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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K-라면의 메가트렌드 주도하는 ‘불의 여인’

매거진

by issuemaker 2024. 5. 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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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의 메가트렌드 주도하는 ‘불의 여인’

전 세계가 인정한 ‘불닭’ 시리즈
3세 경영의 본격적인 움직임, 넘어야 할 과제 산적

동·서양을 넘어 아프리카 대륙까지 접수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불닭볶음면의 품절 대란 소식을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과 로스엔젤레스 타임스(Los Angeles Times), 일본 니혼게이쟈신문과 닛케이 아시아 등 해외 매체들 역시 한국의 불닭볶음면에 대해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라인업을 출시하며 큰 사랑을 받아온 불닭볶음면의 성장을 주도해 온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전 삼양식품그룹) 부회장의 리더십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슈메이커가 그녀의 당찬 행보를 조명해보았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삼양라운드스퀘어


라면의 인스턴트 이미지 깨다
전 세계가 한국의 라면을 극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불닭볶음면에 대한 MZ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SNS에서는 다양한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맛이 나올 때는 너나없이 앞다퉈 리뷰를 올린다. 자유로운 레시피 변형은 덤이다. 조회수가 잘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는 단순히 라면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맛의 고급화를 통한 브랜딩의 승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최근 해외의 한 유명 셰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람의 집에 고급 식재료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까르보불닭볶음면과 파마산 치즈가루, 마요네즈 등만 있어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라고 콕 집어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이는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라면의 인스턴트 이미지를 깨고 고급스러움에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누적 판매량 50억 개를 돌파했고, 총매출 1조 2,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9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수출은 2022년 기준 4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5년 6월에는 밀양 제2공장의 완공이 예정되어 있어 또 한 번의 성장이 기대된다. 이러한 이유에서일까. 김정수 부회장은 올해 초 美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가 선정한 ‘2024년 50세 이상 아시아 여성 50인(50 Over 50: Asia 2024)’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의 성과를 떠나 불닭볶음면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에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김 부회장은 “전 세계인에게 특별한 문화적 매개체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불닭’을 K-문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며 “과학기술의 진보와 문화예술로부터의 영감이 잘 융합된다면 창업주의 일념인 식족평천(食足平天/먹는 게 족하면 천하가 태평하다)의 실현을 도울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라면의 인스턴트 이미지를 깨고 고급스러움에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재벌가 여인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 동행한 경제인 중 유독 눈이 띈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정수 부회장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삼양식품의 홍보관을 찾아 김 부회장으로부터 베트남 진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격려했다. 이는 당시 큰 화제를 모았고, 김 부회장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은 깊이 탄복했다.

  김 부회장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온 인물로 재벌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삼양식품 창업주인 전중윤 회장의 며느리이자 전인장 전 회장의 배우자로서 재벌가와 인연을 맺은 그녀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삼약식품에 입사해 전 전 회장을 도우며 기업과도 인연을 맺었다.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사회사업학과를 나온 김 부회장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개발해 출시했고, 2017년 삼양식품 총괄 사장에 올라선 이후 2021년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장 및 해외영업본부장을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삼양그룹 제2의 전성기를 이끄는 주역으로 부상했다. 그렇기에 김 부회장은 재벌가 여인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주목하기 시작했고, 재계에서도 그녀의 경영 성과를 높이 평가하게 됐다. 실제로 美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부회장을 ‘50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불닭볶음면은 세계적인 스타들에게도 사랑받으며 팬덤과 함께 성장에 탄력을 받았다. ⓒ 좌측부터 보그 프랑스(Vogue France) 유튜브 채널, 블랙핑크 지수 인스타그램, 유튜브 화면 캡처, cardi b 틱톡


