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교수의 노트] 이재천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뷰티예술디자인전공 주임교수

issuemaker 2025. 12.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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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추구는 결국, 삶을 돌보는 일

한국 미용 교육 체계 정립하며 지평 넓힌 교육자
미용학을 사회적 가치로 확장해 온 불같은 여정

한 사람이 한 분야의 역사를 바꿀 때, 그 시작은 언제나 작고 조용하다. 1989년, 국내 대학에 ‘미용학’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 연극과 분장을 넘나들며 강단과 무대를 지키던 연구자가 있었다. 그는 무대 위 배우를 빛내는 분장의 아름다움에서 사회와 인간을 변화시키는 ‘미용 교육’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 작은 ‘전환’은 결국 미용학을 ‘전공’이라는 이름 아래 자리 잡게 한 거대한 흐름의 출발점이 되었다. 뚜렷한 정답도 제도도 없던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을 때, 그 빈 공간을 두려워하기보다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본 선구자, 이재천 교수의 여정을 이슈메이커가 조명했다.

 


한국 미용 교육의 첫 세대 열다
이재천 교수는 석·박사 과정에서 드라마를 전공하고, 1989년 제13회 서울연극제 연극평론워크숍 추천평으로 데뷔, 극단 운영과 분장 활동을 병행하며 미용 교육의 가치를 체감했다고 회상한다. 이후 그는 2002 안면도국제꽃박람회 주제공연 제작 감독, 한민족대회 단장 등의 활동을 통해 미용의 예술성과 실용성을 융합하는 관점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미용학의 여러 분야를 융합하여 가르치고 있는 이 교수는 “미용은 학제적(Interdisciplinary Studies)이자 실용적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기술 습득을 넘어 현장의 속도와 산업 변화를 읽는 능력을 강조한다. 특히 대학원생들에게 학기 중 소논문 작성 훈련을 꾸준히 요구하며 “3년 후의 트렌드를 예측·연구·설계하라”는 미래 지향적인 조언을 전한다. 이는 변화하는 산업환경에서 생존하는 전문가로 성장하라는 한 교육자의 결연한 메시지다. ‘한국 미용 교육 체계를 혁신·정립한 미용학과 교수’로서 7개 대학 교수를 역임하며 활동해 온 그의 메시지는 곳곳에 깊이 전달됐다. 이 교수는 단국대를 비롯해 한남대, 청주대, 웨신대, 건신대 등 여러 대학원에 뷰티미용학과를 신설, 강의와 운영을 이끌었고, 중부대, 경남정보대 등의 미용 교육 국제교류·협력을 지원했다. 중국 산동예술대학교 미용학과에 한국 최초 4년제 교수 임용을 기록한 그는 일본, 대만, 베트남 등의 해외 대학에도 한국 미용 교육을 전파하며, 그 외연을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공을 세웠다.

현장과 정책, 산업 잇는 통찰로 실질적 영향력 펼쳐
이재천 교수의 역할은 교단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 교수는 교육부 가사/실업(미용) 교육과정심의위원장,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개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미용 교육 체계의 기반 구축에 직접 참여했다. 전문계고 직업 교육 과정 개편부터 직무 기준의 표준화에 이르기까지, 산업 변화와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하는 데 큰 역량을 발휘했다.

  이재천 교수가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미용복지(Beauty Welfare)’와 ‘미용치료(Beauty Therapy)’다. 미용이 그저 ‘예쁘게 만드는 기술’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심리적·사회적 웰빙을 향상시키는 영역으로 확장되길 바라는 강한 신념 때문이다. 이에 이 교수는 소외계층 대상 미용 프로그램 모델 개발, 암 환자·노인 대상 치료 목적의 뷰티케어 분야 진출, 의료 전문가와의 융합 연구 등 미용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잇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사)대한노인회중앙회 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노인 전문화장품 개발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미용’이란 뿌리 위에 다방면으로 뻗어나간 활동 덕분에 이재천 교수의 경력에는 ‘최초’라는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지적장애아 모(母) 대상 미용치료 프로그램(2009년), 소아암 환자 위한 머리카락 기증 운동(2010년), 러시아 분장 퍼포먼스 해외 공연(2001년) 등 한국 미용계 지평을 확장한 명장면이 줄을 잇는다. 그리고 현장과 정책, 산업을 연결하는 그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교수는 현재 충북 경제자유구역청 ‘K-뷰티아카데미 자문위원을 비롯, ㈜글로벌라인 코스메티카 ㈜홀리바넘, ㈜셀리턴 등 뷰티 비전 기업 자문, 한국미용교육학회, (사)한국맞춤미용산업협회 회장 등을 맡아 한국 미용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재천 교수는 궁극적으로 미용학이 심리적·사회적 웰빙 가치로 확장되길 바라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재천 교수


끝없이 탐구하는 학자, 미용 교육 미래 제시하다
분야를 넘나드는 이재천 교수의 행보 중심에는, 결국 학자로서의 끊임없는 지적 탐구 욕구가 자리한다. 그가 수행한 저술과 논문 연구, 연출 및 공연 등의 성과는 무려 100여 건에 이른다. 특히 ‘향기요법을 매개체로 공연예술에 적용하는 연구(2003년)’와 WHO가 분류한 ‘후기고령자’를 대상으로 이 교수가 발표한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 논문(2010년)은 전례 없는 학술 연구 사례로 손꼽힌다. 또한, 1990년대 말, 향(香)과 아유르베다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으로 인도 서남부 지역 코친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서 연수받은 일화는 스스로 묻고, 답하며 늘 배움을 향해 나아가는 학자 이재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후배들을 향한 이 교수의 교육철학은 명확하다. 기술보다 ‘인격’을 먼저 세우라는 것.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정직, 성실, 노력의 가치를 품은 전문가만이 신뢰를 만들고, 아름다움을 통한 사회 기여가 가능하다”라는 뜻에서다.

  덧붙여 그는 디지털 시대의 미용 교육 비전도 제시했다.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 VR·AR 실습 환경 구축, 뷰티 데이터 분석 교육, AI·의학·미용의 융합 전공 신설 등 미래형 교육 모델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미용 교육이 글로벌 뷰티 테크의 혁신을 주도하는 ‘인재 양성 허브’가 되기를 목표로 하며, 후대의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했다.

  경력은 깊고, 연륜은 쌓였지만, 이재천 교수의 눈빛과 목소리만큼은 인터뷰 내내 신입 연구자처럼 생기로웠다. 35년 미용학 개척 여정의 공을 선후배와 동료 교육자, 주변의 인연에 돌리며 말을 맺는 그의 모습은, 한 분야의 기틀을 만든 교육자가 지닌 품격 그 자체였다.

이슈메이커 오미경 기자 havetruth41@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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