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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박준형 / 웃음을 넘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다

단독 인터뷰

by issuemaker 2019. 10. 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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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웃음은 대중이 좋아하는 웃음입니다

어려서부터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좋아했던 한 아이는 개그맨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아이는 천직이라 생각했던 개그맨이기에 쉽게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공채 시험에서 번번이 쓴잔을 마시며 8번의 도전 끝에 어렵사리 개그맨이 되었다. 이후 그는 달리는 말이 날개를 단 것처럼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공개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끌며 그가 출연하는 코너마다 이른바 대박이 났다. 동료들과 팀을 이뤄 공개 코미디는 물론 공연, 영화, 광고 시장까지 장악했다. 그의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은 웃음바다가 됐다.

개그맨 박준형

 

갈갈이 박준형, 크레이티브한 삶을 꿈꾸다

마침내 방송국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으며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다. 당대 최고 미녀 개그우먼과 사랑의 결실을 맺으며 가정을 이루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도 얻었다. 세상 두려울 것 없는 그였지만 공개 코미디의 인기가 하락하며 그가 대중에게 전했던 웃음도 조금씩 잊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대중 앞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KBS 공채 13기로 데뷔해 20년 넘게 ‘생활사투리’ ‘골목대장’ ‘마빡이’ ‘갈갈이 삼 형제’ ‘우비 삼 남매’ 등의 코너로 대중에게 강력한 웃음을 전했던 개그맨 박준형의 이야기다. 최근 공개 코미디의 침체로 그가 전하는 웃음의 강도 역시 예전보다 떨어졌지만, 그는 지금도 라디오와 음악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최고의 위치에서도 어려운 순간에서도 한결같이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이어가며 도전하는 개그맨 박준형. 그의 지난 삶을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해의 시작에서 이슈메이커가 함께 한 이유이다.

웃음을 주기 위한 음악 활동은 아니지만 최근 음악으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성대모사 능력자를 모아 캐럴 음반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앨범 이외에도 ‘갈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음반을 제작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월간 윤종신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도 아닐뿐더러 비교 대상은 더더욱 아닙니다. 음악은 어려서부터 좋아했습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5~6년 전부터는 제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좋은 보컬리스트가 불러줘 음원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12월 22일에는 제가 만든 노래로 첫 콘서트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음악을 통해 웃음을 전하기보다 취미 활동의 한 부분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제 모습에 스스로 만족도 하고 있습니다. 개그맨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저의 지향점이기에 앞으로도 음악 활동은 지금처럼 이어갈 생각입니다.”

 

최근 SNS를 통해 소개되는 ‘갈툰’ 역시 화제다
“개그맨이니깐 웃기고 싶어 시작한 것은 맞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지는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딸과의 메신저를 통한 대화가 웃겨 이를 발췌해 업로드했고 자주 사용하는 특정 이모티콘이 만화처럼 느껴지며 재미를 선사했기에 갈툰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우연한 기회로 오랜만에 팬 미팅을 준비하게 되었고 팬클럽 회장과 나눈 준비 과정의 이야기도 업로드하고 있는데 반응이 뜨겁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저보다 팬클럽 회장을 보기 위해 제 팬카페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외식하는 날’을 통해 아내는 물론 두 딸과 함께 출연 중이다. 아이들이 부담을 갖진 않을지
”예전에 아이들이 어릴 때는 붕어빵에 출연한 적 있었는데 그때는 싫어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아이들과는 방송 출연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 방송은 오히려 아이들이 더 좋아했습니다. 스스로도 웃기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조금씩 끼가 보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연예인을 시키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최근 연예인 2세들의 방송 출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데 저 역시도 이 부분에 대한 비난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방송 출연은 쉽겠지만 자신만의 끼와 실력이 없으면 결국 살아남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귀감이 되고 있다. 본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가족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가족들과 모여서 이야기 나누며 웃는 순간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내 역시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결혼 전에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지만 사람이 살아가며 느끼는 점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당시의 행복과 지금의 행복은 전혀 다른 의미이며 두 딸을 키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대한민국 코미디 희망은 있다

개그맨 박준형의 최전성기가 대한민국 공개 코미디의 최전성기와 같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그가 전하는 강력한 웃음이 대한민국 코미디를 이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반대로 공개 코미디 인기의 최대 수혜자가 박준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의 전성기와 함께했던 공개 코미디는 조금씩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개그맨들 역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코미디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한다. 비록 지금은 다소 부침을 겪고 있지만 훌륭한 선후배들이 힘을 모은다면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산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좋은 웃음이란 어떤 웃음일까?

