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the CEO] 안지용, 안세연 보테라팜 대표

issuemaker 2026. 4. 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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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이후의 삶, 농업에서 답을 찾다


농업·주거·기술의 경계 허무는 새로운 실험
삶의 방식 다시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일상 변화 흐름 이끌 것

버섯을 키우던 작은 실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삶의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질문으로 확장됐다. 한 사람은 식물을 기르며 사람 사이의 ‘연결’을 발견했고, 다른 한 사람은 공간을 연구하며 ‘미래의 삶’을 고민했다. 그렇게 만난 두 개의 시선은 ‘보테라팜(Boterra Farm)’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라이프 플랫폼 모델로 구체화됐다. 농업과 주거, 기술과 감성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식물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관계를 잇고, 결국 삶의 방향을 다시 묻게 만드는 매개가 된다. 

사진=오미경 기자


식물을 키우며 발견한 ‘연결’의 의미
거슬러 올라가면 안세연 대표가 창업에 뛰어든 건 거창한 출발이 아니었다. 그는 “온라인에서 버섯은 집에서도 키울 수 있다는 글을 본 뒤, 정말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플라스틱 통에 느타리버섯과 노루궁뎅이버섯을 기르며 경험을 쌓아갔고, 비교적 잘 자라는 느타리버섯과 달리 환경 변화에 민감해 계속 실패하는 노루궁뎅이버섯을 보며 온·습도와 빛, 환기 등의 조건이 생육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체득했다. 이후 아두이노(Arduino: 간단한 코딩으로 환경을 자동제어하는 전자 장치)를 활용하려 한 시도 역시 이런 경험의 연장선에 있었다. 

  한번 자라난 관심은 하이드로포닉스(Hydroponics: 흙 대신 물과 영양분으로 수경재배하는 방식)를 활용한 딸기 재배로 더 넓어졌다. 그는 “마트에서 포장된 딸기를 사던 때와 달리, 꽃이 피고 지고 작은 열매가 붉어져 가는 변화를 매일 관찰하면서 결과보다 그 과정 자체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됐다”고 말한다. 마침, 학교 안에서는 전환점이 찾아왔다. 서울국제학교(Seoul International School) 11학년에 재학 중인 안 대표는 클럽활동에 대한 자율성과 지원이 활발한 교내 분위기 속에 2025년부터 하이드로포닉스 장비를 학교로 가져왔고, 친구들과 함께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평소 각자의 소셜 그룹 안에 머물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식물 앞에 모여드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잎의 변화를 살피고, 물을 갈아주며 나누는 대화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냈고, 사람들 사이 보이지 않던 벽을 조금씩 허물었다. 그는 이 경험을 자연이나 식물이 사람의 긍정적인 감정을 높인다는 관점인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개념으로 설명한다.  

  “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이었어요. 농업을 한다기보다, 관계를 다시 만드는 경험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테라팜의 기조 역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식물을 통해 일상 속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새로운 방식의 농업, 그것이 안세연 대표가 발견한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건축과 공간 연구에서 도달한 질문,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보테라팜의 또 다른 축은 안지용 대표의 문제의식 위에 세워졌다. 안세연 대표의 아버지이기도 한 안지용 대표는 오랫동안 건축가로서 다양한 설계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 대기업 공간 연구 활동을 토대로 미래 세대의 생활 환경에 대해 탐구해왔다. 그는 “공간을 설계하다 보면 결국 사람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기후 변화, 식량 문제, 인구 구조의 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적 과제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두 사람의 역할이 나뉘었고, 안지용 대표는 모듈 주택과 스마트팜 시스템을 설계하는 하드웨어를, 안세연 대표는 식물을 매개로 사람을 잇는 경험을 설계할 소프트웨어를 담당했다. 
  “저는 공간과 구조를 만들고, 세연 대표는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몸소 느낄지 설계합니다. 시스템과 경험이 함께 가야 이 모델이 완성된다고 본 것이죠.” 
  특히 안지용 대표는 스마트팜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넓어졌지만, 여전히 대기업이나 대규모 시설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농업, 그것이 일상적인 삶의 공간과 연결되는 방식은 아직 충분히 제안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보테라팜


  보테라팜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시도로써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소규모 스마트팜과 주거 모듈을 결합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삶과 농업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를 “단순히 집을 짓고 농장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삶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누군가에게는 세컨하우스가 되고, 은퇴 이후 새로운 소득 구조를 실험하는 플랫폼이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치유와 돌봄이 가능한 생활 공간 구조를 실현해주는 기반인 것이다. “특히 50~60세대는 은퇴 이후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긴 시간이 남아있다”며 “기존의 도시 중심 자산 구조만으로는 그걸 감당하기 어렵고, 과거식 귀농·귀촌 모델 역시 현실적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그는 해석했다. 보테라팜은 이 맹점을 파고들어 작은 규모의 생산과 체류, 운영이 동시에 가능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적정화 지향하는 기술로 지속 가능한 스마트팜 구현
보테라팜의 기술적 접근은 기존 스마트팜 산업의 방향과는 결이 다르다. 기존의 스마트팜은 생산량 극대화와 환경 제어의 정밀도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보테라팜은 그보다 “개인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이러한 관점은 주택과 팜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테라팜은 냉난방·환기·조명·보안·커튼 등 생활에 필요한 IoT 요소 통합 관리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각 기능이 개별 장치와 애플리케이션으로 분리되어 있어 사용자 입장의 관리가 복잡한데, 그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장기간 비상주 환경에서도 공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일상과 기능이 통합된 스마트 모듈러 주택 내부 ⓒ보테라팜


