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이슈메이커_ Special Interview] 배우 이지훈

issuemaker 2025. 4. 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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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은 스크린 복귀작 ‘백수아파트’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감독도, 감정도, 인연도 리얼인 의미 있는 작품
배우 이지훈이 약 1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영화 백수아파트를 통해 관객 앞에 다시 선 그는 극 중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 ‘안거울(경수진 분)’의 동생 ‘안두온’ 역을 맡아 묵직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복귀작이 아니다. 데뷔 초 함께했던 조감독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백수아파트는 지금의 이지훈이 오롯이 담긴 진심의 산물이다. 동료 배우들과의 끈끈한 호흡, 제작자 마동석 배우와의 만남, 그리고 아역 배우들과의 교감까지. 이지훈은 연기를 넘어 사람과 기억, 성장의 시간을 함께 작품에 담아냈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백수아파트’는 어떤 영화인가
"모든 작품이 다 특별하지만, 이 영화는 유독 특별했어요. 데뷔 초에 함께했던 김홍선 감독님의 ‘브로커’라는 작품에서 조감독이셨던 이루다 감독님과의 인연이 있었고, 그 인연 덕분에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나이도 같고 서로 의지하면서 정말 힘들게 촬영했는데, 결국 영화가 엎어졌죠. 시간이 흐른 뒤 갑자기 연락이 와서 이런 역할이 있는데 한번 봐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대본을 읽어보니 정말 좋았고, 감독님이 누구인지 묻자 '이루다 감독'이라고 해서 더 반가웠죠. 그 이름이 너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결국 감독님을 직접 찾아가 30~40분 정도는 영화 이야기보다는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반가움을 나눴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 작품이에요."

이루다 감독과의 인연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사실 이루다 감독님은 제 기억 속엔 여전히 친구 같은 존재였어요. 오랜만에 감독으로 만나게 돼 처음엔 어색했지만, 첫 촬영 날 그의 준비성과 연출력에 깜짝 놀랐어요. 머릿속에 모든 장면이 정확하게 그려져 있었고, 배우들과의 소통도 뛰어났어요. ‘이 친구, 정말 10년 동안 치열하게 준비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죠. 첫 촬영 후엔 자연스럽게 ‘감독님’이라고 부르게 되더라고요. 진짜 리스펙트가 생겼어요."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읽고 바로 섭외 요청에 응했다던데
"맞아요.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너무 좋았어요. 캐릭터도 그렇고 전체적인 흐름이나 감정선이 정말 탄탄했어요. 글이 좋아서 시작했고, 감독님과의 신뢰도 있었고, 또 함께하는 배우들이 너무 좋았기에 선택에 망설임이 없었어요."

극 중 ‘두온’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과 가장 많이 얘기했던 건 관객이 연경이라는 존재를 바로 알아채지 못하게 하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첫 등장 장면부터 디테일하게 신경 썼습니다. 명경이 옆에 서 있는데도 손을 안 대고, 명우한테만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식이죠. 경찰서 앞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명우에게만 손을 대요. 이런 터치 하나하나가 연경이의 실체에 대한 단서를 주는 동시에 거울이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는 장치였어요. 특히 명경이를 차에 태우는 장면, 그리고 거울과 두온이 차 앞에서 감정을 나누는 장면은 굉장히 중요한 신이었어요. 이 신은 거울이 앓고 있는 병의 힌트를 주고, 두온이가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몰입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라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아역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요. 아들 역을 맡은 아역 배우랑은 정말 아빠와 아들 같은 사이가 됐어요. 촬영 내내 손잡고 다녔고,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아요. 인스타 DM으로도 ‘아빠가 제일 좋아요’라고 말해줘요. 딸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와는 일부러 초반에 스킨십을 피했어요. 너무 예뻐서 자꾸 눈이 가면 연기에 방해될까 봐 그랬어요. 미안했지만 연기 몰입을 위해 어쩔 수 없었죠. 촬영 막바지엔 많이 안고 놀았어요. 어느 날 명경(극 중 딸의 이름)이가 '왜 저랑은 손 안 잡아요?'라고 묻는데 마음이 찡했어요."