개그맨이 되고자 하는 꿈은 언제부터였을까
”어려서부터 개그나 글쓰기를 남들보다 잘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내 생각이 새롭다는 것도 느꼈죠. 심지어 TV에서 방영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하고 따라 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개그맨을 꿈꿨습니다. 제가 8번 떨어지고 9번째 시험에서 KBS 공채에 어렵게 합격했는데 당시 동기가 13명이었습니다. 그 동기 중 지금 방송을 하는 사람은 저뿐입니다. 경쟁의 시대니깐 어쩔 수 없지만, 코미디의 침체가 가슴 아픈 상황입니다.“

개그맨으로서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주변에서는 지인들을 잘 웃겼지만 개그맨이 되어 대중에게 웃음을 전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라디오와 리포터, 소극장 공연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고 단단해졌으며 이러한 경험이 쌓여 공개 코미디에서 그 누구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그맨은 희극배우라고도 불리는데 ‘배우는 끊임없이 배우라고 배우다’라는 말처럼 개그맨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이기에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중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끊임없이 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음악 활동을 하는 것도 배우는 과정 중 하나이고 라디오 진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이처럼 매일 변화하고 도전하며 노력하는 자세가 저의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본인이 참여했던 수많은 코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가 있다면
“‘마빡이’나 ‘갈갈이 삼 형제’가 대중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제가 갈갈이로 불릴 정도로 부와 명예를 안겼던 코너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가장 애착이 갔던 코너를 꼽자면 ‘청년백서’입니다. 사회 풍자 개그로서 당시에도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어쩌면 시대를 앞선 코너였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남습니다.”

개그맨으로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는데 무대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음악을 시작한 것도 어쩌면 무대에 대한 갈증 때문입니다. 지금은 공연도 하고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와 매일 2시간씩 소통하며 큰 갈증을 사라졌습니다. 얼마 전 개그우먼 홍윤화 씨와 결혼한 개그맨 김민기 씨가 저를 찾아와 제가 예전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매주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아이디어 회의가 힘들어 남긴 ‘사람의 생각은 마르지 않는다’라는 글귀에 감동해 열심히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고맙기도 하면서 새로웠고 당시 생각이 나며 아쉽기도 했습니다. 

개그맨 박준형

 

본인이 생각하는 참된 웃음은 무엇인지
”시대에 따라 대중도 변화하는데 대중이 좋아하는 웃음이 참된 웃음이며 이러한 트렌드를 잘 읽고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스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예전 이봉원 선배님과 장두석 선배님이 ‘시커먼스’라는 코너를 큰 인기를 누렸는데 지금 ‘시커먼스’를 공개 코미디에서 한다면 인종차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것입니다. 개그는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개그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대중이 바뀌는 것이기에 웃음을 전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운 시기의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바가 있다면
”각자 잘 하고 있어서 특별히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어려운 시기임에도 희망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프로그램이 변해도 웃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웃음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에 바뀌지 않으며 희망을 품고 발 빠르게 대처한다면 코미디의 전성기는 다시 오리라 확신합니다.“

개그맨 박준형은 대중에게 끊임없이 시도하고 노력했던 개그맨으로 남길 바란다. 대중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예전 갈갈이 삼 형제 코너에서도 공개 코미디임에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연을 받으며 쌍방향 소통을 이뤘으며 마빡이 코너에서는 당시 기술적 한계를 넘어 UCC 열풍을 이끌며 시대를 앞선 코미디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도전하고 배우는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꿈꾼다. 이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길이라는 확신에서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 저를 아껴주고 잊지 않은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가오는 2019년에는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테니 모두가 복 많이 받고 꿈꾸는 바 이루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길 바랍니다“라며 새해 덕담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이슈메이커 김갑찬 기자 kapchan17@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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