혼하는 게 허용되고 그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남녀가 혼인하지 않고 따로 사는 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냐. 그럼 아이 낳고 결혼한 뒤 이혼하면 괜찮은 거냐”는 질문을 던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해당 사건에 대해 “한국은 유명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사회적 기준을 요구한다”며 “정우성의 이번 발표는 개인적 선택과 사회적 기대가 충돌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이 좀 다르다.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많이 달라서다. 해외 연예계에서는 스타들의 혼외자 출산이 익숙하다. 할리우드 배우 알 파치노는 공식적으로 결혼한 적이 없지만 4명의 자녀를 두고 있고, 영국 출신 배우 휴 그랜트는 혼외자만 5명을 두고 있으며 58세가 되어서야 첫 결혼을 했다.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첫째를, 대리모를 통해 둘째와 셋째를, 현재 약혼자와의 사이에서 넷째와 다섯째를 품에 안기도 했다.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은 50세의 나이에 스스로 원해 비혼 출산했으며, 배우 조디 포스터는 정자 기증을 통해 자녀를 출산했다. 외국에서도 스타들은 관심의 대상이기에 혼외자 출산이 가십거리인 것은 맞지만, 그 자체를 논란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처럼 다른 나라의 비혼 출산 현황을 보면 상당히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혼 출산율은 41.9%다. 특히 프랑스(62.2%), 스웨덴(55.2%), 영국(49.0%), 미국(40.5%) 등 선진국으로 취급되는 나라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한국 역시 전통적으로 혼외 출산율이 낮은 사회였지만, 최근 들어 그 수치가 조금씩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혼인외 출생자는 1만 900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4.7%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 2.2%에서 2022년 3.9%를 넘어 상승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결혼 없이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42.8%였다.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2.5%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20대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24년 51.2%에서 2024년 39.7%로 감소했다.
정치권 법안 마련 분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미혼 여성의 출산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비혼 출생을 좋게 보지 않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 제도가 흐트러지면 아이들이 제일 먼저 큰 희생자가 된다”면서 “모든 아이는 생물학적 아빠와 엄마 밑에서 자랄 권리가 있고 우리가 그것을 뺏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적 현실을 둘러보면 독려나 장려도 힘들다. 부부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에 비하면 한부모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우리 사회 시스템상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비혼 출산율이 높은 프랑스는 비혼 동거 커플이나 싱글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제도가 잘 조성된 국가로 꼽힌다.
이처럼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정부에서 비혼 출산아가 차별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지원 방법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부모 가족이나, 어떤 여러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 한 명 한 명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하겠다는 일관된 정부 철학이 있다.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혹시라도 빠진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치권도 비혼 출산과 비혼 출산 가정을 지원하는 법안 마련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우리나라도 프랑스식 ‘등록동거혼(PACS)’을 도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남녀 동거를 계약 관계로 묶어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이별 시엔 계약을 종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준비 중인 ‘연대관계등록제’는 연대관계인을 지정해 한부모 가정과 1인 가구의 수술 장례 등을 가족 대신 동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생활동반자 관계로 등록하면 동거 및 부양의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주는 ‘생활동반자법’을 준비 중이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역시 “비혼 출생아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지역에서 먼저 할 수 있는 사업부터 추진하고 필요한 법 제도 개선 등은 정부·국회 등과 협력하기로 했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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