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 배창규 옵클 대표
창작자를 위한 퍼블리싱 파트너
코딩 없이 완성하는 나만의 전자책, ‘옵클 에디터’
창작자를 위한 ‘디지털 놀이터’ 구축 목표
출판 시장이 전자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종이책을 넘어 디지털 공간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려는 창작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뛰어들기엔 디지털 출판의 기술적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복잡한 코딩과 낡은 소프트웨어 앞에서 좌절하던 창작자들에게 ‘기술로부터의 자유’를 선사하며 구원투수로 등판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창작자를 위한 퍼블리싱 파트너 앱을 개발하는 ‘옵클(Opkle)’이다. 건축 디자인과 인공지능(AI) 개발 이력을 거쳐, 직접 작가로 활동하며 현장의 페인 포인트를 짚어낸 배창규 대표를 만나 옵클이 그려가는 새로운 창작 생태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낡은 도구에 갇힌 창작자들을 목격하다
배창규 대표의 이력은 다채롭다. 대학에서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인테리어 플랫폼에서 5년여간 일한 뒤, 인공지능 회사로 적을 옮겨 백엔드 개발자로 경력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평소 뜻이 있던 창업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는 본격적인 독립에 앞서 시장 탐구를 위해 직접 독립 출판과 전시를 진행하며 작가로 활동했다. 책 ‘열병’, ‘잡종복합체’를 출간하고 다수의 북페어에 참여하면서 그는 창작자들의 숨겨진 갈증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 이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시는 분들의 디지털 매체에 대한 욕망이 컸습니다. 종이책 출판의 복잡한 편집 과정과 부담스러운 비용 부담을 전자책을 통해 극복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소통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현재 전자책 표준 포맷인 ‘이퍼브(Epub)’를 제작하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시길(Sigil)’이라는 프로그램은 200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낡은 인터페이스를 고수하고 있었다. 사용자가 직접 HTML과 CSS 코드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방식은 개발자 출신인 배 대표가 보기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비효율적인 노동이었다. 그는 코딩 지식이 전무한 창작자들이 겪는 좌절감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전자책 에디터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옵클 에디터(Opkle Editor)’다. 이 프로그램은 이퍼브의 잠재력을 100% 끌어내면서도 코딩 지식이 전혀 필요 없는 직관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문서 편집 프로그램처럼 글을 쓰고 드래그 앤 드롭만으로 이미지와 레이아웃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에 최적화된 기능도 압도적이다. 제한 없는 열 나누기와 표 생성이 가능하며, 모바일의 세로형 화면과 데스크탑의 가로형 화면, 심지어 다크 모드에 맞춰 각각 다른 이미지가 노출되도록 맞춤형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 종이책에서는 불가능한 영상 삽입과 CSS 애니메이션 효과 역시 복잡한 코딩 없이 직관적으로 구현해 낸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교정과 번역까지 지원하여 창작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기술과 감성의 교차점, 진정성 있는 ‘디지털 놀이터’를 꿈꾸며
배창규 대표는 현재 완성된 에디터를 대중에 전면 공개하기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수강생들에게 우선 배포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이 직접 에디터로 책을 완성하고 유통하는 경험을 제공 중이다.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생태계가 없다면 고립되기 마련입니다. 단순히 도구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강생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100권 이상의 완성도 높은 이퍼브 작품들로 자생적인 커뮤니티와 유통망을 견고하게 뿌리내리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배 대표의 시선은 에디터라는 하나의 점(點)을 넘어 디지털 출판이라는 거대한 선(線)을 향해 있다. 현재 대형 유통사들의 낡은 리더기 기술로는 옵클 에디터가 구현해 낸 역동적인 애니메이션과 섬세한 레이아웃을 온전히 담아내기 부족한 면이 있다. 그는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에디터의 혁신적인 기능을 100%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전용 리더기 앱 개발과 독자적인 유통 플랫폼 구축이라는 더 큰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디자인과 개발 두 가지 역량을 모두 갖춘 배 대표는 자신을 ‘창작과 기술의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가 이 다리를 놓고자 결심한 배경에는 최근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문제의식도 자리하고 있다. 무의미하게 만들어지는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진짜 실력 있는 창작자들이 기술의 장벽을 넘어 진정성 있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철학이다.
궁극적으로 그는 옵클을 창작자들의 ‘디지털 놀이터’로 만들고자 한다. 다시 말해 창작자들이 각자가 만든 다채로운 디지털 결과물을 마음껏 전시하고 교류하는 장을 여는 것이 배창규 대표의 최종 비전인 셈이다. 기술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사유하는 문화를 확장해 나가는 옵클. 창작자들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그들이 써 내려갈 디지털 출판의 새로운 챕터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