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대부분 ‘취약’ 지정 밖 지역에서 발생
임상섭 산림청장 부실 관리 대국민 사과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난데없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극단적으로 바뀌는 날씨는 이제 한두 번의 이례적 현상이 아닌 일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화하면서 극단적 폭염과 극한 호우가 교차하고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에서 반세기 중 가장 긴 가뭄이 이어져 피해가 속출하다가 장마철에는 다시 기록을 세울만한 많은 비가 이어졌다.
기후 위기로 늘어나는 산림재난
변덕스러운 기후로 강한 비가 내리면서 발생하는 주요 재난 중 하나는 산사태다. 집중호우로 산비탈이 무너지면 많은 양의 흙과 돌, 나무 등이 빗물과 섞여 계곡을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토석류가 발생하는데, 엄청난 힘과 속도로 흘러내려 가기 때문에 하류 생활권에 큰 피해를 준다. 최근 들어 호우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예측을 벗어나는 규모의 산사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의 97%가 산림청 등이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조사 및 지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기준 산림청의 산사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산사태취역지역 지정(누적) 현황은 총 28,988개소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 2021년부터 2024년 9월 현재까지 산사태 실태조사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2021년 4.9억 원(2,204개소), 2022년 28.35억 원(6,125개소), 2023년 28.35억 원(5,283개소), 2024년 47.34억 원(12,027개소, 조사 중) 등 총 108억 9,400만 원(25,639개소)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산사태 발생에 대한 사전 예방적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산사태는 2021년 190건, 2022년 1,278건, 2023년 2,410건, 2024년 현재까지 1,030건 등 총 4,908건이었으나 정작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내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338건(6.9%)에 불과했고, 나머지 93.1%에 해당하는 4,570건이 산사태취약지역 외에서 발생했다. 특히 작년에 발생한 산사태 중 산사태취약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고작 73건으로 단 3%에 불과했고, 전체 97%에 달하는 2,337건이 산사태취약지역 외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복구비는 1,428억 2,200만 원으로 2021년(149억 9,900만 원) 대비 852%나 증가했다.
감사원 역시 올해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산림청의 산사태 취약 지역 지정 및 관리가 부실했다고 판단한 상태다. 또한 산사태로 인한 피해 범위에 있는 위험구역임에도 대피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위험구역 내 시설을 대피 시설로 지정해 놓는 등 대피체계가 허술한 문제 등도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디지털 산사태 대응팀 꾸려 예측력 강화 방침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와 관련해 부실한 취약지역 지정과 관리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임상섭 산림청장이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과정에서 먼 곳은 가기 귀찮아 그 옆에 가서 조사하고, 신청도 안 들어왔던 곳을 취약지역으로 지정했다”며 “취약지역 지정과 관련해 산림청과 한국치산기술협회가 보여준 도덕적 해이가 너무나 적나라하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임상섭 청장은 “저희가 소홀하고 잘못했던 점이 있었다”며 “산사태로 돌아가셨거나 피해를 입으신 분들, 유가족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했다.
산림청이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를 축소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 의원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산사태를 7건, 인명피해는 13명으로 집계했으나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선 지난해 인명피해 산사태를 13건, 사망자는 26명으로 집계해 산림청의 집계가 감사보고서 대비 절반가량 적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산사태가 아닌 ‘토사 유출’이라고 주장했지만, 산림청이 토사 유출로 분류한 예천 효자면 백석리 사례에 대해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산사태’로 분석했다. 임 청장은 “인명사고가 났을 때 책임소재 문제가 있어 토사유출과 산사태를 구분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토사유출과 산사태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산림청은 산사태를 비롯한 산림재난 대응과 관련해 지난 4월 부처에 흩어져 있던 위험 사면 관리 일원화에 나서 산림청이 기존 2단계로 이뤄진 산사태 예측정보를 3단계로 세분화해 주민대피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생활권 주변을 중심으로 산사태취약지역 5,000개소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디지털 산사태 대응팀을 꾸려 부처 간 사면정보 통합작업에 나서며 산사태 예측력을 높여 산림재난으로부터 인명피해 최소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드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사방댐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방댐은 계곡을 가로지르게 설치해 토석류의 이동을 막고 그 양을 조절하는 소규모 댐으로 하류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토석류 감지 센서를 적용한 스마트 사방댐을 개발해 생활권 산사태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장에서는 사방댐 설계나 임도 점검 작업에 드론의 활용을 확대하는 실무 매뉴얼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2025년 농림 위성이 발사되면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사태 위험지역을 사전에 탐지해 사방댐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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