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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유세장에 울린 총성, 美 대선판 뒤흔들다

매거진

by issuemaker 2024. 7. 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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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장에 울린 총성, 美 대선판 뒤흔들다

저항의 순간 창출한 트럼프, 백악관 입성 가까워지나
美 공화당 전대서 대선 후보 공식 선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13일 오후(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총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사법당국은 ‘암살 미수 사건’으로 규정하고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범행동기를 조사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치권은 정치 폭력을 일제히 규탄했다.

ⓒ연합뉴스


총격범·집회 참석자 등 2명 사망
총격은 이날 오후 6시 10분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 이민 문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총성이 여러 발 울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쪽 목 뒤를 만진 직후 발언대 밑으로 몸을 숙였고, 경호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연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숙였다.

  잠시 후 일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상태로 주먹을 들어 보였고 지지자들은 이에 환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연단으로 내려와 이동했다. 당시 그는 오른쪽 귀 위쪽과 뺨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차를 타고 유세장을 빠져나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를 맞힌 총알은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로 얼굴을 비껴갔다. 그가 찰나의 순간 고개를 돌리면서 얼굴을 겨누던 총알이 귀를 스친 장면을 분석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상에 따르면 총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쪽 볼 부근을 겨냥하고 있었는데, 자료를 보기 위해 고개를 살짝 튼 순간 총알은 그의 오른쪽 귀 부근을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머리를 관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으로 총격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고, 집회 참석자 한 명도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격 테러를 규탄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위를 기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로 단결해 이를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이후 이틀 만인 1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장에 깜짝 등장해 지지자들에게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의 오른쪽 귀에는 거즈가 감싸져 있었다. 이날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대관식’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그가 입장할 때는 등장음악인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가 울려 퍼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환호에 ‘고맙다’라고 말하며 호응했다. 이와 함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강성 보수 성향의 J. D. 밴스 상원의원을 지명하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를 맞힌 총알은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로 얼굴을 비껴갔다. ⓒ미국 공화당 페이스북


피 흘리며 주먹 쥔 트럼프, ‘투사’ 이미지 새겨
가까스로 화를 면한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단에서 트럼프는 주먹을 불끈 쥐며 청중을 향해 “싸워라(Fight)”는 말을 세 번 외쳤다. 현장에 있던 청중들은 테러 위협이 여전한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USA”를 외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건재함에 응답했다. 이 모습을 포착한 AP 통신 에번 부치 수석 사진 기자의 사진은 올해 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들 ‘세기의 사진’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는 2021년 조지 플로이드 시위 취재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테랑이다.

  영국 BBC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에 유리한 강력한 서사를 또 하나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BBC는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들어 올리는 저항적인 트럼프의 비상한 이미지는 역사를 만들 뿐만 아니라 올해 11월 대선의 경로와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암살 시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박해받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한층 부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저항하는 이미지가 상당한 폭발력을 갖고 대선에 영향을 끼칠 거라 내다봤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회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화위복의 기회를 거머쥘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암살 미수 사건 이틀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귀에 거즈를 감싼 채 전당대회장에 등장해 지지자들에게 건재함을 과시했다. ⓒ미국 공화당 X


  뉴욕타임스 역시 “그는 역사에 잊히지 않을 이미지를 만들었다”며 이런 쇼맨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에서 이 사진을 공유하며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고 환호하고 있다. 역사적 순간으로 남을 한 장의 사진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곳곳에서 이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등 반향이 뜨거운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해당 사진을 공유하며 “그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세 결집에 나섰다. 트럼프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해당 사진을 올리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에 빗대기도 했다. 미국의 26대 대통령인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12년 대선 유세장에서 방탄복을 입은 채 가슴에 총을 맞았지만, 유권자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병원 이송을 거부하고 90분간 연설하고 내려온 일화로 유명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은 항상 국민의 손에 있어야 한다. 암살자의 손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The White House/Flickr


범행동기 여전히 미궁, 각종 음모론 제기되기도
총격을 가한 용의자인 20세 청년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범행동기를 두고 미 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뚜렷한 단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양원 주방에서 일했다는 것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광고에 등장한 사실부터 학창 시절의 다양한 행적도 확인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범행동기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미연방수사국(FBI)이 크룩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자택, 차를 뒤지고 100명 이상을 인터뷰했으나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동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남긴 글이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에서 범행동기를 설명할 만한 공개된 정보는 전혀 없다.

  크룩스의 정치 성향 역시 모호하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 명부에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진보 성향 유권자 단체에 15달러(약 2만 원)를 기부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격에 대해서는 주변인들의 전언이 엇갈린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소 말수가 적고 얌전한 탓에 외톨이로 보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면서도, 때로는 사냥복을 입고 등교하기도 할 정도로 괴짜 같은 면모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총격을 가한 용의자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범행동기를 두고 미 당국은 여전히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다만 현지 언론들은 그가 화기류에 관심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크룩스는 범행 당시 총기와 폭발물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데몰리션 랜치’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다음 날에는 크룩스의 차량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장치가 발견되는 일도 있었는데, 그는 이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장비도 소지하고 있었다.

  범행동기가 뚜렷이 설명되지 않으면서 SNS에서는 음모론도 확산하고 있다. BBC는 “음모론은 때론 합당한 의문과 혼란 속에서 시작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실패 문제 제기가 그렇다”고 보도했다. BB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하는 연단에서 약 1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건물 지붕에 총기를 든 용의자가 기어오르는데도 사전에 이를 막지 못했느냐는 경호 실패가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음모론”이라면서 “합당한 이유가 나오지 않자 불신과 추측 그리고 거짓 정보가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이면서 끝내 제대로 된 동기를 밝히지 못했던 2017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수사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선 총격범 스티븐 패덕이 콘서트장 인근 호텔 32층 객실에서 청중들을 향해 총탄 1,100발을 쏟아부어 58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벌어진 바 있다. 패덕은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경찰과 FBI는 2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고 연구기관에 패덕의 뇌 분석까지 의뢰했으나 범행동기와 이유 등을 끝내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종료했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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