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의 시대라고 말하는 요즘, 그만큼 지구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알려주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동안 문명의 발전을 위해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온 인류는 이제는 ‘빼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주목받는 것이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순환경제’이다.
신발의 기본에 집중하는 브랜드 ‘누스미크’ 통해 소통 시작
패션 업계는 그동안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서 탈피하기 위한 자성의 목소리와 의미 있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가져오고, 만들고, 폐기하는’ 사이클 대신 재사용과 재생, 재설계에 중심을 둔 개발 방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엠엔에이치에스 스튜디오의 김희선 대표 역시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창업가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이어나갔다. 슈즈 디자이너로 10년간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그는 자신의 브랜드 ‘누스미크(NUOSMIQ)’를 준비하면서 패션과 이윤을 목적으로 환경을 배제하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가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그를 만나 운영 철학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어떤 계기로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뒤, 2012년부터 슈즈 디자이너로 다양한 브랜드에서 활동했다. 최근에는 유명 제화 브랜드에서 여성화 디자인과 아울렛 여성화 디자인 팀장을 하며, 다년간 베스트셀러 디자인을 배출했다. 역량을 인정받은 시간이었지만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로서 어느 정도 한계도 느꼈고, 기업 구조가 여전히 남성들이 고위직을 차지하는 부분에 대한 좌절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관습화 된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갖고 있던 나만의 브랜드 론칭이라는 꿈을 이루고자 지난해 가을 퇴사 후, 올해 초 엠엔에이치에스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누스미크’ 브랜드를 준비하게 되었다”
‘누스미크’는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해 준다면
“누스미크(NUOSMIQ)는 ‘본질’을 뜻하는 그리스어 ‘누스’에서 네이밍의 출발점을 잡았다. 신발의 기본적인 요소에 집중해 클래식하고 편안함을 디자인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한데, 이를 바탕으로 시즌별로 새로운 디테일과 아이덴티티를 더한 다양한 제품들을 디자인하고자 한다. 올해 S/S를 통해 처음 소비자들과 소통을 시작했는데, 당시 컬렉션은 첫사랑과 슈즈에 대한 애착을 담아냈다. 현재 유통의 경우 주요 온라인 채널에 입점한 상태이고, 성수동 희망 플랫폼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소통 중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도 입교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그동안 디자이너로서 예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에 매력을 느꼈지만, 동시에 버려지는 자원이 동반하는 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누스미크를 론칭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를 담아 보다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아이템을 디자인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자투리 가죽을 ‘새활용’한 에코 스트라이프 피혁 디자인을 구상했고, 최근 프리미엄 스니커즈 제품을 제작해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했다. 캐주얼룩부터 오피스룩까지 모두 스타일링 가능한 첼시 부츠인데, 디자인부터 착화감, 퀄리티까지 두루 갖춘 신발이라 자부한다. 아울러 제화 제작과정과 스토리를 영상에 담아 신발 내 QR 코드에 담기도 했다. QR 코드 디자인의 경우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과 애플리케이션 특허 출원이 완료된 상태로 향후 지속적으로 우리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창구로 삼으려 한다”
브랜드의 경쟁력과 운영 철학을 전해준다면?
“경쟁력은 무엇보다 트렌드를 쫓지 않고 획일화된 디자인에도 매몰되지 않아 누스미크 브랜드만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철학은 앞서 언급했듯 창업 계기와 맞물리는데 관습적이지 않은 기업이 되고자 한다. 이러한 문화를 잘 표현해낸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주저하게 되는 젊은 예비 창업가들에게 용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창업가로서 꿈꾸고 있는 미래는?
“사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후배 제화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최근 슈즈 디자이너 영역이 많이 위축된 상태인데, 이러한 부분에 아쉬움이 있어 머지않은 시기에 어떤 역할이라도 담당할 수 있는 창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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