  팜 운영에서도 같은 철학이 적용된다. 보테라팜은 고가의 전용 장비에 의존하기보다 일반 유통망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IoT 센서와 장치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정 제조사에 종속된 시스템은 유지보수와 부품 수급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스마트팜 사례에서는 장비 공급 업체가 사라지면 사실상 전체 시스템을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보테라팜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범용 장비를 조합해 운영 가능한 구조를 지향한다. 

  재배 방식에서도 차별성은 두드러진다. 일반적인 스마트팜에서 널리 쓰이는 수경재배 방식 대신, 보테라팜은 ‘저면관수식(bottom watering system)’을 적용한다. 하부에서 수분을 공급해 토양을 통해 식물이 물을 흡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뿌리를 직접 수용액에 담그는 재배 방식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일정 주기로 토양을 교체해야 하는 관리 부담은 있지만, 개별 식물 단위로 생육 환경을 유지할 수 있고, 전체 시스템이 한 번에 영향을 받는 구조적 리스크도 분산시킬 수 있어 소규모 운영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스마트팜에서 수확한 제철 작물을 맛보고 체험할 수 있는 ‘보테라 키친’도 운영 중이다. 보테라팜은 식물을 기르는 일이 생산을 넘어 ‘사람을 연결하는 경험’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했다. ⓒ보테라팜


  

  여기에 더해 보테라팜은 데이터 기반 추천 시스템도 결합하고 있다. 지역의 기후 조건, 사용자의 체류 패턴, 재배 목적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어떤 작물이 더 적합한지를 제안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며, 이는 농업 경험이 없는 사용자에게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생활 방식과 운영 가능성에 맞는 선택지를 제시하는 일’이라는 이들의 주된 목표가 잘 반영된 대목이다. 그래서 보테라팜의 기술은 ‘고도화’보다는 ‘적정화’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맞다. 복잡하고 비싼 시스템을 앞세우기보다 개인이 소화할 수 있게 단순화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 이것이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소규모 농업의 기술적 기반을 지향하는 보테라팜만의 색깔이다.

‘건강한 소량’을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새로운 모델
보테라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는 규모에 대한 관점이다. 현재 스마트팜 시장은 대체로 대형 시설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오히려 소형 모델의 성장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 “개인이 처음부터 대형 시설에 진입하는 것은 투자나 회수 기간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6평, 20평 단위의 소형 팜은 관리가 쉽고, 생활 속에서 운영 경험을 축적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보테라팜



  동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안지용 대표는 “지나치게 고가인 스마트팜 설비와 과도한 초기 투자 중심의 시장 구조는 결국, 농업을 다시 특정 자본의 영역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테라팜은 그 반대편에서, 시작은 작더라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농업을 산업화 속 생산 체계로만 보지 않고, 개인의 삶과 연결된 실천 가능한 영역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유의미한 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테라팜이 말하는 농업은 라이프 스타일 모델로 설명된다. 식물을 기르고, 공간을 운영하고, 필요에 따라 일정 규모의 수익 구조까지 실험해보는 전 과정이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된다. 주거와 농업, 체류와 돌봄, 기술과 감성이 분리되지 않고 큰 틀 안에서 만나는 것이다.

결국 삶의 형식을 다시 묻는 일
보테라팜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단지 농업이나 주거 모델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훨씬 근본적이다. 기술이 일의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도시형 생활 방식이 더 이상 유일한 선택이 될 순 없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제시하는 방향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라, 더 단순하고 구체적인 일상이다. 많이 소유하는 대신 조금 덜어내고, 완전히 떠나는 대신 오가며 머물고, 직접 기르고 돌보는 삶. 안지용, 안세연 대표는 한 목소리로 말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이어온 두 사람은 ‘보테라팜’이라는 하나의 구조 안에서 서로의 역할을 완성해가고 있다. 사진=오미경 기자



  “결국 중요한 건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입니다.” 
  식물과 공간을 매개로 한 이 조용한 실험은 익숙한 구조 밖에서도 우리의 삶이 충분히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혁신이다. 보테라팜은 지금, 그 가능성을 조용하지만 집요한 방식으로 증명해가고 있다.      

이슈메이커 오미경 기자 havetruth41@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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