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의 인물 대상 - 전통문화 전승 및 무속 예술 부문] 호수도령
신이 동할 때만 움직이는 사람, 전통의 맥을 잇는 무속인

호수도령
ⓒ 호수도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배우에서 무속인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한 호수도령이 ‘2025 한국의인물대상’ 전통문화 전승 및 무속 예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이런 뜻깊은 어워드에서 수상하게 되어 너무 영광이고 감사힙니다”라며 “이슈메이커가 더 발전함과 동시에 저 역시 무속의 본질을 지키며 함께 성장하겠습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번 수상은 예술과 무속, 그리고 문화 전승이라는 세 영역을 동시에 잇는 그의 행보가 주목받은 결과다.
호수도령의 무속은 사람을 향한 진심에서 비롯된 길이다. 배우로서 사람의 내면을 탐구하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을 느꼈고, 내림굿을 계기로 ‘경계 위의 사람’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예술과 무속은 다르지 않아요.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을 뿐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굿의 장단과 북소리에는 삶과 죽음, 기원과 위무가 공존한다.
그는 점사나 굿을 단순한 신비 행위로 보지 않는다. ‘신이 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다’라는 원칙 아래, 내담자의 불안을 이용하는 행위를 철저히 배제한다. 실제로 굿을 권하지 않고 돌려보낸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 호수도령은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의 길이 지금이 아니라면 오히려 시간을 더 갖고 오라고 합니다”라고 전하며, 무속을 장사가 아닌 ‘함께 기다리는 길벗의 행위’로 정의한다.
전승자로서의 책임 또한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2023년 문화재청이 지정한 국가무형문화재 제24호 ‘황해도 꽃맞이굿’ 전수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는 단절된 전통의 맥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로그와 SNS, 영상 등을 통해 굿의 과정을 세심히 기록하며 ‘무속은 누군가의 삶과 죽음을 지켜낸 영적 기록’이라 설명한다. 그는 “신을 받았다고 해서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 신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전통을 잇고 기록하며 남겨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환(神像) 70여 점을 새롭게 모신 호수도령은 더 고도화된 개인 굿을 펼치며 올해 말과 내년에는 꽃맞이굿과 함께 공연 형식의 별도 의례를 기획하고 있다. “무속이 너무 쉽게 소비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공연을 통해 사람들의 소원을 기원하고 전통 문화 계승에 힘쓰고 싶습니다”라는 그의 말에는 무속을 예술과 문화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더불어 향후 종교학 박사 과정을 통해 학문적 기반을 다질 계획이며, “병오년에는 모두가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따뜻한 덕담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번 수상은 신과 사람, 예술과 전통을 잇는 무속의 본질을 실천해 온 호수도령의 철학이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그는 여전히 말한다. “신이 동할 때만 움직인다.” 그 한 문장은, 무속이 단순한 신앙이 아닌 인간의 삶을 지키는 진실한 책임의 언어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슈메이커 김남근 기자 issue8843@issuemak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