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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총리 교체, 유럽 극우화 단면일까?

매거진

by issuemaker 2024. 5. 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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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총리 교체, 유럽 극우화 단면일까?

10대 때부터 정치가로 입지 다져와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연립 정부 이끌 것”

38세의 나이로 총리직에 오른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전 총리가 갑작스러운 사임을 발표하면서 아일랜드가 다시 한번 역대 최연소 총리인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고등교육부 장관을 국가 지도자로 맞아들이게 됐다.

ⓒHouses of the Oireachtas/Flickr


리오 버라드커 전 총리 깜짝 사퇴
지난 3월 리오 버라드커 총리는 수도 더블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언제 바통을 넘겨줄지 알고 용기를 내는 것은 리더십의 한 부분”이라며 “7년간 당 대표를 지낸 후 더이상 제가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버라드커 총리는 사임 이유에 개인적·정치적 이유가 하나씩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버라드커 총리의 깜짝 사퇴는 헌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정치적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한 의도라고 외신들은 평가한다. 버라드커 행정부는 헌법상 가족의 정의를 ‘결혼의 기초한 관계’에서 ‘동거하는 부부와 그 자녀와 같은 지속가능한 관계’로 바꾸고, 돌봄의 범위를 ‘가정에서 어머니의 의무’에서 ‘가족 구성원이 제공하는 것’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결과는 전자는 67%, 후자는 74% 반대로 부결이었다.

  여기에 최근 아일랜드에 망명 신청이 급증하면서 유럽의 이민 문제가 아일랜드에도 자리를 잡은 것 역시 버라드커에게 큰 타격이 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후 유럽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한 나라가 아일랜드였다. 인도계 혼혈인 버라드커 총리는 난민들에게 정부 지원 주거지역을 내주는 등 이들을 수용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이러한 행보는 극우세력과의 정면충돌을 불러왔다. 이민자들의 집에 불을 지르는 등 극우와 이민자의 갈등이 커졌고 반이민을 내세운 무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가 오르는 양상도 보였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 소속 의원의 약 30%가 버라드커 총리에 반대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고, 주택난 등 현안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거센 상태였다.

  의사 출신의 버라드커 전 총리는 2007년 하원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교통관광체육부, 보건부, 사회보호부 장관 등을 지냈다. 2017년 아일랜드 사상 첫 공개 성 소수자이자 최연소 총리가 됐다. 2020년 총선 때는 연립여당인 피어너팔의 대표인 마틴 부총리에게 총리직을 넘겨줬고, 2022년부터 다시 총리직을 맡았다.

외신들은 리오 버라드커 총리의 깜짝 사퇴는 헌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정치적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한 의도라고 평가한다. ⓒThe White House/Flickr


37세 최연소 사이먼 해리스 총리 취임
버라드커의 후임으로 아일랜드 집권당인 통일아일랜드당 사이먼 해리스 대표가 아일랜드 새 총리로 선출됐다. 해리스 총리는 1986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총리 기록을 다시 세웠다. 10대 때부터 자폐증 인식을 위한 자선 단체를 설립하는 등 정치가로서 능력이 출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세 때 통일아일랜드당에 입당한 그는 이후 22세에 지방의원, 24세에 하원 의원에 선출되며 ‘아일랜드 의회의 아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4년 27세의 나이에 재무부 소속 장관, 2016년∼2020년 중반 보건 장관을 지내며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맡아 소통 면에선 여론의 찬사를 받았으나 양로원 내 사망자가 늘어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 뒤 법무부 장관을 거쳐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사이먼 해리스 총리는 보건 장관을 지내며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맡아 소통 면에선 여론의 찬사를 받았으나 양로원 내 사망자가 늘어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Department of Health/Flickr


  해리스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공식 석상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올라오는 이 계정은 현재 96,400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 내 반대파는 그를 ‘틱톡 총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의회 표결 뒤 해리스 총리는 “난제에 준비된 상태로, 성취를 위한 에너지와 결단력이 충만한 상태로 새로운 역할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단결과 협력,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연립 정부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에게는 험난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해리스는 오는 6월 7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6월 유럽 의회 선거, 내년 총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에 맞서 당을 이끌어갈 임무를 맡게 될 예정이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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