  실제로 김 부회장은 해외사업을 꼼꼼히 챙기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시장 개척을 목표로 유럽과 미국 등 12개 국가를 직접 방문하는 현장경영 행보를 펼치기도 했고, 공중파에 모습을 드러내며 불닭볶음면에 대한 사랑으로 유명한 BTS 지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서일까. 삼양라운드스퀘어의 해외 매출은 현재까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식품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4억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 당시 김 부회장은 “국내 대표 식품 수출기업으로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한국 라면이 세계인들에게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가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말끔히 넘지 못한 오너리스크
한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 2020년, 과거 우지 파동에 이어 커다란 위기에 당면한다. 2020년 1월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김 부회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배우자인 전인장 전 회장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앞서 2018년에도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가 된 전력이 있었기에 당시의 판결은 삼양그룹에 직격탄이 됐다. 김 부회장은 ‘취업제한’ 규제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2020년 10월 법무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고 삼양식품 총괄사장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의심과 논쟁이 분분했으나, 그녀는 실력과 실적으로 이 모든 우려의 목소리를 잠식시켰다. 이 밖에 ‘일감몰아주기’ 이슈, ‘지주회사 신고 누락’ 이슈 등이 있었지만, 승소하거나 경고 조치 등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김 부회장은 이러한 오명을 벗어내기 위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해외사업 확대와 사업 구조조정 외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 투명한 경영체제를 마련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21년 삼양그룹의 ESG 그룹 위원장을 맡기로 결정됐을 당시 여러 전문가는 ‘ESG 개념을 사내이사 복귀 도구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액주주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지 고작 1년이 지난 김 총괄사장이 일선에 복귀해 ESG 경영을 강화한다고 선언한 것은 주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삼양그룹 측은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경영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비판적 시각은 이해하지만,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주주들에게 최선이라고 여겼다. 주주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말보단 성과로 보이려 애썼다. 실적, 사회공헌 등 대내외적인 면에서 회사가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끔 노력했다. 주주들도 충분히 납득하리라고 본다”라고 해명의 글을 전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전병우 상무를 중심으로 3세 경영 시대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삼양라운드스퀘어


3세 경영의 본격화
최근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3세인 전병우 상무가 경영 혁신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 상무는 자신이 이끌던 삼양애니의 대표직을 지난달 자진 사임하며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신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졌다. 삼양애니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콘텐츠와 캐릭터 사업 등 비(非)식품으로의 확장을 위해 2022년 설립된 기업으로 전 상무가 설립 과정을 주도했을 정도로 그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기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진 사임을 단행했다는 것은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본격적으로 3세 경영 시대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하면서 이사 직급을 폐지해 원래 이사로 승진해야 하지만 자연스럽게 상무로 승진한 점도 이에 대한 근거다. 지난해 5월에는 전 상무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아이스엑스를 흡수합병해 그가 삼양라운드스퀘어 주식을 직접 보유하게 되며 2대 주주(24.2%)에 오르게 됐다. 이에 대해 재계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3세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음에도 회장 직함을 이어받지 않고 있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이처럼 승계의 움직임으로 여론이 쏠리게 되자 전 상무도 계열사의 대표직을 이어가는 것이 부담이라고 판단해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양라운드스퀘어의 관계자는 “전 상무가 그룹 전략 총괄과 신사업본부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조직 개편이 이뤄진 것”이라고 승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신제품 맵탱의 성적표는 전병우 상무의 ‘경영능력 입증’의 지표가 될 것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


‘맵탱’의 성적표에 이목 집중
삼양라운드스퀘어가 3세 경영의 성공과 불닭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전병우 상무의 ‘경영능력 입증’이라는 과제가 주어질 것이며, 해외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불닭볶음면의 아성을 이을 ‘제2의 불닭볶음면’의 발굴도 뒤따를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 혹시라도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사그라든다면, 이에 대한 여파는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국물라면 ‘맵탱’을 선보였다. 매움의 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가 5000SHU로 일반 불닭볶음면(4404SHU)보다 맵다. 전 상무 콘셉트 설정을 주도하고 제품 기획, 네이밍, 디자인, 광고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의 어떤 신제품보다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300만 개가 팔렸지만, 아직 국내 시장에서는 자리 잡지 못했다. 기존 라면 시장 강자들의 아성을 넘기에는 임팩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맵탱은 김 부회장의 불닭볶음면과 같이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며 좋은 성적표를 받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포부를 증명해야 하는 시기
김정수 부회장은 라면 사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위에서 언급한 맵탱으로도 알 수 있듯이 라면 라인의 다각화는 물론, 소스, 냉동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늘리고 있고, 신사업으로 식물성 단백질, 마이크로바이옴, 건강기능식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영업마케팅 강화 및 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해외사업 부문 성장에 주력할 방침임을 밝혔다.

  실제로 최근에는 기존 6개 본부 85개 팀에서 8개 본부 86개 팀으로 조직이 확대 재편됐고, 해외지역별 영업마케팅본부와 해외 물류 전담조직도 신설됐다. 시리아와 레바논을 중동지역 내 전략 국가로 선정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중동시장 진출에 더욱 탄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주식(主食) 부문 글로벌 탑 100 기업 진입’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해 김정수식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전체 중기 전략 목표로 세운 식품 분야 글로벌 탑 100 기업 진입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7가지 중기 핵심 과제를 기반으로 본질을 꿰뚫는 실행목표를 세우고, 지속해서 조직별 목표관리가 실행돼야 할 것”이라고 공표했던 김정수 부회장의 당찬 포부를 증명하는 시기가 곧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슈메이커 김남근 기자 issue884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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