고규필 배우와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규필이 형과는 ‘사이랑’, ‘저녁 같이 드실래요’, 또 하나 더 있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나요. 이번이 네 번째 작품이에요. 6년 넘게 알고 지냈고, 늘 변함없는 형이에요. 늘 똑같고, 진심으로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현장에서 많이 의지해요. 서로 연기에 대한 피드백도 잘 나눠요. 규필이 형은 진짜 동네 형 같은 느낌이에요. 저도 규필이 형도 예전보다 더 잘돼서 너무 좋아요.“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경수진 배우와의 호흡도 남달라 보였다
"정말 현실 남매 같았어요. 수진 누나는 성격이 정말 털털하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처음 만났는데도 ‘잘해보자’ 하면서 다가와 주셔서 금방 친해졌죠. 영화 개봉 후 누나에게 ‘이 역할은 누나밖에 못 한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어요. 실제로도 수진 누나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완성되지 않았을 거예요."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서 마동석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마동석 선배님은 제가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분이었어요. 처음 영화에서 뵌 건 ‘비스티 보이즈’였는데, 연기가 정말 리얼하다고 느꼈죠. 그때부터 선배님의 작품을 빠짐없이 챙겨봤어요. 그런 선배님이 제작한 작품에 제가 출연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어요. 대본 리딩 때 처음 뵀을 땐 너무 아우라가 강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고,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촬영 중반쯤 선배님이 현장에 직접 오셔서 배우들을 응원해주셨고, 카페를 통째로 빌려주셔서 간식도 준비해주셨어요. ‘지훈아,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라고 말해주셨는데 그 순간 진짜 감동했죠. 단순한 제작자가 아니라 배우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배우들의 마음을 잘 아시는 분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무대 인사가 끝난 뒤, 회식 자리에서 선배님 옆자리에 앉았는데 제가 너무 긴장해서 정자세로 가만히 있었거든요. 그때 갑자기 선배님이 저를 헤드락처럼 끌어안으시더니 '너무 잘했어. 진짜 너무 잘했어'라고 말씀해 주셨고, 그 말 한마디에 울컥했어요. 진심이 느껴졌거든요. 제가 걷고 싶은 길을 앞서 걸으신 분이 그렇게 칭찬해주시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몰라요. 그날은 감정이 북받쳐서 평소 술을 거의 안 마시는 제가 맥주를 반 잔이나 마셨을 정도였어요.”

차기작을 마동석 배우와 함께하고 싶은 바람도 있는지
"물론이에요. 그날 회식 자리에서 선배님께 ‘다음 작품에서도 꼭 같이 하고 싶다’고 직접 말씀드렸어요. 선배님이 ‘기다려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짧은 말이지만, 저한텐 엄청난 응원이었어요. 제가 악역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큰데, 만약 선배님과 대립하는 강한 악역으로 함께하게 된다면 정말 영혼을 갈아넣어서라도 해내고 싶어요. 실제로 선배님께 ‘악력 한 번만 보여달라’고 부탁했는데, 손을 쥐어주신 순간 정말 너무 아팠어요. 50% 힘만 주셨다는데도 손이 얼얼했죠. 그만큼 실제로 힘도 강하시고, 내면의 에너지도 대단하신 분이에요. 그런 분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일 것 같아요."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평소 악역에 욕심이 많았나
"항상 있어요. 선한 역할도 좋지만, 악역은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단면적이지 않은,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히스레저의 조커처럼 영혼을 갈아넣을 수 있는 그런 캐릭터요. ‘범죄도시’ 같은 작품에서 마동석 선배님과 대결하는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 역할이 온다면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영화 시사회 때 당시 이성민 배우의 깜짝 방문도 화제였다
"맞아요. 진짜 놀랐던 순간이에요. 당시 저희가 춘천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할 때 하루 쉬는 날이 있었는데, 마침 수진 누나(경수진 배우), 정희태 선배님, 저 이렇게 셋이서 골프를 치자고 했어요. 근데 네 명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수진 누나가 평소 따님처럼 따르던 이성민 선배님께 ‘춘천에서 골프 한 판 치자’고 했는데 진짜로 응해주셨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성민 선배님과 인연이 닿았어요. 그 이후로도 골프를 함께 치면서 인연이 이어졌고, 어느 날 무대 인사 날 갑자기 극장에 오신 거예요. 저희는 관객들과 인사하러 가기 직전이었는데, 모자 깊이 눌러쓴 분이 있어서 ‘누구지?’ 하고 봤는데 선배님이셨어요. 더 놀라운 건, 그날 무대 인사 진행을 직접 맡아주셨다는 거예요.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라 ‘여러분, 안녕하세요. 배우 이성민입니다. 방금 이 영화 보고 왔는데 정말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이런 영화가 많아져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객석에서도 ‘이성민이 왜 여기 있어?’라는 반응이 쏟아졌죠. 완전 깜짝 이벤트였어요. 선배님은 저희 영화가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오셨고, 그 진심이 정말 느껴졌어요. 지금도 촬영 중이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응원해주시고, 관객들과도 교감해주신 모습에 큰 감동받았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드리고 있고, 정말 멋진 선배님이에요."

연기 활동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꾸준히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다림의 시간도 배우로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끝까지 연기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진솔하고 깊은 감정으로 인터뷰를 이어간 배우 이지훈. 영화 ‘백수아파트’는 그에게 단순한 복귀작이 아닌, 인연과 성장을 담은 특별한 여정이었다. 연기를 향한 애정과 진심이 가득한 그의 다음 발걸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였다.

이슈메이커 김갑찬 기자 kapchan17@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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