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이름 ‘에이핑크’, 15주년 서사 담은 완전체 공연
자랑스러운 이름 ‘에이핑크’, 15주년 서사 담은 완전체 공연
시간 정지 비주얼, 장수돌 ‘에이핑크’ 데뷔 15주년 콘서트

그룹 에이핑크가 데뷔 15주년을 맞아 자신들의 이름으로 걸어온 시간을 무대 위에 오롯이 펼쳐냈다. 지난 21일과 22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덟 번째 단독 콘서트 ‘더 오리진: 에이핑크(The Origin: Apink)’는 그들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잇는 자리였다. 단순한 기념 공연이 아닌, 15년을 지켜낸 팀의 자부심과 팬들을 향한 진심이 응축된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박초롱·윤보미·정은지·김남주·오하영 다섯 멤버가 완전체로 꾸민 콘서트로, 약 5000명의 관객과 함께 양일간 펼쳐졌다. 데뷔 이후 발표한 곡들을 총망라한 약 30곡의 세트리스트를 날짜별로 다르게 구성해 풍성함을 더했다. 밴드 라이브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사운드와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K팝 대표 장수 걸그룹’이라는 수식어를 실감케 했다.

오프닝은 데뷔곡 ‘몰라요’였다.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 장충체육관은 거대한 ‘핑크 오션’으로 물들었다. 이어 ‘NoNoNo’, ‘Mr. Chu’, ‘FIVE’, ‘Remember’, ‘1도 없어’ 등 히트곡 퍼레이드가 쉼 없이 이어지며 객석의 떼창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최근 발표한 ‘Love Me More’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 무대는 에이핑크가 걸어온 음악적 궤적을 압축해 보여줬다. 곡이 시작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졌고, 응원법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맞아떨어졌다. 멤버들은 돌출 무대로 나와 팬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교감을 이어갔다. 단순히 무대를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15년을 함께해온 팬들과 호흡하는 자리였다.

이번 콘서트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관객층의 다양성이었다. 10대와 20대 관객들이 눈에 띄게 많았고, 한 팬이 자신을 “2012년생”이라고 소개하자 멤버들은 “태어나줘서 고맙다”,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고 답하며 현장을 웃음과 감동으로 채웠다. 데뷔 당시 초등학생이던 세대가 이제는 공연장을 찾고, 동시에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에이핑크의 현재성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멤버 각자가 음악, 예능,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온 만큼, 팀 활동을 넘어 개인 활동을 통해 유입된 팬들도 공연장을 찾았다. 15주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숫자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진행 중인 팀의 현재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에이핑크는 이번 공연에서 ‘청순돌’이라는 수식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데뷔 당시 티저 영상을 재현하며 초심을 되새기는가 하면, 보이그룹 ‘에이그린’으로 변신해 남장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유쾌한 무대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동방신기의 ‘주문(MIROTIC)’ 커버 무대에서는 파워풀한 댄스 퍼포먼스로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또한 ‘라푼젤’, ‘위키드’, ‘주토피아’, ‘아바타’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직접 분장해 등장하는 파격적인 무대도 이어졌다. 오하영은 ‘아바타’의 바랑으로 변신해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고, 김남주는 ‘주토피아’의 가젤로 분해 당당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15년의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여유와 완성도였다.
공연의 마지막은 멤버들의 진심 어린 소감으로 채워졌다. 윤보미는 “15년 동안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 판다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믿어준다면 오래오래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하영은 “에이핑크가 공연할 수 있을까, 앨범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지 않게 하고 싶었다”며 팀과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초롱은 “에이핑크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함께한 15년처럼 앞으로도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김남주는 “이번 콘서트는 뼈를 갈고 이를 갈아 준비했다”며 눈물을 보였고, 정은지는 “어디 가서 ‘나 에이핑크 좋아해’라고 말했을 때 ‘나도’라는 답을 들을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에이핑크는 타이베이, 마카오, 싱가포르, 가오슝 등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15년을 지나 또 다른 출발선에 선 에이핑크. 그들이 지켜온 이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슈메이커 김갑찬 기자 kapchan17@issuemak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