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히든 챔피언] 김지선 CANK 대표

issuemaker 2025. 11. 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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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지 않고 오래가는 배터리,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

고엔트로피 양극재로 미래 배터리 솔루션 제시
K-배터리 새 지평 여는 기업으로 성장하고파

매일 손에 쥐는 스마트폰부터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까지, 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배터리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하지만 그 뒤에는 ‘불안정한 안전성’과 ‘답답한 용량’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이러한 오랜 숙제를 해결하고, 미래 배터리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김지선 대표가 이끄는 ‘CANK’이다.

사진=손보승 기자


화재와 용량 문제, 산업의 성장 막는 장벽
과거 철강이 산업의 쌀로 불렸듯이,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배터리는 현대 사회의 기반이 되는 중요 산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현재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근본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배터리 화재’와 ‘용량 한계’ 문제다. 최근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를 비롯해,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지하 주차장 전기자동차 화재나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에 불이 붙는 사고는 배터리 화재에 대한 국민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배터리 화재는 주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기화학 반응과 그로 인한 열 폭주 때문이다. 리튬 덴드라이트 형성 등으로 발생한 내부 단락이 급격한 발열을 유도하며, 이 열이 폭발적으로 축적되면 ‘열 폭주’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이 전기차 화재나 휴대용 전자기기 발화 사고의 근본 원인이 된다. 더욱이 스마트폰 업계가 ‘초슬림폰’을 위한 ‘두께 경쟁’에 본격 돌입한 상태에서 기기가 얇아질수록 배터리 공간은 줄어들고, 결국 ‘온전히 하루 동안 충전 없이 쓸 수 있는’ 사용자들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김지선 대표는 “배터리 용량의 물리적 한계는 사용자의 불편으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 낮은 안전성이 차세대 배터리 미래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CANK는 ‘불안정한 안전성’과 ‘답답한 용량’이라는 배터리 산업의 오랜 숙제를 해결하고, 미래 배터리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CANK


‘고엔트로피 양극재’로 안전과 용량을 동시에
현재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재료는 ‘양극재’다. 이 양극재는 주로 두 가지 특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LFP(리튬인산철)는 열적 안정성이 높고 안전성이 우수하나, 에너지 밀도가 낮아 용량이 제한된다.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은 고용량 달성이 가능하지만, 충·방전 시 격자 구조의 부피 변화로 인해 내부 안정성이 떨어지며 화재 위험이 커진다. 다시 말해 ‘고용량’과 ‘고안정성’은 양립하기 어려운 딜레마였다.

  CANK는 이를 ‘고엔트로피 양극재’라는 혁신적인 소재로 해결하고자 한다. 김지선 대표는 “고엔트로피 양극재는 여러 원소가 무질서하게 혼합된 독특한 ‘격자 왜곡 구조’를 가지고 있어, 오히려 매우 안정적인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기존 양극재가 리튬이온 삽입 시 층상 구조가 팽창하며 불안정해지는 반면, 고엔트로피 양극재는 이미 뒤틀린 격자 덕분에 리튬이온이 삽입·탈삽입되더라도 부피 변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안정성은 화재 위험을 줄이고 배터리 수명은 연장시키는 동시에, 높은 용량까지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된다. 결국 ‘고용량’과 ‘고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세대 양극 소재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고엔트로피 양극재는 기존 배터리 문제 해결을 넘어,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액체 전해액을 불연성 고체 물질로 대체한 것으로, 화재 위험이 거의 없고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충·방전 과정에서 양극재와 음극재의 부피 변화로 고체 전해질과의 계면 접촉이 손상되어 성능이 저하되고 수명이 단축된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로 인해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피 변화가 거의 없는 CANK의 고엔트로피 양극재는 전고체 배터리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을 보완하고, 그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지선 대표를 비롯한 CANK의 모든 구성원은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다년간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좌측부터) 임태협, 김지선, 권규문 ⓒCANK


뛰어난 연구 역량 갖춘 팀 구성이 경쟁력
고엔트로피 양극재는 이론적으로 뛰어나지만, 높은 단가와 복잡한 제조 공정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웠다. 기존의 공침법은 여러 단계의 화학 합성 공정과 정밀한 수소이온농도(pH) 조절이 필요해 다원소 조성의 고엔트로피 양극재를 개발하는 데 비효율적이다. 더불어 폐수 발생 등 환경적 제약도 따른다. CANK는 이 문제를 독자적인 ‘고에너지 비드 밀링 공정’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존 8단계 이상의 공정을 최대 4단계로 단순화했고, 대기 중에서 공정이 가능하며 폐수도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재료 수율도 공침법의 5~30% 대비 50~80%로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해 고엔트로피 양극재의 단가와 복잡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공정 고엔트로피 양극재’를 자신 있게 외치는 CANK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뛰어난 연구 역량을 갖춘 팀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김지선 대표를 포함해 모든 구성원이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다년간의 연구 경험을 통해 분말 설계부터 최종 셀 평가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 초까지 연구·개발(R&D)을 완료하고 사업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물론 초기 기업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많지만 그는 “안 될 것이라 여기면 시작도 하지 못하기에 일단 부딪혀 보는 게 중요하다”고 당차게 말했다. K-배터리 시장의 도약을 위해 도전 정신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며 말을 맺은 김지선 대표와 CANK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슈메이커 손보승 기자 rounders2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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